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주택자 천국'. 지구상에 이런 나라 또 있을까
[기고] 초등학생 꿈이 '건물주'인 나라...국가경제 망가질 것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대폭 깎아드립니다.
양도소득세는 전액 또는 70% 감면해주고,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은 70~75%를 감면해주되 임대소득이 1333만원 이하면 아예 면제해주며,
보유세(종합부동산세)도 합산에서 배제하여 주택을 10채 투자하든 100채를 투자하든 종부세를 한푼도 내지 않도록 해드립니다.
이 외에도 주택을 매입할 때 내야 하는 취득세와 재산세도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해주고, 건강보험료도 80%를 감면해줍니다."
만약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존재한다면 가히 “다주택자의 천국”이라 불러 마땅할 것이다. 9억원에 집을 사서 8년을 보유했는데 가격이 18억원이 되었다면, 그 차액인 9억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나라는 양도세를 전액 면제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시세차익의 70%를 공제하고 30%인 2억7천만원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세입자한테서 받는 임대료에 대한 세금도 기본적으로 70%를 공제하되, 임대소득이 2천만원 이하면 75% 공제하고, 1천333만원 이하는 전액 면제한다.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고 있는데 임대소득이 2천만원인 사람이 내야 하는 세금이 불과 7만원밖에 안 된다고 친절하게 계산해주고 있다.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도 합산에서 배제하므로 주택을 수십 채 혹은 수백 채를 투자한 주택투기꾼도 종부세를 한푼도 안 낸다.
집을 사면 누구나 내야 하는 취득세와 매년 내는 재산세마저도 소형주택은 전액 면제하고 중형주택은 대폭 감면하며, 건강보험료마저 80%를 깎아준다.
결론적으로 주택을 두 채부터 수백 채까지 투자한 다주택자가 거의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매달 임대료를 챙기고, 집값이 오른 만큼 시세차익을 자신의 주머니로 거둬들인다.
“집 사서 장기간 보유하면 세금을 대폭 깎아주겠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과연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 나라 국민들은 은행예금을 하면 바보 소리를 들을 것 아닌가. 집을 사두기만 하면 세금 없이 임대료와 시세차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는데, 어느 누가 땀 흘려 일할 것인가? 공장을 짓고 직원을 고용하는 위험한 사업에 투자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더욱이 은행 금리마저 낮다면 돈이 없는 사람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에 투자하려고 몰려갈 것이므로 주택투기가 횡행할 것이 뻔하지 않을까? 이런 나라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초등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이 뭐냐고 물으면 “건물주(임대사업자)”가 꿈이라고 하지 않나? 국민들은 투기에만 눈이 멀고 국가경제는 오래지 않아 망가질 것이 눈에 뻔히 보이지 않는가?
답을 말하자. 대한민국이 바로 그런 나라다. 위 문구는 대한민국 국토부와 기재부가 합동으로 2017년 12월 13일 발표한 공식문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금이라도 국토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와 기재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온갖 혜택을 줄 테니 서둘러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고 홍보하는 정부문서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 문서의 제목인데,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집주인에게 온갖 혜택을 베풀면서 마치 세입자 역시 집주인 못지않은 혜택을 보는 듯 포장하였으니,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한들 어느 누가 틀렸다고 반박할 수 있겠는가.
설마 다주택자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혜택을 주는 것이 사실은 아니겠지, 라며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혜택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면 등록요건이 몹시 까다롭겠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집을 여러 채 갖고만 있으면 ‘거의 누구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여 온갖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라는 조건 하나가 있긴 하지만, 공시가격이 실제 매매가의 60~70% 수준일 뿐 아니라, 수년 전에 등록한 사람은 등록 후 공시가격이 6억원 이상으로 올라도 그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으니 다주택자에게 얼마나 너그러운 국가란 말인가!
엄청난 세제혜택의 대가는 ‘8년 임대’와 ‘임대료 연 5% 인상’ 뿐
혹시 이런 어마어마한 혜택을 주는 대가로 상당한 희생이 따를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무척 순진한 것이다. 그 희생이란 것이 딱 두 가지다. ‘8년간 의무임대’와 ‘매년 임대료 인상률 5% 이하’가 그것이다.
자고나면 집값이 뛰는 상황에서 8년간 집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은 의무라기보다는 혜택에 가깝다. 임대료를 매년 5%까지 올리는 것은 은행예금보다 두배 더 높은 수익률인데 그것을 어찌 희생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국토부와 기재부는 이 두 의무사항을 근거로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바람직한 제도라고 포장하고 있다. 마치 이런 어마어마한 혜택을 베풀지 않으면 다주택자들이 자기가 살지 않는 주택을 세놓지 않고 비워두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다주택자든 누구든 자기가 살지 않는 집을 세놓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임대료를 받기 위해 여분의 주택을 임대하는 행위를 마치 무주택자들에게 혜택을 베푸는 행위처럼 포장하는 것이 국토부와 기재부의 행태다.
하루 8시간 이상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내는 세금보다 불로소득자인 임대사업자가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도 더 적은 세금을 내는 ‘불공정’이나,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노동할 의욕이 떨어져서 경제가 활력을 상실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긴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
다만 촛불혁명 덕분에 권력을 쥔 문재인정권이 당연히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의 기대를 내팽개쳤다는 엄중한 경고만 남겨두려 한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다주택자들에게 온갖 혜택 베풀기’가 수많은 사람을 ‘주택에 투자하여 8년 이상 팔지 않고 보유하기’로 끌어들임으로써 집값을 폭등시킨 주범이라는 사실을 상세히 밝히려 한다.
국토부와 기재부, ‘8.2 부동산대책’을 무력화시키다
작년 ‘8.2 부동산대책’은 가짓수와 강도 면에서 제법 강력하다고 평가할 만했다. 그 대책 이후 투기 열기는 잠시 주춤해졌다. 뜀박질하던 서울집값도 오름세가 멈췄다. 그러나 불과 세 달도 지나지 않아 열기는 더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12월 13일 국토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여 ‘8.2 부동산대책’의 칼날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8.2 대책’의 핵심은 둘이었다. DTI와 LTV 규제를 강화한 것과 양도세를 중과한 것이 그것이다. 특히 양도세를 중과하면 다주택자들이 그 전에 매물을 내놓을 것이므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국토부와 청와대가 큰소리쳤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시세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위험한 투자에 섣불리 덤벼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김수현 당시 사회수석은 기자회견에서 “다주택자들이 여분의 주택을 팔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하겠다”며 큰소리를 쳤고, 양도세 중과의 시행에 몇 달의 유예기간을 줄 테니 그 기간에 여분의 주택을 매도하라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이런 장담과 호기를 부린 당사자들이 불과 넉달 뒤인 12월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여 다주택자들의 근심과 걱정을 일거에 해소시켜 주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양도세 중과를 면제함은 물론 기존의 양도세마저 70%를 감면하거나 아예 면제함으로써 이전보다 세금부담이 더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엄청난 혜택을 베푼 것이다.
양도세 중과를 우려하여 여분의 주택을 팔아야 할지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은 내심 쾌재를 부르며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몰려들었다. 당연하게도 김현미와 김수현이 큰소리쳤던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는 일어나지 않았고, 서울 집값은 더 힘차게 치솟았다.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줄이겠다”는 눈속임 쇼
서울집값의 폭등으로 국정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지자 문재인정부는 허둥지둥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김현미 장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 잘못된 제도임을 뒤늦게 알았다고 고백을 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침통한 표정 연출과 달리 발표된 내용은 알맹이가 전혀 없었으니, 또 한 번의 눈속임 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이미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세제혜택은 그대로 유지한 채 향후 주택을 매입하여 새롭게 다주택자가 되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다주택자의 기득권은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어느 전문가는 “다주택자가 누리는 혜택이 매우 많으므로 다주택자가 임대등록한 주택에 프리미엄을 붙여 주택을 매매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주택자의 기득권을 철저히 보장함으로써 그들이 보유한 주택의 가치를 외려 올려주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본심이다.
문재인정부가 진정 집없는 서민과 청년의 고통을 덜어줄 마음이 있다면,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 그러기만 하면 다주택자의 매물이 쏟아져서 서울집값이 급락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양도소득세는 전액 또는 70% 감면해주고,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은 70~75%를 감면해주되 임대소득이 1333만원 이하면 아예 면제해주며,
보유세(종합부동산세)도 합산에서 배제하여 주택을 10채 투자하든 100채를 투자하든 종부세를 한푼도 내지 않도록 해드립니다.
이 외에도 주택을 매입할 때 내야 하는 취득세와 재산세도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해주고, 건강보험료도 80%를 감면해줍니다."
만약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존재한다면 가히 “다주택자의 천국”이라 불러 마땅할 것이다. 9억원에 집을 사서 8년을 보유했는데 가격이 18억원이 되었다면, 그 차액인 9억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나라는 양도세를 전액 면제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시세차익의 70%를 공제하고 30%인 2억7천만원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세입자한테서 받는 임대료에 대한 세금도 기본적으로 70%를 공제하되, 임대소득이 2천만원 이하면 75% 공제하고, 1천333만원 이하는 전액 면제한다.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고 있는데 임대소득이 2천만원인 사람이 내야 하는 세금이 불과 7만원밖에 안 된다고 친절하게 계산해주고 있다.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도 합산에서 배제하므로 주택을 수십 채 혹은 수백 채를 투자한 주택투기꾼도 종부세를 한푼도 안 낸다.
집을 사면 누구나 내야 하는 취득세와 매년 내는 재산세마저도 소형주택은 전액 면제하고 중형주택은 대폭 감면하며, 건강보험료마저 80%를 깎아준다.
결론적으로 주택을 두 채부터 수백 채까지 투자한 다주택자가 거의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매달 임대료를 챙기고, 집값이 오른 만큼 시세차익을 자신의 주머니로 거둬들인다.
“집 사서 장기간 보유하면 세금을 대폭 깎아주겠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과연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 나라 국민들은 은행예금을 하면 바보 소리를 들을 것 아닌가. 집을 사두기만 하면 세금 없이 임대료와 시세차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는데, 어느 누가 땀 흘려 일할 것인가? 공장을 짓고 직원을 고용하는 위험한 사업에 투자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더욱이 은행 금리마저 낮다면 돈이 없는 사람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에 투자하려고 몰려갈 것이므로 주택투기가 횡행할 것이 뻔하지 않을까? 이런 나라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초등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이 뭐냐고 물으면 “건물주(임대사업자)”가 꿈이라고 하지 않나? 국민들은 투기에만 눈이 멀고 국가경제는 오래지 않아 망가질 것이 눈에 뻔히 보이지 않는가?
답을 말하자. 대한민국이 바로 그런 나라다. 위 문구는 대한민국 국토부와 기재부가 합동으로 2017년 12월 13일 발표한 공식문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금이라도 국토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와 기재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온갖 혜택을 줄 테니 서둘러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고 홍보하는 정부문서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 문서의 제목인데,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집주인에게 온갖 혜택을 베풀면서 마치 세입자 역시 집주인 못지않은 혜택을 보는 듯 포장하였으니,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한들 어느 누가 틀렸다고 반박할 수 있겠는가.
설마 다주택자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혜택을 주는 것이 사실은 아니겠지, 라며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혜택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면 등록요건이 몹시 까다롭겠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집을 여러 채 갖고만 있으면 ‘거의 누구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여 온갖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라는 조건 하나가 있긴 하지만, 공시가격이 실제 매매가의 60~70% 수준일 뿐 아니라, 수년 전에 등록한 사람은 등록 후 공시가격이 6억원 이상으로 올라도 그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으니 다주택자에게 얼마나 너그러운 국가란 말인가!
엄청난 세제혜택의 대가는 ‘8년 임대’와 ‘임대료 연 5% 인상’ 뿐
혹시 이런 어마어마한 혜택을 주는 대가로 상당한 희생이 따를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무척 순진한 것이다. 그 희생이란 것이 딱 두 가지다. ‘8년간 의무임대’와 ‘매년 임대료 인상률 5% 이하’가 그것이다.
자고나면 집값이 뛰는 상황에서 8년간 집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은 의무라기보다는 혜택에 가깝다. 임대료를 매년 5%까지 올리는 것은 은행예금보다 두배 더 높은 수익률인데 그것을 어찌 희생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국토부와 기재부는 이 두 의무사항을 근거로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바람직한 제도라고 포장하고 있다. 마치 이런 어마어마한 혜택을 베풀지 않으면 다주택자들이 자기가 살지 않는 주택을 세놓지 않고 비워두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다주택자든 누구든 자기가 살지 않는 집을 세놓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임대료를 받기 위해 여분의 주택을 임대하는 행위를 마치 무주택자들에게 혜택을 베푸는 행위처럼 포장하는 것이 국토부와 기재부의 행태다.
하루 8시간 이상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내는 세금보다 불로소득자인 임대사업자가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도 더 적은 세금을 내는 ‘불공정’이나,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노동할 의욕이 떨어져서 경제가 활력을 상실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긴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
다만 촛불혁명 덕분에 권력을 쥔 문재인정권이 당연히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의 기대를 내팽개쳤다는 엄중한 경고만 남겨두려 한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다주택자들에게 온갖 혜택 베풀기’가 수많은 사람을 ‘주택에 투자하여 8년 이상 팔지 않고 보유하기’로 끌어들임으로써 집값을 폭등시킨 주범이라는 사실을 상세히 밝히려 한다.
국토부와 기재부, ‘8.2 부동산대책’을 무력화시키다
작년 ‘8.2 부동산대책’은 가짓수와 강도 면에서 제법 강력하다고 평가할 만했다. 그 대책 이후 투기 열기는 잠시 주춤해졌다. 뜀박질하던 서울집값도 오름세가 멈췄다. 그러나 불과 세 달도 지나지 않아 열기는 더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12월 13일 국토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여 ‘8.2 부동산대책’의 칼날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8.2 대책’의 핵심은 둘이었다. DTI와 LTV 규제를 강화한 것과 양도세를 중과한 것이 그것이다. 특히 양도세를 중과하면 다주택자들이 그 전에 매물을 내놓을 것이므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국토부와 청와대가 큰소리쳤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시세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위험한 투자에 섣불리 덤벼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김수현 당시 사회수석은 기자회견에서 “다주택자들이 여분의 주택을 팔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하겠다”며 큰소리를 쳤고, 양도세 중과의 시행에 몇 달의 유예기간을 줄 테니 그 기간에 여분의 주택을 매도하라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이런 장담과 호기를 부린 당사자들이 불과 넉달 뒤인 12월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여 다주택자들의 근심과 걱정을 일거에 해소시켜 주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양도세 중과를 면제함은 물론 기존의 양도세마저 70%를 감면하거나 아예 면제함으로써 이전보다 세금부담이 더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엄청난 혜택을 베푼 것이다.
양도세 중과를 우려하여 여분의 주택을 팔아야 할지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은 내심 쾌재를 부르며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몰려들었다. 당연하게도 김현미와 김수현이 큰소리쳤던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는 일어나지 않았고, 서울 집값은 더 힘차게 치솟았다.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줄이겠다”는 눈속임 쇼
서울집값의 폭등으로 국정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지자 문재인정부는 허둥지둥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김현미 장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 잘못된 제도임을 뒤늦게 알았다고 고백을 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침통한 표정 연출과 달리 발표된 내용은 알맹이가 전혀 없었으니, 또 한 번의 눈속임 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이미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세제혜택은 그대로 유지한 채 향후 주택을 매입하여 새롭게 다주택자가 되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다주택자의 기득권은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어느 전문가는 “다주택자가 누리는 혜택이 매우 많으므로 다주택자가 임대등록한 주택에 프리미엄을 붙여 주택을 매매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주택자의 기득권을 철저히 보장함으로써 그들이 보유한 주택의 가치를 외려 올려주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본심이다.
문재인정부가 진정 집없는 서민과 청년의 고통을 덜어줄 마음이 있다면,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 그러기만 하면 다주택자의 매물이 쏟아져서 서울집값이 급락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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