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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은행-언론...모두가 한 도둑놈"

<현장> 부동산폭등 '민성' "지금은 폭동을 걱정해야 할 전시상황"

기자는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개포동-삼성동-청담동 등 최고 아파트값을 자랑하는 지역을 돌아보는 과정에 택시기사와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 부동산중개업자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정부가 앞장서 서민 피 빨아먹고 있다"

우선 서민들은 정부의 정책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도리어 정부가 직접 나서 부동산 투기와 폭등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한 택시기사는 “토지공사가 뭐하는 곳이고, 주택공사는 뭐하는 곳이냐"며 “지금 나라에서부터 돈놀이를 하고 있다. 토공은 땅장사, 주공은 집장사로 서민들의 피를 빨아 먹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정부에 대해서도 “집값 잡는다, 잡는다 그러는데 오히려 정책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며 “저들이 강남 한 편에서 자리 뻗고 자고 있는데 어떻게 지네들 목에 칼을 들이 밀수 있겠냐”고 극한 불신감을 피력했다.

대치역 4거리 현대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나오던 박상희(가명 42. 여)씨는 “얼마전 ‘집 짓는 데 드는 건설비가 한 채당 3백만원이면 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며 “건설사들이 이렇게 분양가를 높이 책정하는데도 정부는 왜 가만히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아무리 장사해서 남겨 먹는 게 기업들의 생리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니냐. 그걸 비호하는 정부는 분명 건설사들로부터 뒷돈 받고 있는 게 틀림없다”며 정부-건설업계간 부패 의혹을 제기했다.

한 시중은행이 강남 일대 부동산업자들에게 보낸 협조공문. ⓒ김동현 기자


"은행들, 부동산중개업자에 커미션까지 주며 주택담보대출 영업"

기자는 이날 15곳의 중개업소를 찾았다. 그 중 각각 삼성동과 대치동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A, B씨로부터 익명을 전제로, 그들이 생각하는 '부동산값 폭등의 공범’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삼성동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A씨는 “부동산 폭등의 주범이야 정부, 토공, 주공. 건설사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만 부동산 폭등은 워낙 거대한 스케일을 갖고 있기에 공범들이 끼는 특수범죄의 성격이 짙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공범'들을 하나씩 열거했다.

우선 그는 낡은 캐비넛 한 켠에서 서류뭉치를 꺼내 보여줬다. 그가 꺼낸 서류는 한 시중은행이 그에게 보낸 공문. 제목은 '부동산중개업소 업무제휴' 건이었다. '대출 권유수수료'라고 적힌 공문 아래에는 "신규대출취급액의 0.30%(2006년 12월 29일까지 한시적용)"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한 줄 아래에는 "마이너스 대출의 경우는 대출금액을 50%로 평가하여 지급"이라고 적혀있었다.

알기 쉽게 풀면 부동산중개업자가 특정 시중은행에 아파트담보대출을 하도록 한 주민에게 권유해, 담보가 성사되면 해당 은행이 이를 알선한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커미션을 준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3억원의 아파트대출담보금을 성사시켜준 부동산업자는 은행으로부터 90만원의 커미션을 챙긴다는 얘기다.

A 씨에 따르면, 강남 일대 시중은행들 거의다가 아파트담보대출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부동산업체에 협력을 구하고 있다. A씨는 “지점장, 부지점장, 차장까지 부동산으로 나와 중개업자들에게 잘 봐 달라며 인사하러 다닌다”며 “어떤이는 하루종일 부동산 중개업소에 죽치고 있으며 오가는 주민들에게 대출을 권유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버블이 걱정된다고 허구한 날 TV에 나와 은행관계자들이 떠들죠? 그거 다 헛소리에요. 지네들이 이렇게 은근히 부동산 폭등을 즐기며 또 한편으로는 커미션까지 줘가며 즐기고 있는 데 무슨...”이라며 가당찮다는듯 혀를 찼다.

오는 2009년 들어설 현대 ‘서울숲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를 구경하기 위해 늘어서 있는 줄. ⓒ김동현 기자


부동산 중개업자 “제가 더 받아 들일께요. 더 부르세요”

A씨는 자신이 속한 부동산중개업계도 공범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업자들이 주민들에게 ‘부동산이 더 뛸 수 있다’고 바람을 한 껏 집으넣으며 담보 대출을 받아 새로운 곳에 더 투자하라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 뿐인가요? 계약을 하려고 소문이 나면 다른 부동산업자가 몰래 집주인에게 전화해 ‘내가 2천만원은 더 받아 줄 수 있다’며 가격을 높이라고 부추기는 일이 허다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해서 가격이 야금야금 오르는 것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천정부지 금값 집값으로 돌변해 있다”며 “중개업자들도 더 높은 가격에 계약을 성사시켜 덩달아 중개수수료도 오르고 좋은 거지. 이래저래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바람잡이가 엄청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곳 강남 부동산업자들은 아예 주민들에게 ‘정부정책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허다하다”며 “이들이 바람잡아 국지적으로 들었다 놨다 하는 아파트 촌이 한 두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대치동 부동산 중개업자 B씨는 좀 더 노골적으로 일부 부동산 업자들의 전횡을 전했다.

B 씨는 “도곡역 4거리에서 대치역 4거리 까지 부동산 집이 몇 개인줄 아세요? 무려 70개입니다. 한 블록 되는 거리에 무려 70개라니..."라며 "그런데 웃기지 않아요? 왜 이 곳에는 짜장면 집이나 그 흔한 만두집도 없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곳 일대 부동산들이 한 달에 내는 임대료가 자그마치 7~8백만원에 달해요. 코너쪽에 좋은 목은 월 1천만원도 넘어요. 그러니 중국집이 들어설 수 없는 거죠"라며 "‘거래 없다, 물건이 없다, 죽겠다’고 업자들이 언론에 대놓고 그러잖아요? 그게 사실이라면 무슨 수로 저 많은 임대료를 감당하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설령 거래가 없어 공치고 있다손 치더라도 이미 이 일대 부동산 업자들은 그 자체가 부자예요. 지난번에 언론에 집을 몇십채씩 가지고 있다고 나온 사람들 중 한 명이 이 곳 부동산 업자에요”라고 귀뜸했다.

경기고 앞에 들어서 있는 I-PARK 삼성동. ⓒ김동현 기자


"언론사 간부들도 태반이 이곳 사는 사람들, 솔직하기라도 했으면..."

부동산 폭등의 공범으로 B씨는 일부 ‘언론 재벌’을 꼽기도 했다.

그는 “언론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세금 폭탄’이다고...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거래세고 보유세고 1억원도 안되는 돈 가지고 폭탄요? 제가 1억원도 안된다 그래서 죄송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진짜 이 곳 사람들에게는 1억원은 껌값이에요. 보유세로 몇 천만원을 낼 지언정 이 곳 사람들은 여기 안 떠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언론으로 돌려 “언론 재벌에서 일하는 간부급 기자들도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무슨 놈의 세금 폭탄이랍니까? 지네들이 안내고 싶다고 솔직히 양심있게 고백하면 좀 낫죠"라며 "당장 그들이 부동산 폭등이다 뭐다 해서 기사 나오잖아요? 그런데 아이러니인 게 모델하우스 앞에 부동산업자들이 신종 매물로 선전하는 아파트 전단지에는 하나같이 그들 신문들 이름이 박힌 아파트 소개기사죠”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그가 내보인 현대 서울숲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 앞에 뿌려진 전단지에는 한결같이 일부 언론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OO일보 XX일자, OO아파트 소개기사, OO경제, 내집마련 마지막 찬스 이곳을 잡아라 등 광고지에는 언론재벌의 공신력이 스며있었다.

A 씨는 “언론재벌들의 전면 광고는 하나같이 건설사 아파트 분양 광고 뿐”이라며 “그들 신문이 ‘부동산 폭등의 현실’이라며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에 늘어선 사람들 기사를 내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정작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온 건 건설사가 그들 신문에 연일 때린 광고 덕분이 아니었냐”고 비꼬았다.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김동현 기자


“전 국민이 ‘바다이야기’ 이어 ‘부동산이야기’에서 허우적”

A 씨는 작금의 '부동산 대란'을 나름대로 이렇게 정의했다.

“정부가 가장 책임이 많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을 누구 하나의 책임으로 모는 것도 우습다. 지금은 가히 부동산 범죄라고 해도 맞는 말이다. 부동산 범죄는 주범이 주도하고 공범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결코 공범없이 이 거대한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

B씨는 이렇게 정의했다.

“얼마 전 부동산중개업 시험 합격 동기생들과 수도권 인근에서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그 때 하나같은 의견은 ‘이대로 가다간 나라 망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같이 현업에 있는 사람들은 이것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확연히 구별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비정상 이런 용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폭동까지 걱정해야 할 준 전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온 국민이 지금 바다이야기에 이어 부동산 이야기로 허우적 거리고 있다. 마치 모든 국민들이 판 돈을 걸고 노름판에 던져진 것처럼 지금 부동산 폭등은 심각하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0 11
    월남

    개판치면 김정일 세상이 빨리 온다
    퍼중이를 연달아 뽑은 댓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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