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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일보 조용수, 강기훈, 이수근 사건 진실 밝힌다"

진실화해위, 16개 사건 3백88건 우선조사대상 선정

과거사법 통과를 둘러싼 1년 넘는 진통 끝에 지난 12월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진실화해위)가 과거사 진실 규명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진실화해위는 25일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하 민족독립규명위원회, 집단희생규명위원회, 인권침해규명위원회 등 3개 소위와 15차 전체회의를 통해 총 2천8백86건의 접수 사건 중 16개 사건 3백88건에 대해 첫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선정된 사건은 소위별로 민족독립규명위원회가 96건 중 3건, 집단희생규명위원회가 2천4백90건 중 3백82건, 인권침해규명위원회가 3백건 중 3건이었고 ‘형식적 사유’로 인해 각하된 사건은 총 1백건이었다.

이번에 조사개시가 결정된 각 소위별 주요사건으로는 우선 인권침해 부문에서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이수근 간첩 사건 등 해방 이후 공권력에 의한 대표적인 사법조작 사례들이 선정됐다.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진실 밝혀지나

해방 이후 국가권력에 의해 벌어진 대표적인 언론탄압으로 아직까지 회자되는 민족일보 사건은 1961년 군부세력으로 이뤄진 계엄사령부와 혁명재판소가 ‘북한 활동 고무 찬양’을 이유로 신문사 폐간조치에 이어 조용수 사장을 사형 집행한 사건.

당시 사법부는 조용수 사장에 대해 ‘사회대중당 주요간부로서 일본 조총련계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고 북한의 활동을 고무 찬양했다’는 이유로 기소하고 5개월 만에 사형을 집행, 그동안 ‘망자에 대한 사면’조항이 없는 현행 사면법 체계에서 명예회복과 복권을 위한 진실규명이 이뤄지지 않아왔다.

진실화해위는 “조용수는 당시 사회대중당의 주요간부도 아니었고 당시에는 단순 찬양·고무죄를 처벌할 법적근거가 없었다”며 “사형판결에 대한 재심사유가 있으므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실과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5일 5개월의 사전조사를 거쳐 16개 사건 388건에 대한 과거사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최병성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의혹

또한 지난 1991년 동료의 유서를 대필한 혐의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강기훈씨에 대한 진실규명 조사도 착수된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 불리며 15년이 넘도록 검찰의 신뢰성과 재야단체의 도덕성 문제로 공방이 끊이지 않았던 이 사건은 지난 해 경찰청 과거사위에서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검찰의 관련 자료 공개 거부로 인해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영재 위원은 “경찰청 과거사위가 이미 의결을 통해 우리에게 자료를 인계했고 검찰에 대한 자료제출 명령권, 비밀서류에 대한 열람권이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보존된 것으로 알려진 재판자료, 수사자료, 유서원본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탁운동가들의 소련 유형 사건도 조사

민족독립 부분에서는 ▲영동군 황간면 장터 만세운동 ▲중국지역 항일독립운동 ▲1940년대 반탁운동가들의 소련 유형이 우선 조사대상으로 꼽혔다.

특히 40년대 반탁운동가들의 소련 유형의 경우 진실화해위는 “사전조사 결과 구소련으로의 강제 이주 동포가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구소련지역의 재외동포사를 총체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첫 사건 접수 이후 2천4백90건으로 전체 접수 사건의 85%에 달할 정도로 진정이 쇄도했던 집단희생 부분은 함평 11사단, 제주 섯알오름 등 한국전쟁 직후 일어난 집단희생 사건이 주로 선정됐다.

특히 한국전쟁 발발 당시 경찰과 국군에 의해 불순분자로 몰려 2천명 연행, 252명이 학살당한 ‘제주 섯알오름 사건’은 지난 2003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공식 명예회복이 된 사건이지만 진상규명이 미흡하다는 유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이밖에도 집단희생 부분에서는 한국전쟁 직후 경찰과 국군, 북한군에 의해 1백명 이상의 양민 대량 학살당한 ▲고양 금정굴 사건 ▲단양 곡계굴 사건 ▲경남 코발트 광산 사건 ▲문경 석달 사건 ▲경기지역 적대세력 사건 등을 선정했다.

진실화해위 “16개사건 진상조사 돌입, 2차, 3차 대상선정도 서두를 것”

진실화해위는 이날 선정된 388건의 우선 조사대상 사건에 대해 각 위원회 산하 조사국을 중심으로 자료조사, 관련자 청취, 실질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김갑배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오늘 선정된 사건들은 소위원회 산하 조사국에서 민원이 허용하는 한에서 조사개시를 할수 있게 되어있다”며 “수천건의 신청사건이 밀려있는 상황을 감안해 2차 사건 선정도 빠른 시일내에 끝내 여러 사건을 동시에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결과에 따라 ‘진실 규명 결정’ 또는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후 사안별 진실규명 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회복을 위한 기념사업에 나선다. 또한 가해자가 분명히 드러날 경우 법적·정치권 권고 조치를 취하게 되지만 여타 과거사위와 마찬가지로 법적 강제력은 갖고 있지 않다.

진실화해위는 올해 11월 30일까지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받아 사전조사와 심의위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 지속적으로 조사개시를 결정하게 되고 신청사건 외에도 역사적으로 중대한 사건으로 인정될 경우 직권으로 조사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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