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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오일쇼크' 초읽기, 국제유가 75불 돌파

사상 최고치 경신, 미국의 이란 제재 시작되면 1백불도 돌파 전망

국제유가가 사상처음으로 배럴당 75달러선마저 돌파, '제3차 오일쇼크' 위기감을 확대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정세 불안이 이어질 경우 80달러는 물론 1백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석유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6월 WTI, 사상 최고치 배럴당 75.35달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는 장중 한때 최근월물 기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75.35달러까지 치솟았다. WTI는 결국 전날 종가에 비해 1.48달러, 2%가 오른 배럴당 75.17달러에 거래를 마감, 이번 주에만 6%나 폭등했다. 이날 기록한 WTI 종가 75.17달러는 월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이다.

영국 런던 원유시장의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장중 한때 1988년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인 배럴 당 74.76달러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인 끝에 전날 종가에 비해 1.51달러, 2.1%가 상승한 배럴당 74.6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뉴욕시장에서는 올 여름 가솔린 공급이 충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하락세로 출발해 한때 배럴 당 73.05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이란과 나이지리아 불안사태가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세로 반전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이 유가급등의 근원

전문가들은 "이란의 핵개발에 대응해 미국이 석유수출 금지 등 경제제재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내용이 수급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이란 대통령은 이날 “가난한 나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한편 부자 나라들은 '실제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국제유가의 상승과 석유수입 증대는 매우 좋은 것이며 유가가 앞으로 더 올라 실제가까지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란간 긴장고조로 유가가 폭등을 거듭, '제3차 오일쇼크'가 눈앞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휘발유 재고량이 크게 감소했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의 한 원인이 됐다. 미 에너지부는 전주 유류 재고량이 이전주 대비 5백40만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미국 곳곳에서는 휘발유 부족과 관련된 소식이 나오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이날 “필라델피아, 윌밍턴 등의 8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부족하다는 보고가 접수됐다”며 “이같은 휘발유 공급 부족 현상은 미국 동부지역을 따라 보스톤 등 북쪽으로 이어길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에서 정상 복구되지 못한 데다 정기보수 및 새로 의무화된 에탄올 혼합 판매 등의 이유로 인해 미국의 정유업체들이 예년만큼 활발하게 정유기계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역시 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원유생산에 20%나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유가 급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 차질 실제화되면 배럴당 1백달러 돌파"

<CNN머니>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어떤 형태로든 공급차질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 당 1백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실제 공급차질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현재의 수급불균형만으로 유가가 지속적인 상승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다분히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 캐피털 대표는 "어떤 형태로든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유가는 1백달러 선을 향하게 될 것"이라며"이미 수급이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없이도 유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커먼웰스 뱅크의 원자재 전략가 토빈 고레이는 "강한 성장세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석유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투자자금들을 볼 때 아직 유가가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듯하다"고 추가상승을 예고했다.

세계3위의 석유수출국이자 중남미 핵심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도 전날 "이란 문제가 미국의 중동 공격으로 이어질 경우 유가는 1백달러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 플린 알라론 트레이딩 연구원은 "이번주 미국 석유재고 수치를 보고 많은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현안과 정유 차질 문제 등 다양한 악재가 얽혀 투자자들이 석유에 대한 사재기에 나설 충분한 이유가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케빈 커 글로벌 리소시스 연구원도 "현 상황에서 누가 80달러 유가가 머지 않았다고 부정할 수 있겠느냐"며 유가 상승 지속을 전망했다.

원유전문가들 "다음주에도 유가 계속 오를 것"

<블룸버그 통신>은 이와 관련, 원유시장 전문가들이 다음주 유가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21일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원유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 브로커 42명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23명(55%)이 내주에도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명(24%)은 유가가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고, 나머지 9명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주식시장 및 경제에 대한 악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웬 피츠패트릭 도이체방크 연구원은 "가격 상승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올라간 가격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냐가 관건"이라며 "고유가 상태가 오래되면 될수록 경제 성장뿐 아니라 기업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럴당 90달러 넘어서면 한국경제 '재앙'적 타격

이같은 국제유가 급등은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 재앙적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미국이 본격적으로 이란 제재에 돌입할 경우 우리나라는 곧바로 직격탄을 맞게 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란은 중동에서도 두바이, 아랍에미리트에 이은 우리나라의 제3위 원유수입국으로, 우리나라는 연간 8천만배럴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1980년 제2차 오일쇼크때 유가는 배럴당 41달러까지 폭등해 우리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이 때 가격을 요즘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90달러. 전문가들은 이란 원유수출금지조치가 단행될 경우 2차 오일쇼크때보다 유가가 더 오르면서, 우리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거나 원유수출 금지조치를 단행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90~1백달러까지 폭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요즘 전세계의 투기성 유동자금이 원유시장에 몰려들어 투기판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원유 금수 얘기만 나와도 유가는 폭등, 제3차 오일쇼크를 초래하며 세계경제, 특히 우리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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