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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FTA 재협상 공식요구, '노동 빅뱅'

버시바우 "수주내 재협상하자". 청와대 '당황', 재계 '경악'

미국 정부가 15일 한국에 대해 노동-환경 부문에 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버시바우 "수주내 한미FTA 재협상 착수해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로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 2회 서울-워싱턴 포럼을 통해 "수주 내로 한미 FTA 재협상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양국은 노동과 환경 기준의 글로벌 리더로서, 이 같은 기준을 FTA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수주 내 보다 강력한 노동.환경 기준을 반영하기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FTA 협상의 균형잡힌 결과를 바꿔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양국 의회에서 FTA가 비준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국산 쇠고기는 맛있고 안전하다"며 조속한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압박하기도 했다.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가 한국정부에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의회 장악한 민주당에 부시정부 굴복

미국의 한미FTA 재협상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신통상정책'에 합의했다.

노동-환경문제에 진보적인 민주당 요구에 따라 부시 정부가 마련한 신통상정책에 따르면, FTA 상대국들은 노동-환경 기준을 국제협약 기준으로 맞추고 이를 어기면 FTA 협정 위반으로 간주해 미국은 분쟁절차를 거쳐 무역보복을 할 수 있다.

숀 스파이서 무역대표부(USTR)대변인은 신통상정책을 발표하며 "미국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각 나라에 달렸지만 거부한다면 미 의회 비준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미 페루 등에 신통상정책 내용을 FTA 협정문에 반영하라고 요구한 상태며, 마침내 버시바우 대사가 이날 공식적으로 한국에도 재협상을 요구한 것이다.

청와대 당혹, 재계 경악

미국의 한미FTA 재협상 요구에 대한 반응은 한마디로 정부 '당황', 재계 '경악'이다.

청와대나 정부는 그동안 한미F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에 대해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해왔다. 청와대는 전날인 14일에도 마찬가지 입장을 밝혔다.

한미 FTA 타결후 지지율이 급등한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20일 한미FTA 협정문 원문 공개에 맞춰, 당일 한미FTA에 불가피성을 재차 설명한다는 계획아래 모 방송국과 인터뷰 녹화도 추진중이었다. 그러던 마당에 미국에서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으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 요구에 따르자니, '체면'도 말이 아니고 최근 수그러든 한미FTA 반대진영의 대반격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는 그러나 청와대처럼 '당혹' 차원에 머물지 않고 '경악' 차원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요구대로 노동 부문 등을 미국 기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제반 노동관련법을 전면 개정해야 하는 '노동 빅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ILO 핵심 협약 가운데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을 미루고 있는 결사의 자유 보장, 단체 교섭권 인정, 고용차별 철폐 협약을 비준해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노동관계법이 미국 수준으로 전면 개정될 경우 그동안 한미FTA에 찬성해온 재계는 생각을 달리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한미FTA 찬성 연대전선에 일대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 "비정규직법 재개정, 공무원 노조-교수노조 인정해야 할 것"

청와대나 재계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는 반면, 한미FTA 반대진영은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판단하며 벌써부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의원은 15일 본지와 만나 "청와대나 정부가 재협상은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미국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미국 요구대로 노동-환경 부문만 재개정 협정을 할 게 아니라 불평등 협정 전체에 대한 재협상 요구가 다시 봇물 터지며 한미FTA 반대전선이 재차 구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심 의원은 미국측 노동 재개정 요구를 한국재계가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 의원은 "미국측 요구대로 고용차별 철폐를 수용할 경우 대표적 차별악법인 비정규직법의 전면적 재개정이 필요하면,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을 위해선 공무원 노조와 교수 노조 등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외국인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외국인 불법노동자에 대한 엄격한 제한법을 만들기 전에 미국내 들어와 있던 외국인 불법노동자를 합법화시키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며 "미국 기준대로 한다면 우리 정부도 현재 국내에 들어와있는 17만 불법 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이 정부나 재계가 미국측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다. 심 의원은 "따라서 정부가 미국측 노동요구를 제대로 수용하는 대신 자동차 등 다른 부문에서 추가양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한미 막후 빅딜 가능성에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미FTA 재협상은 연말대선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노조 문제에 관해 보수적 입장을 밝혀온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한나라당 유력대선주자들이 난처한 처지에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가 분석이다. 미국 요구에 따르자니 재계가 반발하고, 재계 요구에 따르자니 미국 반발이 감수해야 하는 모순에 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미FTA 재협상 요구. FTA를 둘러싼 치열한 논란의 재연을 예고하는 신호탄에 다름아니다.
김홍국, 최병성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4 5
    옹고집

    한국의 핵보유부터 허가하면 재협상해주지
    아님 외채 100조쯤 탕감해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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