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계엄 옹호한 당 돼선 미래 없다"
"계엄 엄정히 단죄하지 않으면 이재명 계엄 막을 명분 없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출간된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우리는 계엄을 막은 당이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계엄을 막으려 한 나를 배신자라고 부르는 프레임 씌우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묻고 싶다. 만약 그때 계엄을 해제시키지 못했다면 우리나라, 우리 경제와 안보, 보수진영 그리고 우리 당이 어떤 처지에 처하게 됐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 확정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계엄을 엄정히 단죄하지 않으면 이재명의 계엄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 계엄을 해도 조기 퇴진도 거부하고 탄핵도 당하지 않으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며 "이재명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전례를 내세워 사법부를 통제하고, 자신의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몇 번이고 계엄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탄핵 찬성과 관련해선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은 나에게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윤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며 "지지자들이 입게 될 마음의 상처를 잘 알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탄핵으로 인해 마음 아픈 분들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민다"며 "당과 보수, 대한민국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판단했지만, 매우 고통스러웠다. 비판은 감당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유죄 판결 확정이 그리 멀지 않은 상황이었고, 시간은 우리 편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한 것인지 안타깝고 답답했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자행한 폭거들로 인해 대통령이 느꼈을 좌절감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 내가 어느 누구보다 더 공감한다"면서도 "이 모든 문제는 정치와 사법 시스템으로 풀어야 할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민주당의 폭거가 극심했다 하더라도 그걸 비상계엄으로 일거에 해결하려는 의도가 대통령 담화에서 드러난 이상 이 계엄은 위헌·위법이었다"며 "법무부 장관 출신 여당 대표가 자신의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이 상황을 바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비대위원장이 된 직후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 파동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는 그(총선 직전 2024년 1월) 전에도 있었다”며 “가장 먼저 사퇴 요구를 받은 건 12월 말이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되고 형식적 절차만 남겨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실 비서관을 통해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비서관은 ‘비대위원장직을 포기하고 장관직을 사퇴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요구를 전달했다. 한 전 대표는 비서관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비서관은 설명을 자세히 하지 못하고 단지 대통령이 ‘이유는 본인이 잘 알 거다’라고만 했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는 “그 전화를 받고 무슨 일인지 알아봤더니 그날 <조선일보> 보도 때문이었다”며 “여당 관계자 멘트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총선 이후에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나왔는데) 대통령이 그 멘트를 제가 한 것으로 잘못 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게 직접이든 간접이든 확인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 그게 황당했다"면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서 몇 시간 뒤 김건희 여사가 문자를 보내왔다. '잘못 알았고, 미안하다. 사퇴 (요구) 표명을 없던 일로 해달라' 했다. 뒤늦게 제가 한 말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개헌과 관련해선 "계엄 사태를 겪으며 현행 헌법상 대통령제를 바꿀 때가 됐다는 것도 실감했다"며 "1987년 헌법의 5년 단임제는 목표를 잃은 대통령이 이판사판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든다"고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오늘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서 보듯 비대해진 의회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 사생결단 식 전쟁이 벌어지는 소선구제의 맹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는 연휴 직후인 다음달 4일 서울에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책은 지난 19일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한 이래 나흘 만에 3만권 이상 예약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16일 서점 판매가 시작되면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개장 전부터 먼저 책을 사려는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이 100미터 이상 줄을 서기도 했다. 오후 3시께는 교보문고 매장에서 매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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