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롯데 잘 걸렸다", 국면전환 가동?
롯데 당정회의 소집, 세무조사 착수, 면세점 탈락 경고
정-재계 일각에서는 국정원 해킹 사태, 심학봉 의원의 성폭행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린 정부여당에게 롯데그룹이 국면전환의 빌미 제공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며 사태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세청이 롯데그룹 광고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해 오너들의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을 파헤치기 위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정부여당은 6일 오후 '롯데사태 관련 긴급당정회의'를 열기로 했다.
당정회의에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출석해 '롯데 사태'로 불거진 비밀 지배구조 등의 문제점을 보고한 뒤, 416개에 달하는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2013년 개정을 통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지만, 롯데같은 기존의 순환출자에 대해선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정위, 금융위 등 주무부처는 광윤사와 L투자회사 등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가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비밀 지배구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한국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호텔의 최대 수입원인 면세점 사업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월드타워점이 오는 12월 특허가 만료돼 재선정을 앞두고 있다. 소공점은 작년 매출이 1조9천763억원으로 서울시내 6개 면세점의 지난해 총매출액인 4조3천502억원의 45.4%를 차지하고 있으며, 송파구 신천동 월드타워점도 매출액이 4천8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두 면세점이 재선정되지 못할 경우 호텔롯데는 치명타를 입게 돼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면세점 재허가 심사 때 점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재허가 평가에서 심사위원들이 경영권 다툼을 좋지 않게 볼 가능성이 높다”며 재선정 탈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무부처인 관세청은 9월 25일까지 사업자 신청을 받고 이르면 10월 말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롯데면세점 허가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청와대 분위기도 냉랭하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롯데문제는 개별기업 문제이기 때문에 언급이 적절하지 않다(안종범 경제수석)"는 입장이나, 내부적으로는 크게 분개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처음부터 롯데를 '친MB기업'으로 규정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노동개혁'을 설정한 마당에, 롯데 오너들의 분탕질로 재벌개혁 요구가 비등하면서 노동개혁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6일 예정된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롯데 문제가 우회적 형태로나마 거론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역대 보수정권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승승장구해온 롯데가 스스로 무덤을 판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