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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맥 대부' 문재인 퇴장 쇼크

권력지형 대대적 변화 예고, 천정배 약진-안희정 복귀?

노무현 정권의 양대 인맥 중 하나인 '부산인맥'의 대부 문재인 민정수석이 청와대를 떠난다. 향후 법무장관 또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의 컴백설도 나돌고 있으나, 노 대통령 최측근에서 권력의 균형을 잡아온 그의 퇴장으로 권력지형에 일대 변화가 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대통령, 취임후 최대폭 비서실 개편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민정, 황인성 시민사회, 김완기 인사 수석을 교체키로 했다고 청와대가 1일 비공식적으로 밝혔다. 교체 시기는 해외순방 출국(7일) 전인 금주 중, 빠르면 3일께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청와대 개편에는 이용섭 전 혁신관리수석의 행정자치부 장관 기용과 박기영 전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사퇴로 공석중인 혁신관리수석과 정보과학기술보좌관 후임 인선도 함께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의 수석.보좌관이 바뀌는 이번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참여정부 들어 최대 규모다.

이번에 교체되는 3명의 수석은 외형상 청와대 장기근무와 격무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시점이 노 대통령의 '사학법 재개정 수용' 지시후 열린우리당이 집단반기를 들면서 노 대통령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시기의 미묘성' 때문에 이런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힘들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문재인 수석의 사퇴로 노무현 대통령은 더욱 외로운 처지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30일 노대통령과 함께 북악산 숙정문 정자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문 수석. ⓒ연합뉴스


'왕수석' 퇴장의 정치적 함의

문재인 수석은 참여정부 첫 민정수석으로 일하다 지난 2004년 2월 자진사퇴했었다. 당시 노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청와대를 나온 것은 초기 참여정부에 대한 적잖은 실망감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 그해 3월 노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자 여행 중이던 네팔에서 급거귀국해 노 대통령 방어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시민사회수석으로 복귀한 뒤 지난해 1월 민정수석을 다시 맡아 노대통령의 최지근거리에서 권력의 균형을 잡아왔다. 단 석달을 제외한곤 노대통령과 호흡을 같이 해온 셈이다. '왕수석'이란 별명도 이래서 생겨났다.

문 수석에 대한 노대통령의 신뢰는 대단해, 그에게 국정원장-국무총리 등의 요직을 잇따라 제안했으나 문 수석은 이를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문수석을 몇몇 '잠룡' 중 하나로까지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수석은 그러나 권력일선에 나서는 대신 노대통령 지근거리에서 권력의 또다른 한 축인 이광재 등으로 대표되는 '서울인맥'의 독주를 견제하는 균형추 역할을 하는 데 만족해 했고, 지난해 가을부터는 '건강상의 이유'로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계속 노대통령에게 전해 노대통령을 당혹케 했다.

문 수석은 장기 재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핵심권력 중 유일하게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등 자신에게 엄격했다. 따라서 '서울인맥'은 그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공개리에 그를 성토할 수 없었고, 이에 서울인맥과 부산인맥간 권력의 균형을 이룰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 수석은 이같은 균형의 중요성을 부산인맥의 2인자 격인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에게 위임한다는 생각이나, 이 실장 또한 이미 2004년 열달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청와대를 떠났던 전력이 있을 정도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문 수석 희망대로 될 지는 지켜볼 일이다.

일각에서는 문 수석이 잠시 쉰 뒤 5.31선거뒤 당으로 복귀해 대권가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천정배 법무장관 후임으로 법무장관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과, 노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선비적 기질'이 강한 문 수석이 과연 정권 말기에 이런 고역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盧-시민단체 갈등속 황인성 수석도 퇴장

문재인 수석의 퇴장과 함께 또하나 주목을 끄는 것은 황인성 시민사회수석의 급작스런 교체다. 황 수석은 지난 2004년 시민사회비서관으로 기용된 후 지난해 11월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시민사회수석 일은 채 반년도 안한 셈이다.

따라서 그가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청와대측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노무현대통령의 '사학법 재개정 수용' 지시에 따른 갈등의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진주고 출신으로 광의의 '부산인맥'으로 분류되는 황수석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전형적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의 대화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권 후반기를 맞아 노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간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고, 최근 노대통령의 사학법 재개정 수용 지시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방침으로 시민사회단체에서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황수석은 이 과정에 양측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역부족'을 느꼈고, 이에 이번에 사퇴하기에 이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밖에 '호남 티오'인 김완기 수석은 지난해 1월부터 1년3개월여에 걸쳐 인사수석으로 일해왔던 만큼 교체시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인맥' 퇴조하나, 안희정 복귀설도

이렇듯 교체상황이 미묘한 만큼 관심은 후임이 누가 될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우선 문재인 민정수석 후임으로는 전해철(44) 민정비서관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는 천정배 법무장관이 창립한 법무법인 해마루에서 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변호사 출신으로, 노대통령의 오른팔인 안희정씨 변론을 맡기도 했던 인물이어서 주목된다. 차기대권을 꿈꾸던 천 장관으로선 전 비서관이 민정수석을 맡게될 경우 중요한 교두보를 차지한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희정씨가 올 하반기쯤 청와대에 복귀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의 발탁 여부는 향후 권력지형의 변화를 읽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황인성 시민사회수석 후임으로는 이호철(48) 국정상황실장과, 이정호(47) 제도개선비서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FTA 추진 등을 둘러싸고 악역을 맡아야 할 이 자리를 과연 부산인맥의 실세인 이호철 실장이 맡을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인사수석 후임으론 인천 출신의 박남춘(48) 인사관리비서관이 유력시되고 있다. 박 비서관은 노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때 총무과장을 지낸 측근 참모다.

공석중인 혁신관리수석에는 현재 수석 대행을 맡고 있는 노대통령 부산상고 동기인 차의환(59) 혁신관리비서관이 기용될 것으로 전해졌고,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는 여성 과학자 출신이 발탁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과 퇴임을 같이 할 새로운 청와대 비서진의 구축이 과연 어떤 모양새를 띌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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