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굴복, 1만여명 '盧 추모문화제' 거행
대학쪽 저지 뚫고 9일 빗속 무대설치, 교수들도 학교 질타
이날 저녁 7시 부산대 넉넉한 터에선 50여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시민,학생 등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다시, 바람이 분다'가 시작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학생들이 마련한 6천여 석의 좌석이 모두 차, 많은 이들은 서서 문화제를 관람했다.
이날 추모공연엔 노전 대통령의 국민장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전 총리가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신해철, 권진원 밴드,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과 부산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출연해 공연을 펼쳤다.
당초 부산대측은 정치집회라는 이유로 '불허' 입장을 통고한 뒤 8일 차량과 직원들을 동원해 행사 준비 차량 등의 학교출입을 막아 학생들과 치열한 갈등을 빚었다. 총학생회 측은 그러나 굽히지 않고 9일에도 또다시 진입을 시도, 마침내 이날 밤 9시30분께 조명, 영상, 음향 등 무대에 필요한 장비 대부분을 대학 내에 반입시켰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무대 설치를 완료할 수 있었다. 대학은 결국 이날 밤 10시를 기해 정문을 제외한 북문 등 나머지 문의 출입통제를 해제, 사실상 대회 차단을 포기했다.
대학측이 이처럼 후퇴하게 된 데에는 부산대 교수회의 성명이 결정적 작용을 했다. 부산대 교수회는 9일 오후 성명을 통해 "대학은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그것이 자율적으로 걸러지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 불허 조치는 대학의 자유 정신과 배리되는 편협하고 권위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며, 군사작전처럼 물리력을 발동해 정문을 막는 일은 한국 대학 역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라면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통제하면서 본부가 보호하려고 하는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교수회는 또 "추모행사 불허 이유의 초라함과 불허 조치의 방법적 서투름이 대학에 있는 우리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면서 △교문 개방으로 교육 및 연구 업무 정상화 △교문 폐쇄 책임자 엄중 문책 △대학당국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촉구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하나가 돼, 결국 굳게 닫혔던 대학문을 열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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