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보는 'IMF의 경고'
[송기균의 '마켓 뷰'] '경기회복론' 드라이브를 보고
그런데 한 주 전에 발표된 IMF의 경제 전망은 이와는 극단적으로 다르다. 세계 경제가 회복은커녕 상당히 위험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IMF의 발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기관이 입게 될 손실 예상액 4.1조 달러’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1.3%’
4.1조 달러라는 금액과 -1.3%라는 숫자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더욱이 비교적 객관적이고 믿을 만한 기관인 IMF의 발표였기 때문에 더 그랬다. 여기에 대해서는 국내 언론에 곧바로 보도되었기 때문에 더 자세한 언급은 생략하겠다.
다만 이 발표와 관련하여 스트라우스 칸 IMF총재가 4월23일 가졌던 기자회견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기에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7쪽에 달하는 기자회견 내용과 6쪽 분량의 질의응답 내용 중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현주소와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데 참고가 될 중요한 몇 가지 단서를 찾아보도록 하겠다.
IMF 총재의 기자회견의 첫 마디는 이랬다. “위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The crisis is far from over).” 그는 이어서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비롯한 경제정책에 힘입어 몇 가지 청신호가 보이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앞에는 상당한 기간(long months)의 경기침체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IMF의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상당히 비관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IMF가 금융기관의 손실 예상액을 계속 늘리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칸 총재의 말을 직접 들어 보자.
“금융위기로 미국 금융기관들이 입게 될 손실총액은 총 2.7조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작년 10월의 1.4조 달러 그리고 금년 1월의 2.2조 달러의 예상치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예상 손실규모를 전 세계로 확대하면 4.1조 달러가 된다. 중요한 것은 손실 예상액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인데 그것은 위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의 경제관련 데이터들은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경제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있지만 그것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IMF의 세계 경제 회복시기에 대한 전망도 상당히 비관적이다. 내년 상반기에 세계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였지만 그것도 불투명하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칸 총재의 발표 내용을 직접 인용하면 이렇다.
“올해 세계 경제는 -1.3%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전망치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악재들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세계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올해 전망이 6개월 전보다 크게 나빠졌지만 세계 경제가 내년 상반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전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렇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두 가지 조건이란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해소다. 칸 총재에 의하면 올해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 규모는 GDP의 2% 수준으로 IMF가 요구한 수준을 충족한다.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에도 각국 정부가 경기회복에 필요한 수준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기회복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하나의 조건은 금융부문이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자본부족을 확충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은 경기부양책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칸 총재의 생각이다. 각국 정부의 재원부족과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신속하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부문의 부실이 신속히 해소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의 회복시기 역시 내년 상반기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한 칸 총재의 다음 발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세계 경제는 이따금 좋은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수주 혹은 수개월이 지나면 그런 좋은 소식들이 단지 일시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질 것이다.”
칸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 중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또 한 가지는 이머징 국가의 경제 전망에 관한 언급이다.
“다른 나라들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아시아 국가들도 절대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기회복의 시작은 미국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또 미국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경기회복으로 돌아서면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도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세계 GDP의 25%를 점하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경기 회복도 기대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칸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세계 경제는 현재까지도 계속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세계 경제는 내년 상반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있지만 불확실하다. 그리고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한 아시아를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회복도 기대할 수 없다.
국내 신문을 통해 우리가 접하고 있는 세계 경제 전망과는 큰 차이가 느껴진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기업금융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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