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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유임' 속내는 5.31후 정계개편 주도?

[포스트 5.31 구상] 선거후 당 복귀해 '개헌-고건 영입' 등 추진

이해찬 국무총리의 유임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매일같이 새로운 의혹이 터져나오며 이 총리 쪽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기류는 최소한 아직까지는 '유임'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가 이해찬 유임을 고집하는 이면에는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국정의 일관성' 때문이라기보다는 5.31 지방선거후 정계개편 시나리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여권내 전언이 나와 주목된다. 이 총리가 5.31선거후 당으로 복귀해 개헌-고건 전 총리 영입 등을 주도하게 한다는 이른바 '포스트 5.31 시나리오'다.

여권인사 "이해찬, 당초 5.31후 당 복귀해 중대역할 예정"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12일 "3.1절 골프파문이 터졌을 때부터 애당초 청와대 입장은 일정 시간이 흘러 비난여론이 수그러들면 이해찬 총리를 그대로 유임한다는 쪽이었다"며 "그러다가 8일 한 여론조사에서 이 총리 경질을 요구하는 여론이 50%선, 유임을 바라는 여론이 40%선이라는 엇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유임을 기정사실화했다"고 밝혔다.

골프 파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유임을 고집하는 이해찬 총리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이처럼 처음부터 이 총리 유임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청와대 등에서 주장하듯 국정의 일관성 때문이라기보다는 향후 정국 플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권 일각에 나돌고 있는 일련의 시나리오를 전했다.

현재 여권은 5.31선거에서 상당한 고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가 했으나, 이해찬 총리 골프파문으로 그 기대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5.31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열린우리당내 양대 대권주자인 정동영-김근태 의원의 위상은 급락하고 여기에다가 일각에서 예상하듯 노무현 대통령까지 우리당을 탈당할 경우 우리당은 공중분해 직전의 일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우리당 주위에 돌고 있는 '6월 위기설'이다.

이같은 위기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선 대통령이 탈당한 후에도 당의 혼란을 수습-통제하며 정권을 재창출할 해결사가 필요하며, 노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이해찬 총리를 그 적임자로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요컨대 '포스트(post) 5.31' 구상이다.

'포스트 5.31 구상'

포스트 5.31 구상의 골자는 5.31선거후 이해찬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 당으로 복귀, 당대표를 맡는다는 것이다. 이때 천정배 법무장관도 함께 장관직에서 물러나 대권행보를 본격화하고, 그 후임은 문재인 민정수석이 맡는다. 이 무렵 당내에서는 신기남 의원이 대권출마 대열에 합류한다.

요컨대 5.31 선거로 상처를 입게될 정동영-김근태 의원 외에 천정배, 신기남 등 신대권주자들이 대권경쟁에 합류함으로써 당내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

그러나 이들 신주자의 합류로 당이 충격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호남계 의원들을 필두로 안개모 의원 등이 고건 전총리 영입을 적극 주장하고 나서면서 당내 계파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판단이다.

이때 당에 복귀한 이해찬 총리가 내각제 개헌론을 제기, 정국을 개헌국면으로 전환시키면서 정가의 지형변동을 도모한다는 것. 이같은 개헌론에 박근혜-이명박 등 지지율에서 앞서가는 대권주자들이 포진한 한나라당이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렇듯 한나라당의 반발로 내각제 개헌 시도가 좌절될 경우 이해찬 총리는 차선책으로 고건 전총리를 영입하며, 이를 통해 호남과의 재통합을 이뤄 정권 재창출을 이룩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게 '포스트 5.31 구상'의 골자다.

포스트 5.31 구상 사실상 붕괴

그러나 이같은 '포스트 5.31 구상'은 예기치 못한 이 총리의 골프 파문으로 구상 자체가 붕괴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구상에 따라 이 총리가 총리직을 5.31선거때까지 고수할 경우 선거패배후 책임이 이 총리에게 쏠리면서 총리가 선거뒤 당에 복귀해 역할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파문의 책임을 지고 금명간 총리직에서 물러나 당으로 복귀한다고 해도 5.31선거 패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궁지에 몰린 양상이다.

골프파문이 터진 뒤 노무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여권 일각의 전언도 이같은 포스트 5.31 구상의 붕괴에서 기인한 게 아니냐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 귀국후 전개될 총리 경질에 대비한 차기 총리 인선작업에 착수했으며, 이와 관련해 경제거목인 K씨 등 몇몇 인사들의 이름도 흘러나오고 있다. 새로운 의혹이 계속 제기되면서 이해찬 총리의 유임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해찬 골프파문의 정치적 파장은 청와대에서 보면 말 그대로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는 셈이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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