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시위대든 경찰이든 어떤 폭력도 정당화 못돼"
"26일은 언론인 수난의 날이었다" 질타
기자협회는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지난 26일은 언론인 수난의 날이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개시를 알리는 장관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이날 서울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가 일부 시위대에게 폭행당해 실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조선일보> 채승우 사진기자도 시위대가 던진 소주병에 맞아 턱 부위가 1cm 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며 26일 시위현장에서 보수신문들이 당한 피해상을 소개했다.
기자협회는 또 "이뿐 아니다. 시위대중 일부는 <동아일보> 사옥에 돌을 던져 1층 유리 현관문을 깨트리고 사기(社旗)를 찢는 폭력을 행사했다. 또 <조선일보> 총무국 건물과 조선일보 관계사인 코리아나호텔에도 몰려가 조선일보 로고를 망치로 부수고 호텔 직원들을 폭행했다"고 덧붙였다.
기자협회는 이어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동아일보사 앞에서 한 경찰로부터 얼굴과 입을 세차례 얻어맞는 폭행을 당했다"며 "최 위원장과 함께 있던 김한솔 <시사뉴스> 기자도 다른 시민들과 함께 얼굴을 맞고 경찰과 몸싸움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며 경찰로부터 당한 피해상도 소개했다.
기자협회는 "시위대든, 진압경찰이든 그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쇠고기 고시의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대도, 공권력의 전면에 서있는 경찰도 언론인과 시민들에 대한 폭력 행사는 자신들의 입장과 존재 이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한다"며 시위대와 경찰을 싸잡아 질타했다.
기자협회는 결론적으로 우선 경찰에 대해 "어청수 경찰청장은 언론노조 위원장과 일부 기자 등에 대한 폭행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책임자 등을 처벌하라"며 "경찰은 폭력을 도발하는 비이성적인 진압방식을 중단하라. 공권력은 정당하게 행사될 때만이 존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또한 시위대에 대해 "촛불시위대도 비폭력 평화시위의 초심을 유지할 것을 엄중하게 권한다"며 "일부 시위대의 과격시위는 열린사회의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집권세력의 퇴행적 시도에 악용될 수 있음을 깊게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자협회 성명서 전문.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빈발하는 언론인·언론사에 대한 폭력행위를 개탄하며
지난 26일은 언론인 수난의 날이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개시를 알리는 장관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이날 서울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가 일부 시위대에게 폭행당해 실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조선일보 채승우 사진기자도 시위대가 던진 소주병에 맞아 턱 부위가 1cm 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동아일보사 앞에서 한 경찰로부터 얼굴과 입을 세차례 얻어맞는 폭행을 당했다. 최 위원장과 함께 있던 김한솔 시사뉴스 기자도 다른 시민들과 함께 얼굴을 맞고 경찰과 몸싸움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시위대중 일부는 동아일보 사옥에 돌을 던져 1층 유리 현관문을 깨트리고 사기(社旗)를 찢는 폭력을 행사했다. 또 조선일보 총무국 건물과 조선일보 관계사인 코리아나호텔에도 몰려가 조선일보 로고를 망치로 부수고 호텔 직원들을 폭행했다.
지난 25일에는 조선일보 이광회 인터넷뉴스팀 부장이 시위대들에게 둘러싸여 멱살을 잡히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시위대든, 진압경찰이든 그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쇠고기 고시의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대도, 공권력의 전면에 서있는 경찰도 언론인과 시민들에 대한 폭력 행사는 자신들의 입장과 존재 이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특히 언론인, 언론사에 대해 자신들의 불만을 폭력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자세다. 일부 언론에 대해 지금과 같은 폭력적 방식으로 대하는 것은 당초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위해 치켜든 ‘촛불’의 순수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취재 현장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하는 기자들은 자유롭게 보도할 권리를 갖고 있다. 어떤 경우든 취재 보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기자들이 인신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언론 자유도, 국민의 알 권리도 지켜질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우리 시민들은 지난 2개월에 걸친 촛불집회에서 ‘비폭력 무저항운동’의 큰 틀을 유지해왔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국민 주권을 주장하는 선진적인 시위문화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가 최근 일부 언론인과 언론사 건물에까지 연이어 물리력을 가하는 것은 그간의 평가를 퇴색시키는 것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외면을 자초하는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경찰도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고, 평화시위를 중재하던 변호사와 국회의원 등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강경진압 방식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언론노조 위원장에 대한 폭행 등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시위 엄정 대처’라는 엄포에 경찰이 과잉충성하려다 생긴 것이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팡이’를 자임하면서 시위를 한층 격화시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언론노조 위원장과 일부 기자 등에 대한 폭행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책임자 등을 처벌하라. 경찰은 폭력을 도발하는 비이성적인 진압방식을 중단하라. 공권력은 정당하게 행사될 때만이 존중받을 수 있다.
또한 촛불시위대도 비폭력 평화시위의 초심을 유지할 것을 엄중하게 권한다. 일부 시위대의 과격시위는 열린사회의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집권세력의 퇴행적 시도에 악용될 수 있음을 깊게 깨달아야 한다.
촛불시위현장에서 빚어지는 폭력사태를 막으려면 시위대와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모자라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은 ‘뼈저린 반성’의 다짐을,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행동으로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극히 일부의 과격시위를 문제삼아 국면을 바꾸고 국정 주도권을 쥐려는 꼼수를 부린다면 더더욱 시민과 경찰의 충돌은 악화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이미 적지 않은 오점을 남긴 대통령이 급기야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시 한 번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폭력적 물리력과 공권력 행사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2008년 6월 27일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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