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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평당 1억' 향해 폭등중"

<현장> “평당 7천~8천만원 돌파, 지금 강남은 ‘타짜들’ 세상”

'고니'가 1억원을 베팅한다. 이에 '아귀'가 ‘1억 받고 2억원 더'를 외친다. 다시 2억 받고 4억, 4억 받고 8억... 둘의 게임은 한쪽의 판돈이 바닥날 때까지 베팅을 한 후에야 겨우 끝난다. 스무장의 화투로 벌이는 ‘섯다’를 다룬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이다. 영화 <타짜>는 7백만 관객 동원을 끝으로 지난주말 막을 내렸으나, 서울 곳곳에선 지금부터 타짜들의 마지막 혈전이 전개 중이었다.

중개업자 "지금 강남은 영화속 타짜들 세상"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강남 대치동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금 강남은 영화 속 타짜들 세상”이라고 전했다. "집 사람이 15억원에 집을 내놓으면 다시 옆집 사람이 이를 받아 16억원을 부르는 마치 도박판의 '타짜들' 같다"는 게 그의 전언이었다.

그는 "재건축 아파트 개포 주공 3단지 15평형의 거래가가 11억5천만원~12억원을 호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평당으로 계산하면 무려 7천7백만~8천만원. 그는 개포 주공 2단지 25평형도 17억원으로 평당 6천8백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아파트만 폭등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강남 4대 꼭지점’이라 불리는 ▲삼성동 I-PARK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도곡 렉슬의 평당 가격도 최고가가 평당 7천만원에 달하고 있다.

평당 1억원 소문이 나돌고 있는 도곡역 4거리에서 대치역 4거리까지 이어지는 부촌. 우측편으로 대치 개포우성과 선경 아파트는 재건축이 현실화 되면 ‘대한민국 최고 아파트’에 등극할 예정이다. ⓒ김동현 기자


그의 전언은 각종 부동산 사이트에서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부동산정보회사 <스피드뱅크>(11월9일 기준)에 따르면 개포 주공 3단지의 경우 ▲11평형 6억~6억1천만원(평당 5천5백만원) ▲13평형 8억1천~8억2천(평당 6천2백~6천3백만원) ▲15평형 11억5천~11억8천만원(7천6백60만원~7천8백60만원)이었다.

정부가 가장 신뢰한다는 국민은행 아파트값 조사에서도 개포 주공 3단지 아파트의 평당가는 8천만원대에 육박하고 있었다. 국민은행(11월10일 기준)에 따르면 개포 주공 3단지 ▲11평형 6억~6억2천만원(평당 5천5백~5천6백만원) ▲13평형 8억3천~8억5천만원(6천4백~6천5백만원) ▲15평형 11억1천5백만원(7천4백3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중개업자는 “개포 주공 아파트의 저층대는 평당 6천만원대로 보는 것이 오히려 이해하기 편하다”는 주석까지 달았다.

“강북 아파트도 당첨되면 로또”

투기 광풍은 강북도 예외가 아니었다. 11일 오전, 대치역 4거리는 넘쳐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오는 2009년 5월 서울 성동구 서울숲 근처에 공급되는 ‘현대 서울숲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가 주범이었다. 개장 첫 날인 10일 1만여명이 넘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던 대치역 4거리 모델하우스는 주말을 맞아 밀려드는 인파와 차량으로 공황상태였다.

사실상 이 아파트는 서울숲 공원에서 5분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옆에 이마트가 있다는 것을 빼고는 사람의 눈길을 끌만한 아파트가 아니었다. 50층대 주상복합도 아닌 20층대 아파트인 데다가, 성수공단 한 가운데 성수공고 자리에 세우는 아파트로 아직 주위에는 공장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고 지하철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고층 평당 분양가 2천1백만~2천6백만원대는 상당히 '무리한 가격'이었다.

그러나 '추병직발 부동산값 폭등'후 분위기가 1백80도 달라졌다.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날 오전 11시 현재, 9시 개장 후 다녀 간 관람객만 1천명이 넘었다. 개장 첫 날에는 대기 줄을 모델하우스 바깥쪽 대로변에만 두었으나 이 날부터는 밀려드는 인파로 모델하우스 안쪽부터 대기 줄을 늘어서게 했다.

모델하우스 안쪽에 관람을 기다리며 장사진을 이루던 사람들은 차례가 돌아오면 모델하우스 3층에 마련된 전시실로 들어가기 전 실내화 한 켤레와, 자신이 신고 온 신발을 넣어 다닐 주머니를 받았다. 이 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관람이 끝난 사람들이 벗어놓은 실내화를 아래층에서, 관람객들이 기다리는 위층으로 다시 옮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3층 전시실을 들어서면 각 평형대별로 늘어서있는 관람객들과 상담을 받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한 편에서는 도우미들이 아파트 단지의 조형과 인근에 위치한 서울 숲의 장점을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김숙희(가명 56세. 여)씨는 “지금 강북에 사는데 노후 준비로 여기 괜찮을까? 기자 양반 어떤 거 같애?”라며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의정부에서 아침부터 서둘러 이 곳을 찾았다는 이준성(가명 47세. 남)씨는 “집은 좋은데 평당가가 좀 쎄다”며 “하긴 그것도 신청해서 걸려야 말이지”라며 웃었다. 이 씨는 평당 분양가 2천1백만~2천6백만원선인 40~50평형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건립될 힐스테이트 3개동 중 102동 28~29층(최고층)에 복층으로 들어설 펜트하우스(92평형, 평당 3천2백4만원) 등 대형 평형관을 둘러보던 유(남. 37세)모 씨는 전시관을 나오더니 한숨만 쉬었다.

“그냥 둘러봤어요. 잘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사나 궁금하기도 해서요. 야외 테라스에 야외 욕조도 있네요.”

이 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부류는 두 갈래였다. 하나는 재테크가 목적인 진짜 부자들. 모델하우스 근처 한 부동산업자는 “좀 있는 사람들은 이 곳을 둘러보고 ‘큰 평형대가 이 정도밖에 못 짓느냐’며 실망하는 반응을 자주 들었다”고 전했다.

다른 한 부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인 서민들. 한 중개업자는 “서민들이 꼭 여기에 살려고 그러겠냐”며 “태반은 혹시나 했다가 당첨되면 되팔려고 그러는 마음에서 욕심을 내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들 역시 재테크 목적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곳을 찾는 모든이들의 관심은 '재테크', 보다 적나라한 표현으론 '아파트 투기'라는 얘기였다.

실제로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오던 다수 사람들의 입에서는 “이것만 되면 로또”라는 얘기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한 부동산 업자는 “아마 이 곳 프리미엄도 3~4억은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중년여성은 “정부가 '기다려보라, 기다려보라' 하는데 이젠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러야지. 집값이 미친 것인지, 정부가 미친 것이지는 잘 몰라도 하여간 오늘 여기 둘러보긴 했어도 이제 괜찮은 집 하나 마련하기는 공 친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강남구 대치역 4거리에 마련된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 전시장을 관람하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김동현 기자


도우미의 설명에 열중하고 있는 시민들. 이들 관람객들중에는 실수요자(무주택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파트 분양 당첨을 로또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이제 무주택 서민들에게도 아파트 구입은 하나의 투기적 표본으로 돌변하고 있는 셈이다. ⓒ김동현 기자


삼성동 아이파크, 마침내 평당 7천만원도 돌파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에서 도곡역 4거리 방면으로 1km 남짓 한 블록을 더 가면 ‘부의 상징’ 타워팰리스가 나타난다. 타워팰리스 우측으로는 동부센트레빌이 우뚝 솟아있다. 그야말로 강남 부촌(富村)중에서도 부촌이 이 곳 도곡역 4거리를 기점으로 늘어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들 아파트 값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낮다. 도곡역 4거리를 기점으로 늘어선 부동산 업체 5곳을 둘러본 결과 11일 현재 타워팰리스 1차 ▲50평형은 17억~18억5천만원(평당 3천4백~3천7백) ▲101평형 45억~50억(평당4천5백~5천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었다.

32평형과 92평형을 한 가구로 터 만든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124평형)는 평당 5천5백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나 타워펠리스 펜트하우스는 불과 30가구 밖에 되지 않기에 실제로 거래나 매물이 시장에 잘 나오지 않아 거래가를 산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이 곳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치 동부센트레빌의 경우 ▲45평형이 24억~25억원(평당5천3백~5천6백만원) ▲53평형 28억~32억원(5천3백~6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여러 종합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의 현 시세도 현장 부동산업계가 집계한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최고 아파트값 기록을 갖고 있는 경기고 앞에 위치한 I-PARK 삼성동의 경우는 달랐다. 이 곳 입주민들에게 작은 평수로 불린다는 ▲55평형의 경우 30억~35억원(평당 5천5백~6천4백) ▲59평형 32억원(평당 5천5백)으로 거래되고 있었고, 큰 평수로 분류되는 ▲65평형의 경우 42억~43억5천만원(평당 6천5백~7천만원) ▲73평형 47억~51억1천만원(평당 6천5백~7천만원)으로 시가가 매겨져 있었다. 지난 3월 기존 아파트로는 최고가인 평당 6천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7천만원 벽까지 돌파한 것이다. "평당 1억원까지는 갈 것"이라는 주민들의 주장이 헛소리로만 들리지 않았다.

부의 상징.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그러나 타워팰리스는 인근에 I-PARK 삼성을 비롯해 강남의 또 다른 최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김동현 기자


“평당 1억원대 치솟을 아파트는 따로 있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은 "머지 않아 평당 1억원짜리 아파트도 출현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강남 부동산 관계자들이 그 후보로 주목받는 아파트는 강남 대치동 '우성’과 ‘선경’. 이들 아파트는 84년(우성), 85년(선경)에 입주가 시작돼 해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거론되고 있다.

11일 현재 대치 우성 1~2차 31평형의 거래가는 16억~17억원(평당 5천2백~5천5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스피드뱅크> 9일자 조사는 대치 우성 31평형을 14억~16억원으로(평당 4천5백~5천2백)으로 집계하고 있다. 9일자 국민은행 조사에서는 대치 우성 45평형을 21억5천~22억7천5백만원(평당 4천8백~5천1백만원)으로 내놓고 있다. 아직은 평당 5천만원대다.

하지만 이 곳 부동산 관계자는 “통계 잡느라 수일씩 걸리고, 또 평균가격에 불과한 그들 업계의 통계가 현장에서 통할 것 같냐”며 “공식 통계와 이 곳 현장 통계에 평균 1~3억원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귀뜸했다. 최근 며칠새 이 만큼씩 올랐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최고 평당가로 기록될 아파트로 주목받고 있는 대치동 선경 아파트. 대길일(大吉日)인 11일을 맞아 이 날 오후 한 가구가 이사하고 있다. 대치동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호가를 높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다른 과열 지역과 달리 이 곳 아파트들은 꾸준한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에있다. ⓒ김동현 기자


그는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 주공의 경우를 보면 우성과 선경, 넓게 봐서 청실아파트까지... 이들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미래 호가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도관에서 녹물 질질 흘러나오는 15평짜리 개포 주공이 재건축 때문에 지금 평당 8천만원까지 받고 있는데, 학군은 물론 앞마당에 양재천을 끼고있는 진짜 노른자위인 이 곳 아파트가 재건축 되면 가격이 매겨지기나 하겠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성과 선경이 타워팰리스와 동부와 평당가에서 전혀 뒤지지 않고 평형에 따라 앞지르는 일까지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기대심리 때문”이라며 “이 사람들은 정권 바뀌면 무조건 재건축은 정권 5년안에 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자는 “결코 학군이나 양재천 그런 걸로만 우성과 선경에 사는 사람들이 집값을 높게 부르고 있는 게 아니다”며 “이곳 아파트들은 바로 강남 개발 초기, 부촌 형성 초기에 모여든 대한민국 1호 중산층들이다. 한 집 건너 한 집, 변호사가 있고, 의사가 있고, 판.검사가 있는 곳이 바로 여긴데 이 사람들이 뭐가 아쉬어 집을 내놓겠는가? 수요는 넘치고 공급은 한정돼 있으니 가격이 급상승할 수밖에...”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경제부총리를 지낸 열린우리당 의원 등 경제부처 고위직들도 많이 살고 있다고 슬쩍 귀뜸했다.

대치동 H부동산 관계자는 “지금 우성과 선경 등 도곡4거리에서 대치4거리까지 사는 사람들은 마치 집 값 올리기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평당 1억원 간다는 소리도 주민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내뱉는 지경”이라며 “나도 부동산을 하지만 이건 아니다.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며 말했다. 부동산거품이 꼭지점에 도달했다는 얘기로 들렸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27 10
    실거주자

    기자분 안목이 있으시네요 ㅎㅎ
    대치아파트거주민인데 다음뉴스보다 살짝...사이트로 와봤지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조용하던(?) 아파트 이름이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는게 맘에는 들지 않네요...^^
    담부터는 살짝 은마정도만 언급을 해주시길...ㅎㅎ
    아직 원고도안했습니다...

  • 23 9
    ㅎㅎ

    익치가 복덕방 개업했냐?
    주가지수가 5-6000 갈거라 떠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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