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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악 'SG 금융사고', 인수위에 불똥

전성인 교수 "인수위 금융규제 완화 즉각 중단하라"

71억달러의 선물투자 실패라는 사상 최악의 금융사고를 일으키며 국제금융계를 일대 혼란에 빠트린 프랑스 소시에떼 제네랄(SG) 사태가 우리나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추진중인 정부조직 개편에도 불똥을 튕기기 시작했다.

전성인 "몰빵의 대가는 언제나 참혹"

거시경제 전문가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8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제롬과 금융감독'이란 글을 통해 이번 SG사태를 계기로 인수위가 추진중인 금융감독부서 통폐합과 금융규제 완화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 교수는 "제롬 케르비엘이라는 리용 출신의 한 은행원이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프랑스 제2위의 대형 은행인 소시에떼 제네랄의 평범한 선물거래인인 그는 회사의 내부통제 부서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십분 활용(?)해 불법으로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선물거래를 하다가 무려 7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며 SC사태의 개요를 소개했다.

전 교수는 "금융이란 이런 것"이라며 "때때로 금융은 일확천금을 실제로 손에 쥐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몰빵'의 대가는 거의 언제나 참혹하고, 부주의의 대가는 추락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금융에는 반드시 이중삼중의 감독과 감시가 필수적이다. 사이렌의 소리에 매혹되어 미친 듯이 로렐라이 언덕을 향해 노를 저어가는 뱃사공을 붙잡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치가 필수적인 것"이라며 세계 각국의 겹겹의 금융감독 및 금융규제를 소개한 뒤, "이 정도면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 이번 소시에떼 제네랄의 교훈은 열 명의 파수꾼이 한 명의 도둑을 잡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기관들은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언제나 툴툴거린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금융규제 때문에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일삼는다. 그리고 찰나적인 허명을 좇는 정상배들은 이런 볼멘소리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도구로 악용한다"며 "그러다가, 바라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고 나쁜 방향으로만 일이 전개된다는 머피의 법칙은 사실이 되고 국민들은 섣부른 금융규제 완화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장난인가를 혈세를 퍼붓고 나서야 깨닫는다"고 금융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IMF사태 발발 직전 재경차관 출신인 강만수 인수위 제1경제분과 간사는 강도높은 금융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규제 강화해야 할 시점에 뜬금없는 규제완화라니..."

전 교수는 이어 화살을 우리 내부로 돌려 YS정권 시절 발발한 IMF사태의 근원이 금융규제 완화에 있었으며, 이명박 새 정부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십여 년 전에 이런 경험을 했다"며 "금융사고의 무서움을 모르던 재경원의 관리들과 일부 시장만능주의자들이 금융감독을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겁도 없이 금융규제를 완화했다. 종금사를 필두로 하는 제2금융권이 은행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나팔을 불어대기도 했다. 그러나 천방지축으로 뛰놀던 종금사는 부실화하고 그 결과 외환위기가 도래했다. 효율성의 상징처럼 재경원이 총애하던 종금사는 사실상 업종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고 IMF사태 당시를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그런데 정확히 십년이 흐른 지금 똑같은 논리가 부활하고 똑같은 얼굴들이 다시 설치기 시작하고 있다"며 "금융분야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금융감독 부서를 공룡화하고, 이에 대한 견제장치는 해체하고 있다"며 인수위의 금융감독 기구 통폐합을 질타했다.

그는 "금융의 기강은 해이해지고 금융기관의 부실은 은폐되고 있다. 금융감독의 고삐를 죄어야 할 시점에 뜬금없는 규제완화 논의가 한창이다"며 "우리은행 하나를 수렁에서 건져내는 데에만 8조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갔다. 그런데도 인수위의 필부들은 경제규제 50건 당 공무원 1%씩 감축한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인수위에 직격탄을 날리며 전면적 재고를 촉구했다.

전 교수는 앞서 지난 22일 시민단체 토론회에서도 경부 분야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 "1997년 외환위기 체제 이전으로의 회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 관련 모든 권한을 금융위원회에 집중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전히 실종되었다"며 제2 경제위기의 도래를 우려한 바 있다.

전 교수는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수제자로, 이같은 우려는 한국경제학회 등 경제학자들 다수 의견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차기 재경부장관으로 유력한 강만수 전 재경차관 등은 원안대로 밀어붙인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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