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디커플링'? 아직 성급
[송기균의 '마켓 뷰'] 3월 자금은 대부분 헤지펀드
23개 국가로 구성된 모건스탠리 이머징지수는 올 1분기 4% 올랐다. 미국 주가도 최근 가파르게 올라 3월 초의 저점 대비 단기간에 20% 이상 상승하였으나, 작년 말과 비교하면 아직도 13% 하락한 수준이다.
이 결과를 놓고 이머징마켓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차별화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재개된 것이다.
‘디커플링’이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가 침체되어도 이머징국가의 경제와 증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서브프라임 위기가 처음 표면화됐던 2007년에도 강하게 제기되었었다. 이머징국가들의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점과 서브프라임의 피해를 이머징국가의 은행들은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주장의 주요 근거였다. ‘디커플링’ 주장은 국내 증시에서 한 때 큰 힘이 실리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곧 틀린 것임이 판명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전세계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였고, 이머징마켓의 하락폭이 오히려 더 컸기 때문이다.
실물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노무라 경제연구소는 올해 이머징국가들의 GDP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5%p 낮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선진국의 잠재성장률 -4.3%p보다 더 큰 폭이다.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실물경제의 타격은 이머징국가들이 더 크게 받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올 1분기 이머징마켓의 차별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4월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메릴린치 국제투자전략가 하트네트의 설명은 이렇다.
“중국경제가 안정을 찾는 신호를 보인 점, 이머징마켓 금융주들의 상대적인 강세, 그리고 3월 들어 일부 투자가들이 리스크 자산에 신속하게 복귀한 점 등 세 가지 요소가 이머징마켓 차별화를 가능하게 했다.”
부연 설명하면 이렇다. 중국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작년의 낙폭과대의 영향으로 상해종합지수가 30% 오른 것이 첫째 이유다. 둘째는 금융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금융지수는 1분기 24% 하락하였다.
또 다른 이유는 3월 들어 경제침체의 최악의 상황이 끝나갈 수도 있다는 기미가 보이자 과감하게 리스크를 지는 일부 투자가, 즉 핫머니가 이머징마켓에 투자를 개시한 것이다.
3월 마지막 3주 간 이머징마켓에 순유입된 자금이 30억불에 달했고, 특히 마지막 주의 자금유입은 1년 만에 최고액이었다.
특히 경기가 회복으로 돌아서면 가장 먼저 원자재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로 자원부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가 더 크게 급등하였다. 두 나라 증시는 각각 9% 상승하여 이머징마켓 평균을 두 배 이상 상회하였다.
문제는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고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경우다. 이 경우 원자재 가격은 다시 하락하고, 수출의존형 국가들 역시 타격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순간 투자자금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신속하게 빠져나갈 것이다. 특히 3월 들어 유입된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이 공격적 성향의 헤지펀드로 추정되기 때문에 그 위험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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