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대통령 비행기 추락사, 고위직 등 132명 사망
짙은 안개속에 러시아 공항 근처에서 추락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카친스키 대통령 내외를 태우고 바르샤바에서 출발한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가 이날 오전 10시 56분께(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350km 떨어진 스몰렌스크 공항 활주로 부근에 추락, 카친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안투피에프 스몰렌스크 주지사는 "사고기가 공항 착륙 시도 중 나무 꼭대기에 부딪혔으면서 추락했고 기체가 산산조각났다"면서 "현재까지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외교부도 추락한 비행기에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가 타고 있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 관리도 카친스키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했다.
이 비행기에는 카친스키 대통령 외에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은행 총재, 육군 참모총장, 외무차관 등 고위 정부 인사와 그 가족들이 함께 탄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사고기에는 87명이 탄 것으로 알려졌지만 132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신들이 현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이날 `카틴 숲 학살 사건' 추모 행사에 참석하려고 러시아를 찾았다.
카틴 숲 학살사건이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당시 소련 비밀경찰(NKVD)이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의 산림 지역인 카틴숲에서 폴란드인 2만 2천여 명을 살해, 암매장한 사건이다.
소련은 이 학살이 나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지금까지 폴란드와 러시아 간 분쟁의 불씨로 남아있다.
폴란드는 카틴숲 학살을 국제범죄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관련자료 공개와 범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대량학살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완전한 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날 추락 사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카틴에서 추모식을 한 지 3일 만에 터진 것이다.
당시 푸틴 총리는 러시아 정부를 비판해 온 카친스키 대통령을 초대하지 않았고 카친스키 대통령은 이날 개별적으로 추모식에 참석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사고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사고 당시 공항 주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고 공항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조종사의 조정 미숙과 함께 비행기 자체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Tu-154는 사고 다발 기종으로 지난해 7월 이란 북서부에서 추락, 168명이 사망했으며 지난 1월에도 이란에서 러시아 조종사가 조종한 Tu-154 항공기에서 착륙 도중 불이나 40명 이상이 부상했다.
러시아 당국은 항공기 블랙박스를 회수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가릴 예정이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푸틴 총리를 사고 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비상대책부 장관을 현지로 급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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