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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칸, KT&G 사외이사 1명 확보

<현장> KT&G-아이칸 대접전, 향후 경영발언권 세질듯

국제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가운데 17일 열린 KT&G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 대결 끝에 경영진과 아이칸 측이 각각 사외이사 1명씩을 선임했다.

17일 오전 대전광역시 대덕구 평촌동 KT&G 인력개발원에서 열린 KT&G 정기주총은 사외이사 선임 투표 결과 상위 득표를 한 경영진 추천인사인 안용찬 애경산업 대표와 아이칸 측 추천인사인 워렌 리크텐스타인 스틸파트너스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선임투표 결과 리크텐스타인 사장과 안용찬 대표는 각각 8천4백80만, 7천4백74만표를 획득한 반면, 김병균 대한투자증권 상임고문, 하워드 로버 벡터그룹 대표이사, 스티븐 울로스키 뉴욕주 변호사 등 다른 사외이사 후보들은 탈락했다.

세계언론 총출동 하는 등 국내외 뜨거운 취재열기

이날 주총은 지난달 초 경영진과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했던 칼 아이칸 측의 위임장 확보 경쟁 등 갈등이 두달째 이어지면서 국내외 언론과 주식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KT&G주주들이 사외이사를 뽑기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주총장에는 AP.로이터.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 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 <아사히>와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전 세계의 주요 언론과 <뷰스앤뉴스>를 포함한 국내 언론이 총 출동하는 등 국내외 언론이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였다.

당초 아이칸 측이 매 안건마다 이의를 제기하는 등 주총장에서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핵심 사안인 사외이사 선임 문제를 놓고 벌인 갈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 없이 표 대결로 진행됐다.

이날 주총은 일단 형식상으로는 KT&G 경영진과 아이칸 측의 타협으로 정리됐으나 아이칸 측의 사외이사가 1명 선임됨에 따라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펼쳐진 양측의 불꽃 튀는 공방이 향후 이사회 등에서 갈등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인과 대리인만 보낸 채 리크텐스타인 등은 불참

아이칸 측은 이날 사외이사로 추천된 워렌 리크텐스타인 스틸파트너스 사장과 적대적 M&A를 추진했던 칼 아이칸 등 공격진영의 대표급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아 기대했던만큼 팽팽한 대결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엄준호 스틸파트너스 한국대표는 이날 KT&G 주총에 참석, "아이칸과 리크텐슈타인 사장은 사정상 직접 참석하지 않았으며 변호사와 대리인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영진 측은 안용찬 대표와 김병균 대한투자증권 상임고문을, 아이칸 측은 리크텐스타인 사장과 함께 하워드 로버 벡터그룹 대표이사, 스티븐 울로스키 뉴욕주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아이칸 측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 취하라" 요구

이날 사외이사 안건에 대한 설명에서 아이칸측의 'KT&G 가치실현을 위한 위원회'를 대표한 송현웅씨는 "KT&G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못하고 있으므로 회사는 모든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회사는 핵심분야인 담배산업에 집중하고 나머지 자산은 처분하는 것이 올바르다"며 "여유현금을 이익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소화하는 등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조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회사 이사회와 경영진이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그러나 최대주주 프랭클린템플턴 등이 자사주를 처분하지 말고 매입하도록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주주의 의견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현 경영진을 비난했다. 그는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명망 있고 실력을 겸비한 워렌 리크텐스타인 등 3명을 선임했으며 이들은 회사의 기업가치 실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주주 "투기자본이 차익만 챙긴 채 떠나려는 의도 아닌가 의심"

이에 대해 양영식 주주는 반대토론을 통해 "KT&G가치 실현을 위한 위원회가 내놓은 의견을 세밀하게 살펴본 결과 단기적으로 일부 주주에게 이익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KT&G는 자사주 매입규모와 현금배당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세계적인 담배업체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진의 현행 자사주 매입규모와 현금배당에 만족하며 경영진과 이사진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시한다"며 "가치실현을 위한 위원회가 단기적인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단기적 차익을 챙기고 나머지 부담을 다른 주주들에게 떠넘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주주는 "아이칸 측이 주당 6만원에 살 의향이 있다는 제안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상세히 검토 없이 하루만에 거부한 것은 주주이익을 생각하는 경영자의 입장이 아니라고 본다"며 "경영자로서 주주의 말을 들어야지 본인의 의지와 뜻대로 하는 것은 경영자의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라고 경영진을 공격하기도 했다.

강원도에서 왔다는 한 주주는 "아이칸 측의 제안에 일부 수긍하지만 KT&G는 그동안 경영진과 주주가 함께 심혈을 기울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왔다는 점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아이칸 측이 얼마나 회사에 애착을 갖고 주주를 생각하면서 참여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KT&G 주가 주식시장에서 소폭 하락세...5만4천원대

KT&G의 주가는 이날 주총을 맞아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시장에서 오전 11시 현재 전날보다 9백원(1.63%) 떨어진 5만4천3백원에 거래되고 있다.

KT&G의 주가는 지난 1월만 해도 4만원 중반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아이칸측과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2월3일 처음으로 5만원을 넘어섰다.

이후 2월7일에는 장중 한때 6만5백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다시 조정을 받아 현재까지 5만원 중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아이칸측의 입장표명이 나오면 주가가 상승하고, 이에 KT&G 경영진의 대응이 있으면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KT&G 이사회에 아이칸이 1명 선임되더라도 실제 의사결정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KT&G 경영진이 승리한 셈"이라며 "주총 이후 주식수급이 불안해지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KT&G 경영진, 국내주주 확보에 성공

곽영균 KT&G 대표는 평소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과 달리 이날 결연하고 긴장된 표정과 굳은 목소리로 의사봉을 잡은 채 주주총회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총회 의장을 맡아 회의를 진행한 곽사장은 "최근 환율하락 등으로 인해 수출환경이 나빠지는 등 어려움이 있으나 KT&G는 글로벌브랜드 육성, 바이오산업 진출 등을 통해 탄탄한 21세기의 대표기업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주식 1억1천2백52만1천2백68주, 6천9백81명의 주주들이 출석하는 등 19회째 열린 KT&G 주주총회 사상 가장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KT&G 경영진 측은 아이칸 측과의 위임장 경쟁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아 주총 전 사전경쟁에서는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진 측은 국내 주주들을 상대로 한 위임장 확보 작업 결과 전체 의결권의 20% 이상을 확보했으며 이는 전체의 90% 수준이다.

KT&G의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의결권 가운데 국내 주주들의 비율은 30.8%. 이중 위임장을 맡기지 않는 국민연금(3.4%) 등 일부 연기금과 국내 자산운용사(4~5%)들을 뺀 나머지 의결권은 약 20%선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주주들을 상대로 한 위임장 확보는 KT&G의 경영권 방어 자문사인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와 이들이 고용한 미국 주주관리 전문업체 조지슨쉐어홀더커뮤니케이션즈 등이 맡았다.

한편 아이칸 측에서는 미국 이니스프리 M&A 등이 위임장 확보 작업을 대행했다.

KT&G 노조, 아이칸 측의 M&A 및 사외이사 선임 시도 반대 시위

KT&G 노동조합은 칼 아이칸 측의 M&A 시도 및 사외이사 선임 시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다시 한 번 나타냈다.

KT&G 노동조합원 30여명은 이날 주총장 입구에서 아이칸 측과 해외투기자본에 대한 반대시위를 갖고 칼 아이칸 측이 단기 시세차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며 현 경영진 지지의사를 밝혔다.

KT&G 노조는 성명서에서 "노조는 회사의 중요 이해당사자의 하나로서 아이칸 측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와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하며, 만약 이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단기 시세차익을 추구한다면 소액주주권을 발동해 해당 이사의 해임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아이칸 측은 회사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요구만을 하고 있으며 이는 거부돼야 한다"며 "금융권 차입을 통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단기 주가부양 방안은 될 수 있지만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과 이익창출을 위한 투자여력을 잠식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세계적으로 담배산업 위축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한국인삼공사와 영진약품 등 자회사는 KT&G의 새로운 성장 축을 맡게될 것이므로 매각보다는 보유해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사주 지분의 확대, 담배판매인 및 경작농가와 연대한 KT&G 주식보유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노조를 포함한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대변할 사외이사를 추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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