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전 청와대에서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민란 발발 전야'라고 불릴 정도로 범국민적 분노를 촉발한 부동산값 급등을 막기 위한 긴급회의 소집이었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던 노무현 주재 부동산장관회의
회의후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회의 결과를 브리핑했다. 핵심은 용적률 상향조정과, 주택공급 확대 두가지였다.
권 부총리는 “용적률의 상향 조정, 녹지비율의 조정 등을 통해 분양가가 20~30% 인하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를 줄이고 고층아파트들을 빽빽이 짓겠다는 얘기다.
권 부총리는 “현재 나타가고 있는 시장불안 심리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가시적 대응전략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며 “공급물량, 시기 등을 명시한 ‘공급확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건교부가 발표한대로 내년에 역대 최대규모의 7백70만평의 주택용지를 공급하겠다는 얘기였다.
이밖에 부동산투기와 관련되 탈법, 탈세, 위법사례의 단속을 강화해나가는 한편,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 대해서는 집중단속과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상투적 대책을 열거했다. 이것이 모두였다.
이날 관계장관회의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권오규 경제부총리,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치범 환경부 장관, 윤종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김영주 국무조정실장, 전국표 국세청장이 참석했다.
예상대로 새로운 것이 없는 대책만 발표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주관한 노무현대통령. ⓒ연합뉴스
분양원가 공개는 한마디도 없고 추병직 질타도 없고...
이날 부동산회의는 왜 부동산값 폭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가를 또한차례 보여준 회의였다.
정부는 그동안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 강북을 변모시킬 뉴타운 등은 '쾌적하고 자연친화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아파트값 폭등이 재연되자 이런 주장은 행불처리됐고 마천루를 지어서라도 분양가만 낮추면 된다는 식의 접근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고층아파트, 주상복합아파트일수록 분양가가 더 비싸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의 이같은 대책은 분양가를 낮추기는커녕 폭등시킬 게 분명하다. 고층 아파트를 허용해 분양가를 낮추려면 우선적으로 분양원가부터 투명하게 공개검증토록 해야 하나, 이날 발표에서도 분양원가 공개 얘기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또한 국민들은 이날 회의에 추병직 건교장관 등이 참석한 데 대해서도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다. 부동산값 폭등의 주역과 함께 부동산대책회의를 해봤자 나올 대책이라는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주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러나 발표가 나오면 관련지역에서는 또한차례 가공스런 땅값, 집값 폭등이 뒤따를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은 이미 '무정부 상태'가 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