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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금호, '유동성 위기설'에 휘청

풋백옵션이 화근, "금호그룹과 정부의 합작품" 질타도

지난 수년간 공격적 M&A(기업인수합병)로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며 자산을 3배로 부풀리며 재계 순위 10위로 진입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1일 '유동성 위기설' 확산에 자산매각 등을 통한 현금 확보 방안을 밝혔으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금융감독당국도 이날 금호아시아나 위기의 근원인 '풋백옵션' 방식의 M&A를 규제키로 하는 등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뒷북대응이 아니냐는 눈총을 사고 있다.

큰소리 치던 금호 "자산 팔아 4조5천억 만들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4조5천억원 규모의 자금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각 사업부문의 핵심 계열사별로 자산 매각을 통해 총 4조5천여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

구체적으로 대우건설은 총 2조124억원의 현금을,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금호산업은 총 1조1천505억원의 자금을, 아시아나항공은 총 1조4천111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동안 시장의 '금호 유동성 위기' 의혹 제기에 확보하고 있는 현금만 5조원이 된다며 큰소리치던 금호그룹이 이처럼 자산 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 확보 계획을 밝힌 것은 유동설 위기설로 금호타이어의 2대 주주가 전날 풋백옵션 행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위기감이 급속 증폭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날 금호그룹 주식은 금호석유가 하한가로 폭락하는가 하면, 금호산업 11.9%, 금호타이어 7.06%, 대우건설 7.3%, 아시아나항공 3.03% 하락 등 코스피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폭락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금호그룹의 대대적 자금확보 방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모기업인 금호산업 주식은 소폭 하락하고 금호석유, 금호타이어, 대우건설도 소폭 상승에 그치는 등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금호그룹 계획대로 자산매각이 제대로 돼 자금이 확보될 수 있을지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금호 위기의 주범은 남의 돈으로 기업인수한 풋백옵션

연초 대한통운 인수를 성사시켰을 때만 해도 욱일승천하는 것으로 비치던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만든 주범은 풋백옵션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년 12월 치열한 경합끝에 고가로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풋백 옵션 방식을 동원했다. 3년 뒤인 오는 2009년 12월에 대우건설 주가가 인수가인 3만4천원을 밑돌 경우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되사주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연 9%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해준 것.

그러나 31일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1만4천150원. 반토막 이상 초토화된 상황이다. 더욱이 국내 건설경기가 계속 침체의 늪에 빠져들어가는 상황에 해외건설마저 원자재값 폭등으로 수익률이 급감하고 있어 대우건설 주가의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내년말 풋백 옵션때 과연 금호그룹이 수조원대 돈을 돌려줄 수 있을까라는 이른바 '금호 유동설 위기설'이 급속확산되며 금호그룹 주가 폭락을 부채질해왔다. 시장에서는 역시 풋백옵션 방식으로 사들인 대한통운도 향후 금호그룹에 자금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요컨대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대우건설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해 눈감아준 풋백옵션이 금호그룹은 물론, 금융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든 악재가 된 것이다.

대한통운 인수로 활기 찼던 지난 3월 금호아시아나 투자설명회와 달리 31일 열린 투자설명회 분위기는 무거웠다. ⓒ연합뉴스

금호 위기는 금호와 정부 합작품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계기로 최근 기업들이 풋백옵션을 통해 M&A 자금을 조달하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풋백옵션을 남발하면 시장 상황이 악화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풋백옵션 규제 방침을 밝혔다.

이 부위원장도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할 때 인수 기업들이 풋백옵션으로 인수대금을 조달하면 정부의 자금회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로 인해 1~2년 뒤에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해, 향후 공기업 민영화때도 풋백옵션 방식을 규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정부의 풋백옵션 규제가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투자가들은 지난해 서브프라임 쇼크가 발발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하락국면에 진입하자 풋백옵션으로 기업팽창을 해온 금호그룹을 비롯해 몇몇 그룹의 건전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었다.

한 외국인 펀드매니저 책임자는 이와 관련, "정부가 보유 공기업을 비싸게 팔기 위해 향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위험이 큰 과도한 풋백옵션 동원을 눈 감아준 측면이 없지 않다"며 "결국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금호와 정부의 합작품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금호 유동성 위기는 단지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그치지 않고, 정부가 8월부터 본격화하려는 공기업 민영화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일파만파의 부작용을 몰고올 전망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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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3 개 있습니다.

  • 17 17
    욕심이 과했군

    빨리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뱉어내라
    그게 금호 살리는 길이다

  • 43 14
    111

    주택공사 와 토지공사 를 통합한다고
    패니-프레디 두 모기지 사태를 닮았다..~
    통합에 반대한다....
    공기업민영화 반대이다. 명바기재산이냐 함부로 팔게.

  • 20 28
    ㅋㅋㅋ

    과식하면 탈나지
    한보,진로를 보고도 모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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