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마음속의 '양어장 주인'은?
[김행의 '여론 속으로']<33> 김근태-정동영 주저앉히기
손학규, 그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들의 대통령선거 전략이 보인다? 손 전 경기도지사에게는 억울한 일일지 모르지만 맞는 말이다. 손 전 지사 영입을 반대하는 노 대통령과 그를 '대안'의 하나로 여기는 통합신당파가 만들어낸 대치점에서 대선후보를 양생하려는 양측 속셈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권에서 손 전 지사 영입론은 간헐적으로 나왔다. 정봉주, 양형일 두 의원이 "손 전 지사를 여권 후보로 영입해야 한다"고 했고, 이를 정동영 전 의장이 받았다. 정 전 의장은 지난 8일 "손 전 지사는 하루 빨리 한나라당에서 나와야 한다"고 부추겼다. "그와 (내가) 범여권 내 대권후보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할 뜻이 있다"고도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반격이 날아왔다. 여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손 전 지사 영입은) 정치적 상상력 치고는 하책이고, 정치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런 말 하는 건 정치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 집에 가서 애나 봐야 한다"고도 했다.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에게 "애나 보라"는 것 이상의 모독이 있을까?
문제는 노 대통령의 일갈에도 불구하고 손 전 지사 영입주장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 발언이 전해진 직후에도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나라당 개혁적 인사 중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중도개혁에 동조할 의지가 있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발언이 그렇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그야말로 누구나 사절하지 않는 것"이라고 손 전 지사 영입 방식까지 언급했다. 정 의원은 14일 전당대회에서 당의장으로 선출됐다.
논란의 핵심은 손 전 지사다. 그러나 이 논란은 대선후보를 띄우는 수단과 방법에서 노 대통령과 통합신당파 사이의 간극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나 통합신당에서 자생적으로 후보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통합파는 외부인사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문호개방은 "넓은 바다에서 다시 만나자"며 '기획탈당'한 탈당파들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외부선장론'은 노 대통령이 먼저 꺼내 들었다는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작년 8월 여당 지도부 청와대 오찬에서 "선장이 눈에 보이지 않고 선장이 없더라도 바깥에서도 데려올 수 있다"고 했었다. "우리 내부에도 좋은 사람이 많다"고는 했지만 "공정한 조건에서 경선도 하고 선장을 정하면 좋은 기회가 온다"고 했던 것은 당시 '외부선장'에 의중이 실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도 차기를 노리는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의 면전에서였다.
그랬던 노 대통령이 손 전 지사 영입파들에게 "집에 가서 애나 보라"한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 차분차분 따져보자. 노 대통령으로서는 집권당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사수'를 위해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다급한 처지였다. 두 사람이 결심하면 열린우리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판이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대통령 될 사람은 스스로 노력하고 경쟁해서 후보가 돼야지, 남의 양어장에 와서 낚싯대만 던져놓으면 되는가"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애착 덕분에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은 졸지에 '양어장 주인'으로 자리매김됐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작년 8월에는 '외부선장론'을 꺼내든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당시에는 김근태, 정동영 등 차기 후보들을 적당한 선에서 제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봐야할 것 같다.
결국 작년 8월 노의 ‘외부선장론’은 김근태, 정동영을 주저앉히기 위해, 지금의 ‘양어장 주인’은 열린우리당의 사수를 위해 김, 정을 묵어놓기 위해 덫을 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노의 ‘외부선장론’에 무게를 두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 대통령 의중은 도대체 뭘까? '남의 양어장에 낚싯대만 던져놓는' 인물을 배척한다면 내부 인물을 쓰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내부인물은 누구일까? 과연 김근태, 정동영은 그 반열에 올라있는 것인가? 대답은 부정적이다.
손 전 지사 영입론을 비난하는 것으로 일단 김, 정 두 사람의 여당 사수 역할을 바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이들의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두 사람을 보건복지부, 통일부 장관에 기용한 인사 때문에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다"고 토로했던 노 대통령이다.
결국 노대통령의 의중에 김, 정이 아닌 ‘제3의 예비후보’가 당 내부에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한명숙 국무총리와 유시민 보건복지장관이 될지도 모른다. 김혁규 의원일 수도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이 뒤늦게 "언론과의 갈등과 대립이 국민을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게 했다"며 노 대통령의 특정 언론과의 전쟁 등을 맹비난하고, 코드인사에 제동을 걸지 못한 데 반성한다며 "대통령은 당내사항에 간섭하거나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은 이런 기류를 읽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열린우리당은 14일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당론도 정했고 정세균 의장 체제로 전환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거북한 김 전 의장을 대면하지 않고 숨을 고를 여유가 생겼다. 동시에 노 대통령에게서 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자신의 탈당문제에 대해 "걸림돌이 된다면 알아서 비켜서겠다"면서도 "놀던 물에서 나가는 게 쉽지 않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후보가 뜨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뒷방에 앉게 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열린우리당 탈당 의사가 희미해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대선후보가 뜨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뒷방에 앉게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은 자신이 여당후보를 만들어 놓고 뒤에서 그의 당선을 위해 나서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노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코드대로 대권후보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참 집요하다. 이런 집요함은 그가 자신을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에게 골리앗은 크면 클수록 더 좋다. 그래야 더 영웅이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승리가능성을 믿고 있다. 아무튼 노 대통령은 말의 '달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이 그의 말을 따라주느냐는 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다. 지금까지 전개돼온 현실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여권에서 손 전 지사 영입론은 간헐적으로 나왔다. 정봉주, 양형일 두 의원이 "손 전 지사를 여권 후보로 영입해야 한다"고 했고, 이를 정동영 전 의장이 받았다. 정 전 의장은 지난 8일 "손 전 지사는 하루 빨리 한나라당에서 나와야 한다"고 부추겼다. "그와 (내가) 범여권 내 대권후보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할 뜻이 있다"고도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반격이 날아왔다. 여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손 전 지사 영입은) 정치적 상상력 치고는 하책이고, 정치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런 말 하는 건 정치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 집에 가서 애나 봐야 한다"고도 했다.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에게 "애나 보라"는 것 이상의 모독이 있을까?
문제는 노 대통령의 일갈에도 불구하고 손 전 지사 영입주장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 발언이 전해진 직후에도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나라당 개혁적 인사 중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중도개혁에 동조할 의지가 있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발언이 그렇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그야말로 누구나 사절하지 않는 것"이라고 손 전 지사 영입 방식까지 언급했다. 정 의원은 14일 전당대회에서 당의장으로 선출됐다.
논란의 핵심은 손 전 지사다. 그러나 이 논란은 대선후보를 띄우는 수단과 방법에서 노 대통령과 통합신당파 사이의 간극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나 통합신당에서 자생적으로 후보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통합파는 외부인사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문호개방은 "넓은 바다에서 다시 만나자"며 '기획탈당'한 탈당파들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외부선장론'은 노 대통령이 먼저 꺼내 들었다는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작년 8월 여당 지도부 청와대 오찬에서 "선장이 눈에 보이지 않고 선장이 없더라도 바깥에서도 데려올 수 있다"고 했었다. "우리 내부에도 좋은 사람이 많다"고는 했지만 "공정한 조건에서 경선도 하고 선장을 정하면 좋은 기회가 온다"고 했던 것은 당시 '외부선장'에 의중이 실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도 차기를 노리는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의 면전에서였다.
그랬던 노 대통령이 손 전 지사 영입파들에게 "집에 가서 애나 보라"한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 차분차분 따져보자. 노 대통령으로서는 집권당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사수'를 위해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다급한 처지였다. 두 사람이 결심하면 열린우리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판이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대통령 될 사람은 스스로 노력하고 경쟁해서 후보가 돼야지, 남의 양어장에 와서 낚싯대만 던져놓으면 되는가"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애착 덕분에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은 졸지에 '양어장 주인'으로 자리매김됐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작년 8월에는 '외부선장론'을 꺼내든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당시에는 김근태, 정동영 등 차기 후보들을 적당한 선에서 제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봐야할 것 같다.
결국 작년 8월 노의 ‘외부선장론’은 김근태, 정동영을 주저앉히기 위해, 지금의 ‘양어장 주인’은 열린우리당의 사수를 위해 김, 정을 묵어놓기 위해 덫을 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노의 ‘외부선장론’에 무게를 두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 대통령 의중은 도대체 뭘까? '남의 양어장에 낚싯대만 던져놓는' 인물을 배척한다면 내부 인물을 쓰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내부인물은 누구일까? 과연 김근태, 정동영은 그 반열에 올라있는 것인가? 대답은 부정적이다.
손 전 지사 영입론을 비난하는 것으로 일단 김, 정 두 사람의 여당 사수 역할을 바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이들의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두 사람을 보건복지부, 통일부 장관에 기용한 인사 때문에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다"고 토로했던 노 대통령이다.
결국 노대통령의 의중에 김, 정이 아닌 ‘제3의 예비후보’가 당 내부에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한명숙 국무총리와 유시민 보건복지장관이 될지도 모른다. 김혁규 의원일 수도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이 뒤늦게 "언론과의 갈등과 대립이 국민을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게 했다"며 노 대통령의 특정 언론과의 전쟁 등을 맹비난하고, 코드인사에 제동을 걸지 못한 데 반성한다며 "대통령은 당내사항에 간섭하거나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은 이런 기류를 읽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열린우리당은 14일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당론도 정했고 정세균 의장 체제로 전환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거북한 김 전 의장을 대면하지 않고 숨을 고를 여유가 생겼다. 동시에 노 대통령에게서 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자신의 탈당문제에 대해 "걸림돌이 된다면 알아서 비켜서겠다"면서도 "놀던 물에서 나가는 게 쉽지 않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후보가 뜨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뒷방에 앉게 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열린우리당 탈당 의사가 희미해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대선후보가 뜨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뒷방에 앉게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은 자신이 여당후보를 만들어 놓고 뒤에서 그의 당선을 위해 나서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노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코드대로 대권후보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참 집요하다. 이런 집요함은 그가 자신을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에게 골리앗은 크면 클수록 더 좋다. 그래야 더 영웅이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승리가능성을 믿고 있다. 아무튼 노 대통령은 말의 '달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이 그의 말을 따라주느냐는 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다. 지금까지 전개돼온 현실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