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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시설보단 차라리 감옥이 낫다”

<현장> 장애인들, 석암-성람재단 비리척결 노숙농성 돌입

“저는 시설에서 20여년을 살아왔습니다. 재단 설립자는 친인척들로 재단을 족벌운영하며 각종 불법과 편법으로 생활인들의 지원을 빼돌려 부를 축적하고, 외국에서 초호화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수십년 동안 사육되어온 것입니다. 사람은 사육당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장애인도 느낄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최근 이사장 일가의 장애인 지원금 횡령 비리가 적발된 석암재단 산하 요양원에서 20년간 생활해 온 장애인 활동가 한규선씨가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토로한 말이다.

장애인들 “비리재단 언제까지 방치”, 서울시청 앞 노숙농성

쌀쌀한 초봄 날씨에 비까지 내린 이날 오후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공투단) 소속 중증장애인과 활동가 70여명이 서울시청 앞에서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을 촉구하며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시설비리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형 사회복지법인의 국고 횡령, 장애인 수당 갈취 등의 혐의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제도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 소속 중증장애인, 장애인활동가들이 25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리 시설재단에 대한 서울시의 설립허가 취소를 촉구했다.ⓒ최병성 기자

2004년 7월 이사장 조 모씨가 국고 2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돼 결국 2006년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 3명이 구속된 성람재단은 3년째 후속 처리 과정을 놓고 장애인단체와 서울시, 법인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성람재단은 서울시의 특별감사 실시 결과 무려 1백12건의 위법사항을 적발당하고 6억원의 지원금을 환수당하자 문제 시설로 지목된 3개 요양원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람재단은 부동산 소유권 이전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설장을 포함한 전 직원 고용승계와 직원들의 체불 임금 10억여원을 지불을 새로운 조건으로 내걸었고 서울시는 결국 재단을 상대로 등기이전 소송을 시작했다.

최근 시설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과 장애수당, 급식비마저 빼돌린 석암재단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재단측은 ‘재산을 대신 관리해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서울시와 양천구청 등 감독기관은 재단 이사진을 검찰에 고발해 전 이사장이 구속기소, 현 이사장 및 관계자 3명이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 도중 농성물품을 반입을 둘러싸고 장애인공동투쟁단과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최병성 기자

“서울시가 석암-성람재단 법인설립 허가 취소해야”

비리 혐의도 다양하다. 인건비 횡령, 장애수당 횡령, 법인 및 시설 재산 횡령, 생활자 이중등록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빈번했던 대부분의 비리가 포함됐다.

끊임없는 내부고발과 외부투쟁을 통해 대형 사회복지법인들의 실상을 폭로해왔던 장애인계는 “이제야 결실을 맺고 있다”고 환호했다. 그러나 이사진은 여전히 족벌체제를 유지했고 시설 장애인들에 대한 처우도 개선되지 않았다. 성람재단은 지난 해 서울시로부터 1백억원 가까운 국고보조금을 변함없이 지원받았다.

장애인들의 분노가 서울시로 향한 이유다.

공투단 김정하 활동가는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상 감독기관인 서울시는 비리 재단에 대해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지만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난 수 십년간 시설에서 유사한 비리가 일어난 것은 비리 재단이 실질적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사회복지 전체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고 비리와 인권유린 행위를 저지르는 법인들은 더 이상 사회복지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며 “서울시는 즉각 이들 재단의 법인설립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공동투쟁단은 경찰이 천막농성 물품 반입을 봉쇄하자 곧바로 시청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최병성 기자

“장애인 정책, 시설 수용에서 자립 지원으로 전환해야”

그는 또 “이제 더 이상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배제.분리되는 시설에 수용돼서 살아가서는 안된다”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탈시설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장애인공투단은 △비리 사회복지법인 석암, 성람재단 법인설립허가 취소 △성람재단 3개 시설 시립화 △자립홈 제도 도입 △시설장애인 초기정착금 제공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생활시간 보장 △활동보조 장애인 자부담 및 대상제한 폐지 등 총 6개 요구안을 들고 서울시와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공투단은 이에 서울시와의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무기한 천막농성을 선언하며 천막을 치려했지만 경찰 측이 물품반입을 제지하고 나서면서 오후 2시부터 3시간 가까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때 경찰이 2차례에 걸쳐 강제해산을 경고하고 공투단도 “비리시설보다는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 당장 잡아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강경히 맞서 양측간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이 강제해산 방침에서 한 발 물러나 장애인들을 둘러쌌던 병력을 후진 배치시켜 우려했던 충돌 사태는 피했다. 공투단은 현재 천막농성 대신 노숙농성을 선택하고 시청 앞 광장에서 경찰 측과 장시간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32 39
    한걸은

    감옥은 가보셨는지...?
    감옥은 가 보셨는지...
    오히려 저소득층 시민보단 훨씬 좋은데...
    배부른 소리같다.

  • 49 24
    참말로

    제대로 알고 써라
    성람재단 100억대 지원은 400여명의 연봉 + 1200 여명의 장애인 의식주으료비이다.
    100억은 큰 돈인데, 대기업 150명의 연봉이고 서울시교향악단 연간 유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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