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파스코 사태, 마침내 올 것이 왔다"

외국인 선수들, KBL 코트서 '보이지 않는 차별'에 시달려

지난 12일 창원 LG와 부산 KTF의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1쿼터에서 LG의 외국인 선수 퍼비스 파스코가 KTF의 장영재에게 거친 파울을 당한 뒤 장영재의 목을 잡아 밀치고 이를 말리던 심판까지 팔꿈치로 가격해 퇴장당한 사상 초유의 코트폭력사건과 관련, LG 구단은 다음날인 13일 파스코를 퇴단시키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선수들과 프로농구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성적지상주의에 사로잡힌 구단과 소신없고 일관성없는 판정을 양산해온 프로농구 심판진, 그리고 한국농구연맹(KBL)이 함께 빚어낸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각 구단별로 2명씩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KBL 심판진의 차별적인 판정과 국내 선수들의 위협에 가까운 파울 등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싱 초유의 코트폭력,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사태

여기에 각 구단 코칭스텝은 경기중 외국인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파울을 범해 이들의 플레이를 흐트려놓을 목적의 선수를 투입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특명'을 받고 투입된 선수들은 동업자 의식을 내팽개친 채 파울이라기보다는 폭행에 가까운 파울을 외국인 선수들에게 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현실이다. KBL은 이런 코트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재 KBL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은 주로 NBA 하부리그나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로서 KBL 각 구단들은 이들에 대해 '전력의 반'이라는 인식이 강해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그들을 그저 얼르고 달래기에 급급하던 태도로 일관,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리그를 돌며 활약하는 이들 외국인 선수들 중 그런 안하무인격의 선수는 일부에 불과하며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찰스 민렌드, "외국인 선수들은 차별당하고 있다"

LG의 또 한 명의 외국인 선수 찰스 민렌드의 언론인터뷰 내용을 보면 KBL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민렌드는 KBL 사상 가장 한국프로농구에 대한 이해와 적응이 훌륭한 선수로 평가받으며 오랜동안 KBL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범 외국인선수다.

민렌드는 인터뷰에서 "한국프로농구 심판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항변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시합 중 외국인 선수가 상대 선수에게 심한 파울을 당해도 그냥 '계속 플레이 하라'고만 한다. 판정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하면 무시해 버린다. 나도 흥분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인데 자꾸 무시당하고 내 말이 안 통하면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고 밝혀 KBL 심판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KBL에도 책임이 있다. 어떤 선수가 뭘 하러 코트에 나왔는지 알면 무슨 조치를 취해 줘야 한다. 많은 리그에서 뛰어 봤지만 유독 KBL은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말로 오로지 외국인 선수를 전담, 고의파울을 범해 외국인 선수의 플레이를 노골적으로 방해할 목적으로 투입된 선수에 대해 KBL 차원의 제재방안이 전무한 실정을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몸이 재산인 외국인 선수들로서는 KBL도 심판도 보호해 주지 못하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파울을 당했을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심판에게 거친 항의를 하게 되고 그 정도가 좀 지나치면 언제든 선수간에 주먹이 오갈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팬들에게 한차원 높은 수준의 농구를 보여주기 위해 외국인 선수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과거 제이슨 윌리포드(전 원주나래 블루버드), 조니 맥도웰(전 대전현대) 등 외국인 선수들은 뛰어난 기량과 성실한 플레이로 KBL의 발전과 흥행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도 역시 사실이다.

따라서 KBL이 지금까지 외국인 선수제도로 인한 국내 선수들의 보호문제 등 외국인선수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외국인 선수들이 KBL에서 활약하며 겪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파스코 사태'를 계기로 KBL이 코트폭력과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의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재훈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