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6.15공동선언 7주년 기념 행사에서 잇따라 보여준 남측에 대한 일련의 적개심 표출이 국내에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의 두가지 상반된 메시지
북한은 14~15일 두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하나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남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대표)의 "2차 남북정상회담이 빨려 열려야 한다"는 발언을 문제삼아 위성송출을 방해하며 강력반발한 것. 다른 하나는 15일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의 귀빈석 입장을 막아 이날 행사일정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북한의 두 행동은 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 모두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세현 전장관 발언을 막은 것은 현 상황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며, 박계동 의원을 지목해 귀빈석 입장을 막은 것은 한나라당의 집권에 반대한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단상위 배석 문제로 민족단합대회가 결렬된 15일 오후 백낙청 615 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인민문화궁전로비에서 민족단합대회 연기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盧-한나라 동시 몰아치기'
당연히 국내 정가에는 즉각 후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북한은 이번 대선에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그들이 원하는 정권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현하더니 어제는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면서 "북한은 입만 열면 민족공조를 강조해 왔지만 이런 주장들이 진정성이 결여된 정치선동이었음을 북한 스스로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북한을 맹비난했다.나 대변인은 "국민의 50% 가까운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은 남북화해에 찬물을 끼얹는 반민족적 행위"라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반응은 북한의 행동을 '한나라당 집권 저지'로 몰아가는 것이나, 앞서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거부반응'을 보면 일면적 해석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한 예로 열린우리당 등 정부여권은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거부 메시지에 적잖이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BDA자금 문제가 해결되고 이에 우리정부가 쌀, 옥수수 등 식량지원 재개 입장을 밝힌 직후에 나온 북한의 첫반응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번 남북장관급 회담때 북한이 남측의 쌀지원 약속 파기를 비난하며 "이는 자세와 태도의 문제"라며 노무현 정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명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북한이 향후 한국이 아닌 미국과 직거래를 하겠다는 의미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정가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같은 대응을 '노무현-한나라당 동시 몰아치기'로 분석하고 있다. 즉 북한이 연말 대선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양쪽과 등거리 외교를 펼치면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것. 이는 최근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대북정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나의 대북정책에 관심을 보이며 직-간접적으로 접촉을 해오고 있다"고 말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분석이다.
북한의 이같은 노선을 드러냄에 따라 연내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염원하는 노대통령 등이 어떻게 대응할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