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이 오는 9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전에 6·25전쟁 종전(終戰) 선언을 하고, 내년 5월까지 북-미 수교 프로세스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9일 밝힌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등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범여권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로드맵을 밝혔다고, 버시바우 대사를 만난 김혁규 의원과 김종률 의원이 면담록을 공개하며 전했다.
이들이 공개한 면담록에 따르면, 버시바우 대사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경우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6·25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영구적 평화체제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 해결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표와 의지가 있고 임기내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며 “북-미 수교의 프로세스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다만 이런 프로세스는 비핵화, 평화체제 협상과 함께 가야 한다. 내년 지금과 비슷한 시기(내년 5월)에 (북-미 수교 프로세스가) 종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수교가 먼저 이뤄지는 것은 단기간에 어렵다. 평양과 워싱턴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것은 마지막 단계”라며 "다만 미국은 중간단계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단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치, 적성국 조사법 적용에서 배제하는 조치, 주민 삶을 개선하는 경제교류협력 확대 방법 등이 그것"이라고 구체적 조치를 열거했다.
그는 또 "7월 초 평양에서의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대토론회(포럼)도 흥미가 있다"며 "7.4 남북공동성명은 박정희 대통령이 서명한 것이다. 진보진영과는 관계가 없었다. 포럼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진보진영 NGO, 전문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 미국측도 초청되기를 희망한다"고 적극적 대북접촉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그러나 북한이 명백하게 비핵화의 길을 가는 것이 선결조건"이라며 "영변 핵시설 폐쇄, 핵 시설 및 프로그램 불능화 조치, 핵 프로그램 신고 및 폐기 등의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이광재·김종률·김태년·이화영 의원 등과 방북후 돌아온 김혁규 의원측은 이날 “한·미·중 3개국 정상이 모이는 9월 APEC 정상회담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해 4개국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이 적극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이해찬 전 총리가 10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 것도 4개국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률 의원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수교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명확하게 밝혔다"며 "이같은 미국측의 시나리오대로 진행이 된다면 북미 및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가에서는 9월 APEC에서 4자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후속조치로 연내 남북정상회담도 성사되면서 연말대선 정국에 일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9월전 종전선언-내년 5월 북미수교라는 로드맵을 밝혀 '한반도 빅뱅'이 도래할 것임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다음은 김혁규 의원 등이 공개한 방북 의원단과 버시바우 미대사 면담록 전문.
방북 의원단과 버시바우 미대사 면담록(2007. 5. 9. 방북단 김종률 의원 정리)
버시바우 대사: 평양 방문을 보도를 통해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이렇게 저희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
김혁규 방북단장: 북 당국의 메시지 전달 요청을 받고 찾아뵙게 되었다. 우리는 북미간, 남북간 신뢰구축에 중점을 두고 협의했다. 이런 요지의 우리측 생각을 전했다.
BDA 해결 이후 북의 2.13합의 초기이행 여부를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미관계개선, 북미수교가 모든 문제를 근본적,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다. 지금이 적기다.
북미간 불신이 아직도 상당하다. 미국은 약속하면 반드시 지킨다. 문서 합의는 믿어도 된다. 미국 영화, 소설 봐라. 절대 등 뒤에서 총 안쏜다.
북도 신뢰 구축에 먼저 적극 나서라. 푸에블로호 반환 결단하라 촉구했다. 푸에블로호 반환 결단하면 미국과 세계에 북이 변했다. 북미관계 개선의 의사, 의지가 있다는 가장 강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에 대한 신뢰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북은 이에 대해 처음에는 대단히 놀랐다. 또 미국하고 사전에 협의했느냐, 미국측의 의사를 전달하러 온 것이냐. 많은 의심과 거부감을 나타냈다. 북은 푸에블로호는 미제침략의 생생한 증거로서 교육자료로 쓰고 있다. 다른 단위 회담이었으면 끝났다고 했다.
우리측은 미국과 협의한 적 없다, 북미관계 개선의 상징으로서 이 시기에 반환하는 게 좋겠다는 우리의 생각이라고 했다. 북미관계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 북미관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모든 문제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
우리측의 진정성을 받아들였다. 당시 상황으로 볼 때 북은 최고당국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BDA 문제가 해결되고 2.13 합의 이행단계의 적절한 시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확인했다.
우여곡절과 여러 차례에 걸친 협의를 통해, 북은 최종적으로 BDA 기술적, 절차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잘 해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결 된 이후 스케줄에 따라 2. 13 합의 초기이행조치를 스케줄에 따라 확실하게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북미관계 개선의사, 의지가 있다. 궁극적으로 북미수교 의사,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런 의사, 의지를 청와대와 미국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버시바우 대사: 흥미롭고 생산적인 정보를 말씀해 주셨다. 감사하다. 미국이 약속 지킨다는 점 강조하고, 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미국은 6자회담 2. 13 합의 이후 북이 약속이행에 대해 북의 방향을 보면서 약간의 의구심이 든다. 아직까지 북미간 신뢰가 충분치 않은 게 사실이다. 여러 번 북이 실망시킨 게 사실이다. 92년도 비핵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6자 회담이 더 나은 틀이라고 생각한다. 9. 19 공동성명, 2. 13 합의를 바탕으로 진전시켜야 하고 관계를 진행한다.
2. 13 합의는 모든 당사국에게 정확한 타임테이블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실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BDA 해결되면 모멘텀이 다시 붙을 것이다.
BDA는 기술적 문제로 간주한다. 미국은 약속 다 지켰다. 북이 원하면 모든 돈 가져갈 수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약 한달이 소모됐는데 진전시켜야 한다.
북미수교의 프로세스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30일 이내에 정상화실무그룹이 활동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프로세스는 비핵화, 평화체제 협상과 함께 가야 한다. 단계별로 모두 함께 가야 한다. 내년 비슷한 시기에 종료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북미수교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단기간에 어렵다. 평양과 워싱턴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것은 마지막 단계이다. 다만, 미국은 중간단계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단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상호 마찬가지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치, 적성국 조사법 적용에서 배제하는 조치, 주민 삶을 개선하는 경제교류협력 확대 방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선결조건이 있다. 북이 명백하게 비핵화의 길을 가는 것이다. 영변핵시설 폐쇄, 핵 시설 및 프로그램 불능화 조치, 핵 프로그램 신고 및 폐기 등의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내 사정도 쉽지만은 않다. 행정부 퇴직 관료들이나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일부 언론에서는 미 행정부가 인내심을 너무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그래서 2. 13 합의 이행이 늦더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 시간이 지나가면 선의를 잃어버린다.
부시 행정부가 외교적 해결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표와 의지가 있고, 임기 내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미국은 APEC 앞두고 한국전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영구적 평화체제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 김정일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번에 상당히 의미 있는 답을 주었다. 비핵이 전제되지 않은 북미수교는 어렵다. 2. 13 합의 이행으로 평화체제라는 산꼭대기를 비핵화의 길을 통해 등정하는 것을 상상한다.
우리는 믿는다. 북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내심 같고 기다린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불만을 표현할 이유가 없다.
한미관계, 남북관계, 6자회담 원하는 목적 똑같다. ‘반보 앞서거니 뒷서거니’, ‘손에 손잡고’ 어떤 표현이든 함께 간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6자 회담과 남북관계는 동전의 양면관계 같은 것이다.
중국북한 관계와는 목표와 어젠다가 다르다. 북미 직접 접촉이 중요하다. 남북관계, 6자회담이 발 맞춰서 간다는 한국정부의 얘기 공감한다. 동의한다.
한미는 한 배를 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축이다.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한반도를 지향하는 양국이 가장 근접해 있다.
7월 초 평양에서의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대토론회(포럼)도 흥미가 있다. 7. 4 남북공동성명은 박정희 대통령이 서명한 것이다. 진보진영과는 관계가 없었다. 포럼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진보진영 NGO, 전문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 미국측도 초청되기를 희망한다.
북이 한국정세에 관심이 있는가. 북이 한국정치에 개입되지 않는 게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김혁규 단장이 이에 대해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다. 북이 한국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개입하는 인상이 있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며 바로 분명하게 커멘트 했음).
푸에블로호 반환 문제를 제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북의 태도와 입장이 흥미롭다. 원칙을 얘기한다면 법적으로는 여전히 미 해군 소유이다. 따라서 반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복잡한 게 얽혀 있다.
북이 반환하는 과정에서 선전도구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선박의 선원들이 고문받고 학대받았던 반인권적 상황을 얘기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침몰시키는 게 낫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푸에블로호 반환은 북이 북미개선의 의사, 의지가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에 대한 신뢰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