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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과연 '적대적 M&A 위험' 있나

기업사냥꾼들 이미 현대차 지분 매집에 나섰다는 분석도

검찰이 정몽구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50%에 육박하는 현대차에 대한 적대적 인수ㆍ합병(M&A)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측에서는 부정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와 해외언론들은 M&A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과 함께 적대세력이 M&A를 추진할 경우 현대차 주식을 직접 사들이기보다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M&A 창구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2003년 SK그룹이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구속 직후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을 받아 SK그룹 전체가 휘청거린 것처럼 현대차그룹 역시 정몽구 회장 구속이후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고리”

증권업계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주요 계열사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여서, 이 중 한 기업의 주식만 대량으로 사들이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쉽게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자본이 규모가 큰 현대차보다는 현대모비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7일 현대차의 지분 분석결과 우호지분 26.10%, 외국인지분 46.21%, 일반주주 27.69%로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5조6천억원 수준의 투자를 통해 지분 30%를 확보하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시장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적대적 M&A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소버린자산운용과 칼 아이칸 같은 기업 사냥꾼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고 이미 현대차 지분 매집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절대적인 기업 경영권을 휘둘렀던 정몽구 회장이 구속될 경우 그룹내 경영지배력이 급속하게 약해지면서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론스타펀드나 소버린자산운용 투자와 같은 대박을 노렸던 특정 외국계 펀드들이 연합해 소액주주를 끌어들인 뒤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M&A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정몽구 회장의 구속 전후를 겨냥해 외국계 펀드와 사모펀드들이 현대차 M&A를 준비중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고 밝혔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현대모비스가 M&A 창구 역할할 것”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M&A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CS)증권은 “현대차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대차의 M&A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정몽구 회장 일가가 1조원의 자산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시장은 그룹의 경영권 방어여력이 제한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S증권은 “시장에서는 현대차에 대한 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는 현대차 그룹의 지분구조를 감안할 경우 적대적 M&A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 현대차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현대모비스가 M&A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현대차의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로 14.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는 기아차(18.19%), 정몽구회장(7.92%), 현대제철(6.44) 등이 32.5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주식수는 현대차 2억8천4백26만8백48주, 현대모비스 8천5백72만8천80주여서 현대차 지분 15%를 사들이려면 3조7천96억원(이하 26일 종가기준)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대모비스 지분 35%를 사들이는 데는 2조6천1백4억원이면 충분한 상황이다.

CS증권은 “각 계열사마다 지분 34~45% 가량이 상호 출자돼 있어 우호지분이 많은데다 원화 절상으로 현대차 그룹 사업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어 아직까지 적대적 M&A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주가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M&A 이슈는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의 적대적 M&A 시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50%에 육박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를 대변하는 이사선임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그 동안 쌓아온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총수의 부재로 당분간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순환출자 구도로 낮은 지분율로도 경영권을 유지했던 정 회장의 현대차는 향후 적대적 M&A 대상으로도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KT&G에 대한 칼 아이칸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와 포스코의 사례에서 보듯 현재 취약해진 현대차가 적대적 M&A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며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이 5.2%에 불과한 데 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46%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풍부한 현금 보유한 데다 우호지분 충분해 가능성 적다”

반면 실제로 M&A가 현실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의 우호지분이 이미 35.1%에 달하고 풍부한 현금을 지니고 있어 M&A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센터장은 “현대차는 과거 다임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부터 이미 적대적 M&A에 대비해왔고, 지금은 (KCC, 현대중공업 등) 우호세력 및 자사주를 포함할 때 우호지분이 35.1%에 달하는 데다 적대적 M&A에 노출될 만큼 재무구조가 부실하지 않아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캐피탈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면 2조2천억원이 필요하고, 위협적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5조원 이상 동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대적 M&A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도 "M&A 가능성은 시장 시나리오 측면에서 부각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자금 부담을 생각해보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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