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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이 배신했다", 막판 신경전

'대북 에너지 지원규모'가 마지막 쟁점, 12일 6자회담 종료

5차 6자회담이 12일 폐막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이 지난달 북-미 베를린회담때 미국의 약속사항을 공개하며 미국의 약속이행을 압박하는 등 막판 신경전이 치열하다.

<조선신보> '베를린 합의' 공개하며 미국 맹비난

일본의 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우선 금융제재와 관련, "조.미관계 소식통에 의하면 베를린회담에서 미국은 조선측에 마카오의 BDA와 관련한 금융제재를 30일 내에 해제한다는 것을 담보했다고 한다"며 "쌍방은 9.19공동성명 이행의 초기단계행동조치를 취하는 기한을 60일내로 정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한 쌍방간 초기이행 조치에 대해선 "서로가 확인한 행동조치는 조선측이 영변의 핵시설 가동을 중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합의한 데 따라 필요한 감시와 검증을 받고 미국은 경제 및 에너지 지원을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또 북-미 관계정상화와 관련해선 "제3단계 5차 6자회담에서 조.미관계와 관련한 실무그룹(워킹그룹)이 구성되면 여기서 관계정상화를 향한 토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우선적으로 취급하게 될 현안으로서는 미국이 조선을 테러지원국의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무역법에 따르는 적용을 철폐시키는 과정을 진전시키는 문제가 상정됐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밖에 군사적 위협과 관련해선 "조선측은 이번 회담에서 채택하게 될 합의문서에 미국과 남조선의 합동군사연습 및 무력증강계획의 중지를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며 미국과 남한측에서 이같은 요구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베를린 회담에서 조선은 이 문제의 중요성을 제기했고 미국측도 여기에 주의를 돌리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6자회담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를 향한 발걸음을 떼려고 하는 시점에서 조.미 사이의 군사적 대결은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격화되고 있다"고 최근 미국의 동북아 군사력 강화조치를 비난했다.

신문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해 핵억제력 강화노선을 채택한 조선에 있어서 영변의 핵시설은 말하자면 전쟁억제력을 생산하는 모체"라며 "조선측이 폐기를 전제로 핵시설 가동을 중지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그를 위한 조건과 환경이 구비되어야 한다"며 북한요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신문은 "제3단계 회담은 베를린에서의 조.미 직접대화와 거기서 이룩된 합의에 기초해 열린 것만큼 그 결과는 마지막까지 지켜보아야 한다"며 "조선측 회담 관계자들 속에서는 미국이 아직도 조선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는 목소리가 오르고 있다"고 거듭 미국의 약속이행을 압박했다.

12일 회담 폐막을 앞두고 최대한의 성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차관보. ⓒ연합뉴스


힐 "지원 에너지 양은 실무그룹서 논의"

<조선신보>의 베를린회담 합의사항 공개는 그러나 6자회담 파기를 위한 수순이라기 보다는, 회담 마지막날인 12일 미국 등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막판 심리전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선신보>의 공개 내용 대부분에 대해 이미 6자회담에서 잠정적 합의가 도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은 대부분의 쟁점에는 잠정적 합의를 보고, 북한이 지원을 요구한 에너지양이 너무 많다며 이를 둘러싼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6자회담 합의문에 연간 2백만kw의 전력과 2백만t의 중유 지원을 명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와 관련, 나흘째 협상을 마친 뒤 11일 밤 베이징 숙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틀간 에너지 문제를 협의했다"고 말해, 에너지 지원 규모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에너지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것이 비핵화에 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며 "우리에게 (앞으로 설치할) 경제.에너지 지원 워킹그룹이 있다. 에너지 양의 문제는 워킹그룹에서 다루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견해"라고 말해, 합의문에 구체적 에너지 지원 규모를 명기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내일이 (회담)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에 준비가 돼있다"고 말해, 북한측 요구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측 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1일 밤 "쟁점은 좁혀졌으나 참가국의 중심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다"고 말해 에너지 지원 규모 및 참가국간 분담 규모를 놓고 이견이 있음을 드러냈다.

일본측 대표인 사사에 외무성 아개국장도 이날 밤 "정세는 여전히 엄하다. 내일이 되면 어떻게 될 지 결정될 것"이라며 "북한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측 대표인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11일 "내일이 회담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도 합의에 이를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측은 내일에도 계속 힘든 협상을 벌일 것이고 아직 공동성명 형식의 합의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미, 일본에 배치한 F-22 철수

한편 북한이 <조선신보>를 통해 비난한 내용 중 하나인 미국의 '무력증강' 조치와 관련, 미국이 11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최근 배치했던 최신예 전투기 F-22 랩터(Raptor) 12기를 하와이로 돌려보내 주목된다.

이들은 이번 철수가 6자회담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앞서 일본 주둔 미공군 사령관인 브루스 라이트 중장은 지난주 "F-22 배치는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한 것이며 예측불가능한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였음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F-22기 일본 배치는 미 본토 이외 기지에 배치하는 것이어서 북한의 강한 반발을 샀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6자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하고 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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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4 4
    걱정마라

    에너지는 광신도들이 대준다
    호남을 괴롭힌 빨치산들이 그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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