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이 앞으로 수개월 내에 파산할 것이란 불길한 예언이 나왔다.

로고프 "몇달 내 월가 투자은행이나 대형은행 파산할 것"

하버드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 교수는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금융콘퍼런스에서 "미국이 아직 (금융위기의) 숲을 빠져나오지 않았다"며 "금융위기가 아직 절반 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수개월 내에 중소형 은행들이 도산하는 것 뿐만 아니라 투자은행이나 대형 은행 중 한 곳이 도산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위기가 끝나기 전까지 더 금융분야의 더 많은 합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형 금융기관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서방 금융기관에 투자한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들이 큰 수익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국부펀드가 앞으로 닥칠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파산 위기에 직면한 미국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국유화' 보도에 대해서도 "헨리 폴슨 장관이 뭐라고 했든 두 국책 모기지 업체는 앞으로 수년 후에는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로고프 예언대로 실현될 경우 연말 세계금융시장 요동

로고프 교수의 이같은 전망은 국제 금융계에서 남다른 중압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2004년 사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그 이전에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를 지낸 국제금융계의 대표적 경제석학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IMF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후 서방금융기관들이 입은 피해 총액이 최근 5천억달러를 돌파하자 "겨우 부실의 절반가량만 현실화됐을 뿐"이란 비관적 평가를 한 바 있다. 미국부동산거품 파열에 따른 손실이 최소 1조달러, 많게는 1조5천억달러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상황은 이제 간신히 중반전에 돌입한 상황에 불과할뿐이란 지적인 셈.

로고프 교수의 진단은 그러나 IMF와 맥을 같이 하면서도, 월가 굴지의 대형은행이나 투자은행의 몇달내 파산 가능성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세계금융계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대형은행 등이 쓰러질 경우 전세계적 주가 동반폭락, 신용위기 확산 등 그 파장은 예측불허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박해춘이나 <조선일보>, 로고프 경고 경청해야

로고프 교수의 진단 중에서 우리가 또하나 경청해야 할 대목은 서방 금융기관에 투자하는 아시아 국부펀드들이 재미를 못볼 것이란 경고다. 이는 특히 국민재산인 국민연금을 서방 금융기관에 투자하겠다며 투자협상을 벌이고 있는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나, 칼럼 등을 통해 서방금융기관 투자를 권장하고 있는 <조선일보> 등이 되새겨 들어야 할 조언이다.

국제적 환율 전문가인 로고프 교수는 앞서 지난 3월에도 "미국 기축통화시대가 앞으로 10~15년이면 끝날 것"이라며 달러화 폭락을 단언, 세계를 긴장케 한 바 있다. 이는 달러기축통화로 상징되는 미국경제 패권이 최소한 앞으로 50년은 유지될 것이란 통념을 뒤엎는 충격적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로고프 교수의 '달러 기축통화시대 종언'과 '월가 대형은행 파산' 전망은 2차 세계대전후 구축돼온 미국중심의 세계질서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기를 맞이하며 세계적 격변이 도래할 것이란 예언에 다름 아니다.

그의 지적은 국내의 짧은 금융지식이나 상식 갖고서 국민연금 등을 월가 금융기관 지분 인수나 주식투자 등에 쏟아부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중차대한 경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