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이해찬의 궤변 "지방 땅값은 올라도 돼"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9> '땅값 2천조 시대' 도래

전국을 휩쓴 땅투기, ‘땅값 2천조-아파트값 1천조’ 시대 도래

우려대로 기업도시 드라이브는 2004년 후반부터 전국에 거센 땅 투기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2003년이 ‘아파트 투기’의 해였다면, 2004년은 ‘땅 투기’의 해였다.

기업도시만 유치하면 마치 하루아침에 떼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각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기업도시를 자기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로비공세를 펼쳤고, 이 과정에 전국 곳곳의 땅값은 폭등을 거듭했다.

건설교통부가 기업도시 유치전략 설명회를 개최한 2004년 12월28일 오후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는 삼성, 현대, SK건설 등 대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전국 2백34개 시&#8228;군&#8228;구 중에서 8개 광역자치단체 소속 39개 시.군이 기업들을 상대로 치열한 기업도시 유치 공세를 펼쳐 당시 지방을 휘몰아치던 기업도시 광풍이 얼마나 뜨거운가를 보여줬다.

강원도에서는 원주를 비롯해 춘천, 양양, 고성 등이 유치에 나섰고, 충청도에서는 충주시를 필두로 아산, 서산, 당진, 서천이 나섰으며, 경상북도에서는 포항, 영천, 경주, 경상남도에서는 창원, 김해, 마산, 사천, 거제, 전라북도에서는 군산, 익산, 부안, 남원, 무주, 전주, 완주, 군산, 익산, 정읍, 남원, 김제, 전라남도에서는 무안, 해남&#8228;영암, 나주, 함평, 순천, 광양, 여수, 제주도에서는 서귀포가 나섰다. 행정도시가 옮겨갈 충청남도 일부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다 나선 셈이다. 이들은 예외없이 기업도시 유치를 장담했고, 이를 빌미로 전국 땅값은 급등했다.

지역주민들도 기업도시를 유치해야 땅값이 오른다는 착시현상에 빠져 광적 집착을 보였다. 그런 대표적 사례가 ‘태안 사태’였다.

2005년 5월16일 오전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과 태안군 남면 등 천수만 간척지 B지구 주민 4백여명은 철새 서식지인 가사천변 갈대숲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르고 일대 철새를 쫓기 위해 폭죽을 터뜨렸다. 이날 방화를 한 주민들은 그 동안 환경부가 인근 철새 서식지를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으로 지정하려 하자 그럴 경우 이 지역에 기업도시와 웰빙ㆍ레저 특구를 건설할 계획이 물거품이 된다는 판단에서 이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서산시와 태안군은 각각 천수만 B지구에 1백75만평 규모의 웰빙ㆍ레저 특구와 4백20만평 스포츠 파크와 골프장 등을 갖춘 관광ㆍ레저형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중이었으며, 태안군은 이미 문화관광부에 시범사업 지정 신청서를 낸 상태였다.

초유의 사태에 접한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역 주민들이 기업도시와 특구 지정을 위해서 천수만의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지정을 반대하며 철새를 내쫓기 위해 갈대를 태우고 폭죽을 터뜨린 것은 기업도시라는 망상이 불러온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주민 반발에 놀란 환경부는 "천수만 간척지의 경우는 조류학자들이 철새 도래지를 너무 넓게 판단해 1등급 면적이 필요 이상으로 넓게 정해진 측면이 있다. 철새들이 주로 활동하는 담수호 주변과 배후습지 등을 위주로 1등급 지역을 현실에 맞게 지정할 것"이라며 1등급 권역 대포 축소 방침을 밝히는 등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다른 지역들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기업도시를 유치하려는 경쟁은 치열했고, 이 와중에 땅값만 수직상승했다.

2005년 2월말 건설교통부의 표준공시지가 공시에 따르면, 2004년 한해 동안 재산세, 상속 증여세 등의 부과기준이 되는 개별공시지가가 평균 18.94% 올랐고, 특히 전국의 토지 2천7백41만여 필지의 88.7%인 2천4백75만 필지의 개별공시지가가 상승해 땅값 폭등이 전국에서 예외없이 발생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판교-분당 등이 위치한 경기도는 35%, 행정도시가 옮겨가는 충남은 34%가 올라 상승 폭이 두드러졌으며 기업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명되던 전남 해남.영암 등의 땅값도 크게 올랐다.

땅값 폭등의 결과, 우리나라 전체 땅값(공시지가 기준)이 마침내 2천조원을 넘어섰다. 건교부에 따르면 전국 시ㆍ도 2천7백91만필지(비과세 토지 제외) 9백7억7백40만㎡를 대상으로 개별 공시지가를 합산한 결과 2004년 한해 동안에만 우리나라 땅값이 3백47조원 오르면서, 전체 총액이 2천1백76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참여정부 들어서만 5백조원이나 폭등한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이래 아파트값이 3백조원 올랐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전국적으로 땅 투기가 얼마나 거세게 진행됐는가를 감지할 수 있는 숫자다.

부동산거품의 정도를 측정하는 잣대인 ‘땅값 대비 국내총생산액 비율’은 3차 부동산폭등기 직후인 91년 4.77배에 달했다가 그후 10년간 부동산투기가 종적을 감추면서, 2002년 1.97배까지 낮아졌었다. 그러나 그후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취한 결과, 2003년 2.13배, 2004년 2.35배로 빠르게 높아져 부동산거품 파열 위기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땅값 2천조원은 남한 면적의 1백배나 되는 캐나다를 5번, 남한의 5배인 프랑스를 8번 살 수 있는 액수로 미국 전체 땅값의 50%를 넘는 규모다.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대다수 외국의 경우 땅값을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인 시가로 파악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공시지가는 아직 시가보다 턱없이 낮아 우리나라의 실제 땅값 총액은 2천조원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실련 같은 경우는 “건교부는 건교부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국 땅값이 2천1백76조원이며 이는 시가의 91%를 반영한 수치라고 발표했으나, 강남권 주요 아파트단지의 시가를 조사해본 결과 시가의 30~40%밖에 안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 발표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이 더 심각한 지경이라는 지적이다.

망국적 부동산투기의 결과, 2004년 땅값이 2천조원을 넘은 데 이어 아파트값 총액도 1천조원대를 돌파했다.

부동산포탈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2005년 4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1천조 6천3백58억원이다. 2000년의 아파트 시가총액이 3백53조1천7백56억원이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취한 4년사이에 무려 6백47조4천7백46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 3개방’ 아파트 시가총액은 1백63조1천9백68억으로 부산, 대구, 광주 등 6개 광역시의 아파트 시가총액 모두를 합한 1백97조6천48억원에 버금가, 부의 편중이 얼마나 극심한가를 새삼 절감케 했다.

성장률은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와중에 나온 ‘땅값 2천조, 아파트값 1천조 돌파’라는 실적은 참여정부의 또 하나의 부끄러운 성적표였다.

이해찬의 궤변, “지방 땅값 상승은 서민경제에 타격 안줘”

큰 문제는 그러나 전국의 땅투기장화에 대한 정부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이다.

땅값 폭등을 방치하면서 지방땅값은 올라도 서민생활에 타격을 안준다는 궤변으로 비난을 자초했던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 ⓒ연합뉴스


실세총리인 이해찬 국무총리는 취임 1주년을 맞아 2005년 6월2일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국의 땅투기장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민간부문 여유자금이 생산분야로 가야 하는데 자신이 없으니까 자본이득을 취할 수 있는 분야로 가려고 하며 그중 하나가 부동산"이라고 민간의 투기성향을 비판하면서도 "지방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도시 이런 것의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할 순 없다"고 정부가 부동산값 폭등의 원인 제공자임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 "그러나 지방에서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땅 투기 및 땅값 폭등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땅값 폭등은 곧바로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기초 경제상식조차 결여한 발언이었다.

이 총리는 이어 "문제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라며 "그 부분은 철저하게 불로소득을 취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통해 막아야 한다."고 답해, '지방의 땅값 폭등은 괜찮고 수도권의 집값 폭등은 문제'라는 식의 이중 사고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방의 땅값 폭등은 불로소득이 지방민에게 돌아가니까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비뚤어진 인식구조였다. 이 총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날 국회에서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역대 어느 정부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방 땅값 폭등에 문제의식을 안 갖고 있던 이 총리는 마침내 2005년 7월8일 기업도시위원회를 열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기업도시 시범사업지’ 신청 지역 8곳 가운데 전남 무안(산업교역형), 충북 충주(지식기반형), 강원 원주(지식기반형), 전북 무주(관광레저형) 등 4곳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정부는 이어 8월25일 재차 기업도시위원회를 열어 앞서 보류했던 충남 태안과 전남 영암.해남도 관광레저형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말이 시범 기업도시 선정이었지, 사실상 8곳 신청지 가운데 하동·광양과 사천 두 곳만 제외한 ‘무더기 선정’이었다. 당초 정부는 2~3곳만 선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지자체 및 지역정치권의 압박에 밀려 그 숫자를 크게 늘린 것이다.

무안의 경우 동광건설, 한미파슨스 컨소시엄 등이 참여하고, 무주에는 대한전선이, 충주에는 포스코건설, 임광토건, 이수화학, 동화약품, 주택공사가, 원주에는 롯데건설, 한독산학협동단지, 국민은행, 삼아약품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외형상으로는 관광레저형 3곳, 지식기반형 2곳, 산업교역형 1곳 등 개발이익 비난여론을 의식해 지식기반형과 산업교역형도 포진시킨 모양새이나, 실제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들 지식기반형-산업교역형도 개발이익을 노린 레저형 성격이 짙었다. 지식기반형과 산업교역형 3곳 또한 골프장 건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천2백20만평 부지에 조성되는 무안은 산업교역형이라는 목적과는 관계없는 관광ㆍ레저 단지가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1백8홀 규모의 골프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지식기반형 기업도시로 추진되는 1백만평 규모의 원주, 충주에도 골프장과 골프 아카데미가 건설될 계획이다. 포장만 달리 했을 뿐, 개발차익이 최대 목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광레저형으로 선정된 3곳에는 당연히 매머드 골프장이 줄줄이 들어설 예정이다. 무주에는 2백45만평 부지에 골프장, 콘도 등의 대규모 위락 시설이 들어서며 45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개발지 대부분이 현대건설 소유인 충청남도 태안에는 무려 1백44홀의 골프장과 골프산업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1단계로 우선 1천만평, 2단계까지 합하면 자그마치 3천만평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운 전남 영암&#8228;해남에는 그보다 더 큰 5백40홀의 세계최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사업에는 전경련과 한국관광공사가 참여하는 합동기획단과 전남개발공사와 광주&#8228;전남지역 주요 기업이 함께하는 전남개발컨소시엄, 일본기업연합과 ㈜엠브릿지 홀딩스 등 국내외 4개 컨소시엄 15개 기업이 참여키로 했다. 이헌재가 불붙인 전국토의 ‘골프장화’가 마침내 그 막을 올린 것이다.

기업도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개발이익이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는 달리, 예상했던대로 이들 시범지역의 땅값 급등의 최대수혜자는 ‘외지의 투기세력’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언론 취재결과 확인됐다.

SBS <뉴스추적>은 2005년 7월20일 현지르포 '기업도시-투기만 부추기나'를 통해 4개 기업도시 시범 지역의 외지인의 부동산 투기 실태를 고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업도시 사업으로 땅값이 3~4배 오른 이들 지역에서 외지인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땅을 사들이고 있었다. 2005년 1월부터 6월까지 기업도시 시범 사업 선정 지역에서 거래된 땅의 최대 83%를 외지인이 사들였다. 원주의 경우 1천7백52건 중 83%, 무주는 4백96건 중 62%, 무안은 2천4백56건 중 56%, 충주는 3천8백11건 중 27%를 외지인이 사들였다.

외지인의 땅 투기를 막기 위해서 토지 거래 허가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실효성이 없었다. 토지거래 허가 지역으로 묶인 땅의 경우에는 6개월 이상 지역에 거주하지 않은 외지인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돼있으나, 실제로는 음성적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예컨대 공시가의 4~5배의 땅값을 외지인과 주고받고 명의 이전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외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현지인이 땅을 사는 것처럼 속인 뒤 등기부 등본상 근저당을 설정해 놓는 방법 등이 대표적인 편법이었다. 실제로 무안의 경우 기업도시 시범 사업 선정 직전인 6월 마지막 한 주에만 30건의 근저당 설정이 진행됐다. 이 중에서 채권자들의 주소지는 서울ㆍ수도권 거주자 10건을 포함해 모두 다 외지인이었다.

<뉴스추적>은 또 기업도시 선정 과정의 부실 의혹도 제기했다. 계획서상에 오른 상당수 참여 기업들이 개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참여한 기업이거나 심지어 선정을 위해서 이름만 걸친 경우라는 것이다. 무안의 경우 투자 의향을 보인 46개 기업 중에서 11개가 건설 관련 회사이고 자산매출 규모가 없는 신설 법인도 5개사나 됐다. 원주의 경우에는 아예 참여 의사가 없는 기업을 버젓이 올려놓기도 했다. 산업교역형 기업도시로 선정된 무안에 투자 의향을 밝힌 한 기업 관계자는 "입지가 무안보다 1백배, 1천배나 좋은 영암 대불산업단지도 정부가 만든 지 30년이나 됐지만 텅텅 비어 있다"며 "무안 역시 경쟁력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기업들이 개발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들어온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말해, 참여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강행한 기업도시의 앞날이 암울함을 보여주는 ‘잿빛 증거’들이었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2백6~2백13쪽)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