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나도 박사모 플래카드 같은 것 걸어주지..."
<현장> 박근혜 파워에 안상수 소외감
안 대표와 박 전 대표는 이날 강릉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유치 한나라당 특위에 나란히 참석했다. 안 대표는 강원도지사 재보선 지원 유세는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다.
회의 시작 20여분 전 황영철, 권성동, 배은희, 원희목, 김소남 의원 등과 일찌감치 회의장에 도착한 안 대표는 '박근혜 대표님 강원도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박사모 회원들의 플래카드를 보고 "나도 저런 거 하나 걸어주지"라고 뼈있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10여분 뒤 박 전 대표가 나타나자 카메라와 취재기자들이 일제히 몰렸고 지지자들까지 합세해 "박근혜" 등을 연호하며 북새통을 이뤘다.
두 사람은 회의 뒤 5분 거리에 있던 빙상경기장 시찰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해병대 복장을 한 박사모 회원 2명이 박 전 대표의 길을 터주었고 박 전 대표 주변에는 지지자들이 스크럼을 짜는 등 박 전 대표를 철통방어했다.
두 사람의 뒤를 따르던 엄기영, 최흥집, 최동규 강원도지사 예비후보들은 박 전 대표 옆에서 걷기 경쟁이라도 하는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고, 엄 후보가 박 전 대표 옆으로 나란히 걷자 한 후보자가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안 대표는 빠른 보폭의 박 전 대표에 뒤쳐져 뒤에서 걸어가야만 했다.
박 전 대표가 이윽고 빙상경기장에 입장하자 지지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박 전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고, 한 여성 회원은 꽃다발을 박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측은 곧바로 "경기장 시설에 대해 보고 드리겠다"며 브리핑을 시작했으나 한 당직자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 안상수 대표님이 오시면 하자"고 브리핑 중단을 요구했다. 취재진은 물론 박 전 대표 조차도 그제서야 안 대표가 아직 빙상경기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잠시 뒤 안 대표가 경기장에 도착하자 브리핑은 시작됐다.
당직자는 브리핑 뒤 기자들에게 "꽃은 그렇다 쳐도 (대표가 안왔는데 보고를 시작하는 것) 그건 아니지"라며 "그래도 대표가 올 때까지는 기다려줬어야지"하고 불쾌감을 나타냈고, 다른 당직자도 “(박 전 대표는) 평당원일 뿐인데...”라고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취재진들 반응은 냉정했다. 이날 강원 취재에 나선 각사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은 20여명 남짓이었지만 안 대표를 따라 후보자합동연설회가 있던 오후 일정을 취재한 기자는 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취재진은 알펜시아 리조트 시찰에 나선 박 전 대표를 따라 평창행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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