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최순실에 '미운털' 박혀 잘렸다"
최순실의 평창올림픽 이권개입 차단, 10억 출연 요구에 반발
2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조직위에 몸담았던 ㄱ씨는 "조 회장이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부 장관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갔다"며 "평범한 조찬으로 생각하고 간 자리에서 사실상의 해고 통보를 받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5월 2일 오전 7시에 조 회장을 호텔로 불러 다짜고짜 "이만 물러나주셔야겠습니다"라고 통보했고, 깜짝 놀란 조 회장이 "이유가 뭡니까"라고 묻자 김 장관은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조 회장은 다음날인 3일 전격 사퇴했고, 퇴임 당일 조직원들과 임직원들과 이임 인사를 하면서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문체부는 조 회장의 사퇴발표에서 불과 6시간 뒤 기다렸다는듯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후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다.
ㄱ씨는 조 회장 경질 이유에 대해 "조 위원장이 3억~5억원대의 각종 용역 및 컨설팅 프로그램에 대한 결재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사인을 거부했다"며 "그게 결정적으로 조 위원장의 '해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조 회장은 용역-컨설팅비 등 수억대 사업예산이 올라오자 "이런 사업에 도장 안 찍겠다"며 "장관과 차관도 말이 다르다. 장차관 말을 맞춰서 오라"며 결제를 거부했다.
<경향>은 "수억원대 이권이 걸린 주먹구구식 사업 예산이 수도 없이 올라왔는데, '전문가'인 조 회장이 깐깐하게 검토한 뒤 잘라내는 바람에 실세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ㄱ씨는 평창 올림픽 경기장 관중석과 부속시설을 만드는 3천억원대 '오버레이 사업'을 스위스 전문 건설회사 누슬리에 맡기자고 조직위에 제안한 사람도 김 장관이라고 밝혔다. 누슬리는 최순실씨 소유 회사 더블루K와 업무제휴계약을 맺은 회사다.
앞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씨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이권 개입을 하는데 유진룡 장관이나 조양호 위원장 이런 분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말을 제대로 안 듣는다"며 "그래서 정부에서는 김종덕 장관을 허깨비로 내세우고 그 다음에 평창올림픽은 이희범, 즉 굉장히 자기들이 이제 아주 손바닥 안에서 쥐락펴락하기 쉬운 분으로 바뀐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1일 국정감사때 "안종범 수석이 해외 나가서 조 회장에게 'K스포츠 재단에 10억을 더 내라'고 했더니 '지금 정부 큰 프로젝트에 1천억원 이상을 썼고, 미르에 10억을 냈는데, 또 K스포츠 재단에 10억을 내라고 합니까' 라고 하니까 안종범 수석이 김종덕 문체부장관에게 전화해서 평창동계올림픽 위원장직을 해임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기도 하다.
실제로 그후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위원장직에서 잘렸고,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진해운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수난을 겪어야 했다. 당시 해운업계에서는 업계 2위인 현대상선이 살아나고 1위인 한진해운이 쓰러진 데 대해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냈었다.
이처럼 조 회장이 각종 핍박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계에서는 "전두환이 집권후 무리한 기부금 요구에 반발한 국제그룹을 공중분해시켜 재계를 장악했듯, 최순실도 박 대통령을 통해 한진그룹에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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