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보같은 증권회사 직원입니다"
[한 증권맨의 눈물] "화 내시는 분, 우시는 분...죄송합니다"
코스피지수 1,000선마저 붕괴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패닉적 상황에 빠져든 24일 한 증권회사 직원이 올린 고통의 글이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는 이날 밤 15년간 주식영업을 해왔다고 밝힌 익명의 증권맨이 올린 글을 삽시간에 12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읽는 등 폭발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글에서 11년전 주가가 70%나 대폭락하던 IMF사태때 "수없이 자살 생각을 했었고 실제 몇번은 실행에 옮기기도 했었다"고 토로한 뒤, "IMF이후 다시는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지금.....지금 객장이 참 어수선하다. 돈 물어내라는 고객님들이 매일 방문하시고 주식 폭락에 우시는 분, 화 내시는 분 등 정말 어수선하다"며 패닉적 객장 분위기를 전한 뒤, "저 분들 마음 정말 십중 백중 이해한다. 나 역시 증권회사 직원이기에 앞서 개인투자자의 한사람이고 증권저축을 통해 투자한 제 돈 역시 거의 없어졌으니까요..."라고 밝혔다.
그는 "15년 영업하면서 IMF보다 더 힘든 시기가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IMF 당시 70% 급락했는데 지금은 그 상황도 아닌데 60% 가까이 폭락하고 있으니..."라며 최근의 패닉에 충격을 숨기지 못하며 "나라도 힘을 내야 고객분들을 위로 하고 자산을 관리할 텐데 나 역시 정신적인 패닉 상태, 공황 상태다. 미친듯이 과속도 해보고 한강에 앉아서 정말 멍하니 아무 생각없이 강물만 응시도 해보고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고
그렇게 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살까지 생각하는 극한적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이번에 증권사 직원 몇분 자살하셨네요..정말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 하지만 정말 남의 일만은 아니다...극단적인 정신적 공황상태하에선 자신이 뭔 짓을 하는지는 그 스스로도 모르니까요"라며 최근 미래에셋생명, 교보증권 증권맨들의 잇딴 자살로 받은 충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말 너무 답답하다"라며 "칼날같이 떨어지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두렵고 제 고객들께 너무나도 죄송하고 스스로의 자존심에 너무나 큰 상처를 입고 매일매일 쏟아지는 스트레스에 편두통이 끊임없어 타이레놀 중독에 걸릴 정도구.....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고 탄식했다.
그는 "전 증권회사 직원이고 시장 판단을 잘못하여 제 고객을 제대로 보호 못한, 그리고 스스로도 엄청난 손실을 입은 매일 폭락하는 고객과 제 자산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수 없는 그런 바보같은 증권회사 직원입니다"라는 자괴적 심정 토로로 글을 끝맺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25일 오전 9시 현재 580여개 댓글을 통해 "단단히 맘을 먹으라"며 극한적 생각을 하지 말도록 다독이며 주가 폭락 사태를 심화시킨 정부의 뒷북 대응 등을 질타하고 있다.
다음은 글 전문.
증권회사 직원입니다 [580] jamshin
증권회사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입니다
연이은 주가하락에 정말 몸도 마음도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습니다
너무 힘들어 이곳에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하고자 합니다
혹시나 실례 되더라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15년간 주식 영업만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천포인트 처음 넘는해에 들어와서 IMF까지 계속 수직 하강하는 최악의 상황도 경험을 했고 작년처럼 2천포인트까지 수직 상승하는 최고의 경험도 했습니다
장이 좋을 땐 제 관리 고객을 큰 부자로 만들어 드리기도 했으나 장이 빠질 때는 귀중한 재산을 완전히 날려버리기도 했읍니다
IMF때는 수없이 자살 생각을 했었고 실제 몇번은 실행에 옮기기도 했었읍니다
사실 살아오면서 매사에 자신감 있게 살아왔고 패배주의는 스스로 용인치 않는 성격입니다
고등학교때 이후 아르바이트만 열네가지...
오직 독학으로만 대학을 졸업했고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성격인데....
그런 제가 자살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니....
저를 믿고 재산을 맡겨주신 분들인데
정말 얼마나 소중한 자산들인데
그분들께는 목숨같은 자산들인데...
한번은 시장에 장사하시는 분들 대상으로 스팟펀드를 팔았는데
손실 40% 확정되어 상환된 적이 있었습니다
제 어머님 같은 분이 제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시며 우시는데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땐 이 직업이 정말 사람이 할 직업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결국 그만두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IMF이후 다시는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중간중간 하락장은 있었지만 IMF 때 비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엇고
그렇게 꿈의 지수대라던 2천 포인트를 기어이 보고 말았습니다
정말 환상이었죠....
고객 자산은 크게 불어서 두배, 심지어 몇배가 늘어난 고객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제 성과급도 솔직히 크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지금.....
지금 객장이 참 어수선 합니다
돈 물어내라는 고객님들이 매일 방문하시고
주식 폭락에
우시는 분, 화내시는 분등 정말 어수선합니다
저 분들 마음 정말 십중 백중 이해합니다
저 역시 증권회사 직원이기에 앞서 개인투자자의 한사람이고
증권저축을 통해 투자한 제 돈 역시 거의 없어졌으니까요...
15년 영업하면서 IMF보다 더 힘든 시기가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IMF 당시 70% 급락했는데
지금은 그 상황도 아닌데 60% 가까이 폭락하고 있으니.......
저라도 힘을 내야 고객분들을 위로 하고 자산을 관리할 텐데
저 역시 정신적인 패닉 상태, 공황 상태입니다
미친듯이 과속도 해보고
한강에 앉아서 정말 멍하니 아무 생각없이 강물만 응시도 해보고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고
그렇게 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매일 이어지는 고객 클레임과 자산가치 하락, 깡통계좌들............
정말 제 정신 가지고 버티기엔 너무 힘들 시간들입니다
이번에 증권사 직원 몇분 자살하셨네요..
정말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하지만 정말 남의 일만은 아닙니다...
극단적인 정신적 공황상태하에선 자신이 뭔 짓을 하는지는 그 스스로도 모르니까요....
"고객 재산은 까지는데 판단 잘못했으니 죽일넘이다...."
"월급 많이 받는데 넌 걱정도 없겠다..."
"고객 자산으로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했던 거 아니냐..."
정말 그 어떤 말에도 할 말이 없네요..
어쨌건 저로 인해 큰 손실이 발생한 건 사실이니....
제 판단 하나에...
정말 이 글을 제가 왜 쓰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답답한 마음에 씁니다....
정말 터질것 같은 답답함에 어딘가 답답한 심정을 쏟고 싶은데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어여 이짓을 그만둬야 하는데....
돈은 많이 받았는데 남은 게 없네요....
그렇다고 낭비하는 성격도 아닌데..............
정말 너무 답답합니다...
칼날같이 떨어지는 지금 이순간이 너무나도 두렵고
제 고객들께 너무나도 죄송하고
스스로의 자존심에 너무나 큰 상처를 입고
매일매일 쏟아지는 스트레스에 편두통이 끊임없어 타이레놀 중독에 걸릴 정도구.....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전 증권회사 직원이고
시장 판단을 잘못하여 제 고객을 제대로 보호못한
그리고 스스로도 엄청난 손실을 입은
매일 폭락하는 고객과 제 자산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수 없는
그런 바보같은 증권회사 직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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