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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감독의 속 보이는 <도마뱀 2> 시사회

<기고> 정 회장 일가가 앞으로 선택할 카드는 무궁무진

정몽구 회장 일가가 이건희 회장보다 조금 세게(?) 나왔다. 현대차 비자금 조성사건과 관련해 정 회장과 정의선 사장은 자신들 소유의 글로비스 주식 전량(시가 1조원 상당)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주식 기부로 면죄부를 받고, 그동안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물 타기에 불과하다.

이번 기부를 통해 사실상 잃을 것도 없다. 정 회장 부자는 2001년 글로비스에 약 50억원을 출자했고, 현대차의 물량 몰아주기로 기업가치가 올라가자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그 과정에서 시세차익만 1천억원을 올리고도 60%의 글로비스 지분을 가진 상태다.

글로비스라는 물류회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 회장 일가의 재산증식과정은 봉이 김선달식 사기극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그룹마다 하나씩 끼고 있는 물류회사는 대체로 거간비 떼먹기 장사를 일삼는 전근대적인 브로커회사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다수의 재벌은 계열사의 엄청난 물량을 중소규모의 화물회사들에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다. 재벌 계열 종합물류회사를 만들고, 중소화물회사를 계열 물류회사의 하청업체로 지배한다. 그 과정에서 하청 물류업체에 가짜 매출계산서를 발행하게 하고,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만든다.

종합물류회사의 생사여탈권 때문에 하청화물회사들은 부당한 요구를 물리치기는커녕 개별화물차주에게 원가도 안 되는 운송비만 지급한다. 이러한 불법적 이중 착취구조 때문에 우리 사회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물류대란을 겪는다.

즉 글로비스는 부가가치를 낳는 건전한 기업이 아니라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로비자금 마련을 위한 거점인 것이다.

정 회장은 글로비스의 지분을 기부하는 것이 아깝겠지만 남는 장사다. 이미 주식 매각을 통해 1천억원을 얻는 등 수십 배의 ‘폭리 장사’를 했다. 이번의 ‘사회공헌’으로 여론의 동정을 바랄 수 있게 됐다. 이미 목적을 달성한 이상 글로비스는 언제든지 걷어치울 수 있는 야바위꾼의 거점일 따름인 것이다.

현대차가 상생협력을 위해 하청업체에 물량을 나누어주기 시작하면 글로비스의 영업은 급전직하로 축소될 것이다. 어느 사회복지재단이 이 주식을 받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사업규모를 정한다면 머지않아 재단이 적자상태로 빠질 것이다.

그 다음 정 회장 일가가 선택할 카드는 무궁무진하다. 정 회장 일가가 지분의 35.1%를 보유한 건설회사 엠코, 100%를 보유한 광고회사 이노션이 남아 있다. 물량 몰아주기로 충분히 지분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부를 하겠다는 사회복지재단에 대해서도 재단의 위상, 기부나 출연 방법, 지분의 의결권 문제가 남아 있다. 정 회장 일가가 글로비스라는 거점을 떠나지 않는 것이 제왕적 경영권 확보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다면,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재단이사장을 겸임하거나 바지이사들을 내세워 장악할 것이다.

검찰은 이번 기부행위로 정 회장 일가의 민·형사상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여야 한다. 비자금 조성과 부채탕감, 계열사 인수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 같은 의혹에 대해 진실을 토하게 해야 한다. 기부가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도마뱀 꼬리자르기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투기자본에 이르기까지 앞다퉈 기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기부 액수가 아니다. 기업 발전과 무관하게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급급하는 재벌 체제이다.

재벌 체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재벌 일가의 도마뱀 꼬리 자르기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필자 소개

이선근

1954년생으로 서울대 재학시절 전국적 규모의 학생운동을 조직한 데 이어, 현재는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 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선근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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