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빚 갚을 능력에 '빨간 불'
[송기균의 '마켓 뷰'] 중소기업, 환차손 직격탄 맞아
한국은행이 지난 5월20일 발표한 <2008년 기업경영분석>의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우리 기업 중 상당수가 이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업을 위해서 기업들은 공장과 기계설비 구입을 위한 시설자금대출과 원자재 구입 및 인건비 지출을 위한 운전자금대출을 받는다. 그리고 사업을 하여 남는 돈으로 대출이자를 내고 원금을 분할상환한다.
‘사업을 하여 남는 돈’을 영업이익이라 부른다. 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원금과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상환능력을 따질 때 영업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를 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이 바로 영업이익이다.
2008년 우리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5.0%로 전년의 5.3%에 비해 소폭 하락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어려웠던 상황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제조업은 영업이익률이 5.9%로 전년도보다 오히려 0.1%p 좋아졌다. 문제는 겉으로 나타난 수치와 달리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영업이익에서 영업과 관련 없는 비용(영업외비용)을 제하고 남는 이익을 세전순이익이라 부른다. 영업외비용은 일반적으로 대출이자가 대부분이다. 제조업의 2008년 세전순이익률(=세전순이익/매출액)은 3.1%로 전년의 6.1%보다 급격히 악화되었다.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년에 비해 0.1%p 높아졌는데 세전순이익률은 3.0%p나 하락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영업외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업외비용의 주요 항목을 자세히 보면 대출이자비율(혹은 금융비용부담률=이자비용/매출액)은 전년과 같은 1.5%인데, 다른 요인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영업외비용 중 외환관련순비용이 매출액의 1.9%나 된다. 외환관련비용이란 환율과 관련된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다. 수출기업이 작년 초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환율이 변동될 것에 대비하여 선물환계약을 체결하였다. 선물환환율이 1000원이었다고 가정한다. 6개월 후 수출대금이 입금되었을 때 환율이 1200원으로 변동했어도 그 기업은 1달러당 1000원을 받는다.
이 경우 회계처리는 이렇게 된다.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에는 1200원으로 계상하고, 200원을 영업외비용 중 외환손실로 처리하는 것이다. 그 결과 영업이익은 실제보다 커지고 그 대신 외환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외환손실까지를 감안하여 계산한 영업이익이 더 중요하다.
외환관련비용을 감안하여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을 다시 계산하면 4.0%다.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한 2007년 영업이익률 5.6%보다 1.6%p나 하락하였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대출상환능력이 2007년에 비해 상당히 악화된 것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2008년 제조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7%로 전체 제조업 영업이익률보다 1.2%p나 낮다. 제조중소기업의 세전순이익률은 2.1%로 전체 제조업의 3.1%보다 1.0%p가 낮다.
제조중소기업의 외환손실에 대한 자료는 별도로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은 할 수 없지만,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여 추정할 수는 있다. 제조중소기업의 외환손실이 제조업 평균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 외환손실을 감안한 영업이익률은 2.8%~3.0%가 될 것이다.
제조중소기업의 2008년 대출이자부담률은 2.1%였다. 영업에서 번 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겨우 갚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가 이 정도이므로 실제로는 제조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은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상환능력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황이 나빴던 2007년과 비교해도 더 크게 악화된 상태다.
더욱이 이번 조사대상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상장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우리나라의 제조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대출상환능력이 없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기업금융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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