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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사상최고 경신, '제3 오일쇼크' 위기

83년 원유선물거래 후 최고가 기록,"최악의 비상사태 준비해야"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브렌트유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뉴욕 원유시장의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로 마감됐다.

이란과 서방세계간 긴장이 고조되고, 이란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석유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및 국내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점검하며 정부와 일선 기업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중 한때 지난해 카트리나 사태 이후 최고치 기록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 (WTI)는 지난 주말에 비해 1.08달러(1.6%) 상승한 배럴 당 70.40달러에서 거래가 마감됐다. 이날 뉴욕 원유시장의 마감가는 지난 1983년 NYMEX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뉴욕 유가는 장중 한 때 70.45달러로까지 올라 지난해 8월31일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사상 최고가는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 일대 석유시설을 강타한 직후인 8월30일의 70.85달러이다.

이란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브렌트유 6월물은 89센트(1.3%) 상승한 배럴당 71.46달러를 기록해 거래가 시작된 지난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71.62달러로까지 올라 장중 사상 최고치도 갈아 치웠다.

휘발유 5월 인도분은 6.18센트, 2.9% 급등한 갤런당 2.1697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9월29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제3 오일쇼크가 도래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석유분석기관 잇달아 유가 전망치 상향 조정

이에 따라 각종 국제 석유시장 분석기관들은 국제유가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지난 2월 발표한 수정전망에서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올해 국제유가 평균가격 전망치를 작년 12월 전망 때의 배럴당 52.3달러에서 배럴당 55달러로 3달러 가까이 높였다.

CERA는 분기별로는 1.4분기 57.3달러, 2.4분기 53.7달러, 3.4분기 56.3달러, 4.4분기 52.8달러 등으로 예상했다. CERA는 또 국제유가 시장이 고유가 시나리오로 귀결되면 올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67.5달러까지 치솟고, 반대로 저유가 가정이 현실화하면 배럴당 47.2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제임스 버카르트 CERA 연구원은 “석유 수요가 어느 정도에서 멈출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매일 8천5백만배럴의 수요에 비해 공급 여력은 매일 1백90만배럴밖에 되지 않는 탓에 언제든 비상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지난 2월 서부텍사스중질유(WTI)를 기준으로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종전 배럴당 63.3달러에서 65달러로 2달러 가까이 높여 잡았다. 미 에너지정보청은 “이번 여름 철에 매일 9백40만배럴이 추가로 필요함에 따라 9월까지 갤런당 평균 2.62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런던 소재 세계에너지센터(CGES) 역시 비슷한 시기에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종전의 배럴당 52.4달러에서 57.9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일 올해 연간 국내 경제 성장률을 5.3%로 전망하고, 이 분석에는 국제 분석기관들의 국제유가 전망을 수용해 올해 연평균 두바이유 가격을 배럴당 55달러를 전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가 상승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하락하는 가운데 수출기업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핵, 중국 소비 급증, 나이지리아 정정불안, 미국 재고 감소 4대 원인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 고조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 ▲중국의 소비 증가 ▲미국 휘발유 재고의 감소 등이 겹쳐 유가가 당분간 배럴당 70달러선에 머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지난주 “핵발전소 가동에 충분한 우라늄을 생산했다. 우방을 돕기 위해 우리의 힘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미국에 의한 이란 핵시설 공격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70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란 외무장관 마노우체르 모타키는 "하마스 집권이후 미국과 유럽의 원조 중단분을 상쇄해 주기 위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5천만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란의 핵 담당 최고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가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비이성적`"이라고 일축하는 등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석유생산국이다.

중국 1.4분기 경제성장률 1.2% 석유 수요 급증도 주요 원인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소식도 유가에 상승압력을 가했다. 세계 제2위의 석유 소비국인 중국이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 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 석유 수요 역시 예상 보다 더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국제석유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미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중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10.2%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9.9%보다 높은 것이며, 시장 예상치 9.6%(블룸버그 집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도 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인해 원유생산이 25% 가까이 생산을 빚고 있으며 확인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3위 산유국인 이라크에서는 폭력과 불안정성 등에 따라 증산노력이 가로막고 있다.

미국 휘발유 재고 감소 및 운전 철(드라이빙시즌)의 도래도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휘발유 공급은 지난 6주 동안 7.9% 줄어든 2억7백90만 배럴로 나타났으며 이번주에도 2백20만 배럴이 추가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원유의 10% 이상이 미국 소비자들을 위한 휘발유 생산에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휘발유 공급을 줄어드는 반면 소비는 5월 마지막 월요일인 현충일(메모리얼데이)부터 9월 첫째 월요일인 노동절까지 여름 드라이빙 시즌 동안 급증할 전망이다.

유가가 계속 급등할 경우 그동안 유동성장세로 버텨온 주식시장 거품도 터지면서 전세계적 규모의 불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세계를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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