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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국자금 대거이탈에 대비해야"

<블룸버그>, "한국이 아시아경제 하강 주도" "한국주가 오래 침체"

아시아 3위 규모의 한국 경제가 아시아의 경기 하강을 선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의 경제전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이 26일 분석했다.

“한국의 최근 일관성은 투자가들을 매우 실망스럽게 만드는 능력”

페섹은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게재한 ‘한국이 아시아 경제침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이 1.4분기 1.2%에 이어 2.4분기에도 0.8% 성장에 그쳤고 이는 작년초 이후 가장 최저 수준에 그쳤다"며 "한국 경제가 그동안 보여준 저력에도 불구하고 경기활성화에 실패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실망해 최근 주가가 폭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그동안 매우 일관된 흐름을 보여왔지만, 최근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을) 매우 실망스럽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꼬집으며 "한국경제가 불경기에 빠지거나 스태그플레이션에 처할 위험은 크지 않지만 보다 광범위한 아시아 경기 하강의 최전면에 서있다는 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한국은 오랜 동안 수수께끼와 같은 나라였다. 그동안 높은 생활수준, 노동자들의 윤리의식과 역경을 극복해온 역사로 인해 경제가 더욱 빨리 발전해야 했고 최소한 그 성장측면에서 깜짝실적을 내놓아야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한국은 대신 최근 고유가와 국제금리의 인상으로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들어 주가가 7%나 하락했다"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사이 한국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실패함에 따라 투자자들을 더욱 낙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섹은 그동안 참여정부의 경제운영을 전폭 지지해온 애널리스트로, 이번 비판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윌리엄 페섹의 한국경제 분석 글이 실린 블룸버그 통신 ⓒ 블룸버그


한국, 3대 악재에 직면

페섹은 미국 투자은행인 리만 브라더스 아시아의 홍콩 주재 수석이코노미스트 롭 서버래먼의 분석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서버래먼은 "아시아지역이 주기적인 경기 하강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국의 최근 경제지표가 이같은 추세의 증거로, 한국에게는 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가장 큰 난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경제는 중국이 10% 이상, 인도가 8.4%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일본 경제도 뚜렷한 호조를 나타내는 등 90년대말 금융위기 때에 비해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고유가와 세계적인 고금리, 미국시장의 수요 침체 등 세 가지 난제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패섹은 첫번째 난제인 고유가와 관련, "유가의 경우 두바이유의 가격이 올해 들어 27%나 급등했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과 같은 국가는 소비자와 기업의 각종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아시아 지역이 높은 에너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탄력성을 보여준 반면 최근 이같은 고유가 현상이 이 지역에 나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유가에 이은 두번째 난제로 금리인상을 꼽았다. 그는 "치솟고 있는 국제금리의 경우도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며 "워싱턴, 프랑크푸르트, 도쿄 등에서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조치를 취함에 따라 국제적으로 부채총액이 늘어나고 있으며 신용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함으로써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도를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경우 "치솟는 유가와 금리 인상으로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가 10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현대자동차와 롯데백화점 등 기업들로 대표되는 자동차와 백화점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향후 6-12개월내에 아시아의 성장을 계속 억제할 이중 악재"라고 지적했다.

세번째 난제인 미국시장의 수요 침체와 관련해선,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침체는 단지 가능성만으로도 아시아 시장에 압박감을 주고 있다"며 "중국, 인도와 특히 일본의 성장에 있어서 미국의 수요는 아시아의 미래에 대단히 큰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경제가 침체 양상을 보이면서 아시아 수출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는 롭 서버래먼의 분석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국증시 6~12개월간 침체. 외국인 자금이탈에 대비해야”

그는 "한국의 경우 고유가 딜레마에 처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의 국제적인 행렬에 동참했고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세금인상과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등의 조치를 잇따라 취했다"며 "한국의 성장이 느슨해진 가운데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에서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운신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정책결정자들 역시 정책운용의 여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영국 런던에 소재한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경제분석가인 웨슬리 포겔의 “내년까지 국제경제의 연착륙을 기대하지만 한국의 증시가 그때까지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다음 6~12개월 동안 증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 경제가 지난 10여년 동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시스템 견실화와 외채 축소, 외환보유고 증가, 반부패 노력 등으로 크게 달라졌다"면서도 "이제는 아시아 국가들이 빠져나가려는 투자행렬을 끌어들이고 갑작스럽게 떠나려는 돈을 붙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할 시간이 됐다"고 지적, 외국자금의 대거이탈에 대한 대응책 마련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당면한 경기하강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암울했던 90년대로부터 얼마나 멀리 벗어났는지, 아닌지를 보여줄 기회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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