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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엄마는 엄마도 아니냐?”

유니세프, 이랜드 3사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 선정 논란

비정규직 노동자 7백 명을 집단 해고해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이랜드계열 3사가 7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즉각 “이랜드 그룹에서 집단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중 대다수가 아이를 가진 주부사원”이라며 “평소 모성 보호에 앞장섰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나 여성가족부의 이번 결정은 시기상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유니세프 “이랜드 계열 3개사는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이날 제16회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여성가족부 후원 아래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지원하는 기업 6곳을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로 선정하고 이날 오후 상공회의소에서 임명식을 가졌다.

이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선정한 기업은 (주)이랜드 월드, (주)이랜드, (주)이랜드 리테일 홈에버 등 이랜드 계열 3사와 현대건설, GE Korea,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6개사였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2007년 6월, 전국 800여 개 기업에 안내자료를 발송해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 인증을 요청하는 기업들 중 8개 기업을 1차 선정하고 2차로 직접 기업을 방문해 지원정책과 근무 및 착유 시간, 편의시설, 교육 등 4가지 관점에서 현장평가를 실시했다”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6개 기업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한 이랜드 계열사를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로 선정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또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 만들기는 직장여성들이 “일” 때문에 모유수유를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기업이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실천하는 데 앞장서 달라는 취지의 캠페인“이라며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모유수유 운동의 한 형태로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고용불안에 떠는 비정규직 엄마는 엄마도 아닌가”

당연히 노동계가 선정 취소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특히 이랜드 사태가 두 차례의 공권력과 여덟 차례의 교섭 결렬로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니세프의 이번 선정은 모종의 의도가 섞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랜드 어머니 노동자들의 고용차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시점에서 유니세프가 이랜드 계열사 3곳을 선정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사”라며 “시기적으로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고용불안에 떠는 비정규직 엄마는 엄마도 아니라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도 “여성가족부와 유니세프가 이랜드 자본의 선전자 역할을 자임한 꼴”이라며 “이랜드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박탈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행사를 버젓이 진행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여성가족부와 유니세프가 여성 권리에 대해 말할 자격을 스스로 박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규남 한국사회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모유수유 공간을 마련한 기업에게 상을 준다는 유네스코의 취지에 동의하지만 이랜드를 두고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라고 규정한 것은 참으로 애석하다”며 “비정규직 엄마도 엄마다. 비정규직 엄마의 권리와 요구와 투쟁과 파업에 대해 단 한 번도 친근하지 않았던 이랜드는 결코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랜드 노조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조합원은 “모유 먹일 시간은 고사하고 분유 살 돈도 없는 궁지로 밀어 넣으면서 사옥 네 곳에 모유실 차려놓고 유니세프 상 타먹는 회사라면 저는 구토가 먼저 치밀어 오를 것 같다”며 “수천 명에 달하는 어머님들, 여성노동자들 내쫓는 기업이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랍시고 선정되는 나라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비정규직 출신 민노총 간부 고공시위, 8차 협상은 결렬

한편 전날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법인별 협상을 벌였던 이랜드 뉴코아-홈에버 노사는 일부협상 진전을 보였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 9일 9차 교섭을 갖기로 했다.

홈에버 노사는 사측이 노조측 일부 교섭위원의 조합원 자격을 제기하면서 난항을 겪었고 뉴코아 노사는 외주화 철회 시점에서 팽팽히 맞서며 1시간만에 교섭을 종료했다.

이런 가운데 KBS 방송사 비정규직 노조를 4년간 이끌었던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서울교 부근 20m 높이의 대형 광고탑에 올라가 이랜드 사태 해결과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고공시위를 벌였다.

주 부위원장은 이날 폭우 속에서 오후 12시 40분께 광고탑에 올라 ‘이랜드 박성수 회장 구속하라’는 플랫카드를 내걸고 2시간 넘게 시위를 벌였다. 그는 오후 3시께 주변의 설득으로 내려와 탈진 상태로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됐다.

주 부위원장은 지난 2000년6월 KBS에서 해고된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현장을 지키며 연대투쟁을 벌여왔다. 2005년 비정규직 개정 투쟁 당시에는 집회때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형상화한 분장을 하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고 허세욱 조합원의 분신 사망 당시에는 시신이 옮겨진 안성 빈소를 지켰다.

이번 이랜드 사태 때도 그는 경찰의 공권력이 투입되던 순간까지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밤샘농성을 하며 현장을 지켰었다.

비정규직 출신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서울 영등포 서울교의 20m 광고탑 위에서 이래드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고공시위를 벌였다.ⓒ민주노총
최병성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0 16
    ray

    다음은 한나라당이다
    운동권 출신 정권에서 이런일이 일어난다는게
    사람들을 더 미치게 한다
    월급 80 짜리 비정규직이 절반인 나라가 과연
    진보정권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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