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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우리 사회의 극복 대상”

<인터뷰> 노회찬 “열린-한나라 공동정범, 왜곡된 지지율 돌릴 것”

“(한나라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는) 한 마디로 국민들이 가출한 것이다. 화나서 가출한 상태다. 결국 다시 돌아온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인기가 높지만 이들은 우리 사회가 극복할 대상에 불과하다. 가출한 집안이 다른 집안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나라당 높은 지지율은 그들의 업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서 나온게 아니라 현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반발감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노회찬 의원이 11일 ‘진보진영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 대선 경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2007년 대선은 노 의원이 진보정당 운동에 뛰어든 후 치르는 다섯 번째 대선이자 직접 후보로 나서는 첫 번째 대선이다.

노 의원은 지난 1987년 민중단일후보 백기완씨의 선거대책본부에서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래 지난 4차례의 대선에서 정책기획위원장, 선거대책본부장을 거치며 진보정당 운동의 중심에서 활약해왔다.

“모든 정책을 서민들과 만나 현장에서 검증받겠다”

노 의원은 본지와 창간1주년 기념인터뷰에서 “직접 대선에 참여하는 것만 이번이 다섯 번째”라며 “처음 후보로 나선 만큼 그동안 보아왔던 대선과 다른 경선, 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감동과 메시지를 주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히 “(민주노동당이) 서민정치의 대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모든 정책을 현장에서 만들고 검증받을 것”이라며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해결점은 무엇인지 함께 제시하는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화두를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로 규정한 후 “우리의 경제성장률 4%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지만, 고용이 늘지 않는 성장률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며 “사람 중심의 성장, 분배구조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성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의 지난 4년을 “서민의 눈물을 딱아주고 미국에 ‘아니다’(NO)라고 말하는 최초의 정부가 되겠다며 출범했지만 둘 다 실패했다”며 “양극화 심화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관련해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굴욕적인 관계를 맺으면서도 가장 불신 받는 정부가 됐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왜곡된 지지율, 가을 되면 현격히 재조정될 것”

노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지지율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국민들이 가출했다”며 특유의 언변을 과시했다. 그는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에) 화나서 가출한 상태”라며 “결국 다시 돌아온다. 가출한 집안(열린우리당)이 아닌 다른 집안(민주노동당)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높은 지지율은 그들의 업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서 나온 게 아니라 현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반발감일 뿐”이라며 “가을이 되면 현격한 재조정 국면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하며 “21세기에 죽은 유령이 나라를 끌고 가게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전 시장에 대해 “이미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철학과 노선, 역사성을 극복했고 덜 극복했다면 앞으로 극복해야할 내용”이라며 “70년대 노동자, 농민을 수탈하고 억압하던 체계 속에서 자본의 축적을 강화한, 개발독재시대를 이끌었던 경제주체 중 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의 시대정신과 능력 더 이상 한국사회에 필요없어”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전 시장은)80년대에도 전두환 군사정권과 타협하고 야합해서 사실은 정경유착으로 현대그룹을 성장시켜온 주역”이라며 “그 시대의 정신, 기법 그리고 거기서 발휘된 능력은 더 이상 한국사회를 위해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이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이라며 “개발독재의 철학과 노선을 재현하겠다는 것 말고 뭐가 있나”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최근 범여권의 유력주자로 꼽히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에 대해서도 “정치인은 자신의 철학과 노선으로 국민과 교감하고, 밑바닥에서부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흙을 묻혀가며 국민들 속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내려오다가 불시착했던 경험을 가진 우리사회를 감안하면 걱정이 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지난 9일 행한 노회찬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특히 “서민정치의 대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모든 정책을 현장에서 만들고 검증받을 것”이라며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 최병성 기자


"낡은 과거를 뛰어넘는 세상을 보여주는 선두에 설 것"

뷰스앤뉴스(이하 뷰스) 출마의 변이 궁금하다. 말 잘하는 진보진영의 대표적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대통령선거 출마는 의외라는 지적도 있다. 왜 대선에 출마하나.

노회찬 의원(이하 노회찬) 2008년이면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맞이하는 해다. 일반사람들도 60년을 살면 인생을 뒤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기다. 우리 사회 또한 지난 60년을 돌아보고 더 나은 60주년을 설계해야한다. 이번 대선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넘어서는 수준, 외환위기 이후 사회양극화를 극복하는 수준 정도에 그쳐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승만 정부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냉전을 고취하는 세력이 여전하고 군부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그거 조장하는 이들까지 있다. 최근에는 일해공원 등 전두환 정권까지 미화하는 세력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 60년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 낡은 과거를 뛰어넘는 세상을 보여줘야하고 민주노동당이 그걸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뷰스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가 지난 대선이나 총선 때보다 높아지지 않았고 일부는 냉소적이기도 하다. 당 차원에서 그같은 목표를 실현시킬 복안이 있나.

노회찬 민주노동당의 창당이념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다. 단순히 국회의원이 되겠다, 대통령이 되겠다가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현실을 바꿔갈 힘과 비전이 있어야하는데 그런 점에서 창당 이후 지난 7년, 2004년 이후 3년간 과연 포부에 걸맞는 실천을 했는지를 되돌아보면 미흡하고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의 혁신이 전제돼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이대로 세상을 바꾸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당의 혁신을 통해, 그 혁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사회가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당은 아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지만 더 폭넓게 땀흘려 일하는 모든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가 되어야한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경제분야이고, 특히 왜곡된 분배구조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경제성장률이 4%대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금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낮은게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따라서 앞으로 가야할 길이 이 상태에서 성장률을 더 높이는 길은 아니다. 고용이 늘지 않는 성장률, 성장의 질과 내용을 건드리지 않고 양적인 부분만 건드릴 때 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성장은 재벌독식구조가 확장되는 구조다. 수출은 늘었지만 내수에 대한 영향은 적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병은 안 고치고 키만 크고 몸무게만 늘면 뭐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왜곡된 분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6백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끙끙 앓고 비정규직이 8백50만을 넘는 상황에서 이들의 생계와 생활조건을 변화시키는 조치가 없이는 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34년간 서민의 편에 서서 살아온 삶이 내 강점”

뷰스 민주노동당의 경선주자로서 자신의 강점은 뭐라고 보나.

노회찬 난 17살에 박정희 유신정권에 항거하는 유인물을 살포하면서 투쟁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34년간 사실상 인생의 대부분을 서민의 편에 서서 서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길을 일관되게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도 기득권 세력과 타협하지 않았고 잘못된 기득권을 몰아내고 서민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는 의지와 철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상 서민 속에 있었다. 서민의 진정한 대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당의 후보들과 차별화될 것이다.

뷰스 17살 당시 생각은 어땠나. 고등학생 때인데 어떤 생각으로 박정희 유신정권에 항거한다는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노회찬 난 사실 평범한 소년이었고 약간 모범생 스타일의 학생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진리라고 믿는 전형적인 학생이었다. 그런데 당시 유신 선포로 헌법의 기능이 정지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사회는 평온하게 돌아갔다. 그걸 도저히 이해 못했다. 내가 배운 상식,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의 기능이 정지되고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하는 상황은 내가 배운 상식과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전쟁을 겪은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그때부터 반정부 잡지도 읽고 사태의 진실에 접근했고 유신선포 1주년이 되는 해에는 가까운 친구들을 규합해서 유신반대 유인물을 제작해서 뿌렸다. 그때부터 소위 운동권 학생이 됐다.

뷰스 어떻게 한국사회를 바꾸겠다는 것인지, 핵심공약을 설명해달라.

노회찬 기본적으로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일할 맛 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중소기업까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를 제기한 이유도 대자본과 영세자영업자의 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폭넓은 계층의 서민들이 우리 사회의 오래된 기득권층으로부터 받는 차별과 억압, 수탈을 근절해내는 정책으로 경제노선을 확립할 생각이다. 추상적으로 말하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 시대의 무분별한 개방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사실상 대기업 중심, 자본 중심의 경제성장을 해왔다면 오히려 난 중소기업과 노동자, 자영업자들의 권익 보장 속에서 경제성장의 동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우리 사회의 신성장 동력은 민주주의의 동력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소중한 자산이 돼야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가장 우수한 자원은 사람이고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보람을 느끼는 정책을 펼쳐야한다. 자본이 아닌 사람 중심의 성장, 분배구조 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성장으로 나가야한다고 보고 있다.

“참여정부 4년, 민주화세력 집권 자체 회의하게 만들어”

뷰스 최근 한국사회의 총체적 변화를 보면 출발은 정치에서 하고 있고 또다른 출발은 이번 대선이 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지형을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과 공과를 평가한다면.

노회찬 참여정부 출범 1주년 토론회에서도 얘기했지만 참여정부가 잘한 건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거밖에는 없다. 당선 자체가 우리 사회와 정치의 발전이라는 평가는 여전히 한국의 정치 지형상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미국에 ‘아니다’(NO)라고 말하는 최초의 정부가 되겠다며 출범했지만 둘 다 실패했다. 양극화 심화는 이미 통계로 입증됐으니 제외해도 참여정부는 미국과 관련해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굴욕적인 관계를 맺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가장 불신 받는 정부가 되어있다.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의 지난 4년은 오히려 문민정부 이후 민주화세력의 집권 자체를 회의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자아냈다. 굉장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뷰스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는 등 정치와 국정 전반에서 대선을 겨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에도 노 대통령을 비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텐데,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노 대통령과 민주노동당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건가.

노회찬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적나라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할 것이다.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실정의 원인이 개인의 스타일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지난 대선 당시 공약을 보면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당시 주요공약을 보면 정치개혁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김영삼 정권 이후의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스란히 계승했다. 어찌보면 노무현 정권의 주요 경제정책이 사회양극화 심화를 촉진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실정의 원인이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로 개선되지 못한다는데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더 심하면 심했지 나아질게 전혀 없다. 지난 3년간 한나라당이 17대 국회에서 보여준 바 있는 경제노선은 현 정권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한미FTA, 이라크 파병, 대북관계,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양당의 실정원인을 보여줌으로써 제대로 극복할 수 있는 올바른 해결책 부각시키고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타산지석 삼아서 실정을 극복할 진정한 정치세력으로 민주노동당을 자리매김시킬 것이다.

뷰스 민주노동당이 수권정당으로 가기에는 현실상황이 노 의원의 포부와 괴리가 큰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의 진보적인 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았으나, 이제는 노동자들이 밀집한 지역에서조차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가 우려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는데.

노회찬 그렇다. 사실 우리 국민이 바라보는 정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치다. 의석의 90% 이상을 독과점한 상황에서 국민의 정치적 상상력 역시도 두 당 이외 새로운 가능성을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의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지금 국회의 의석점유율에서 민주노동당은 3% 남짓이다. 그러나 당의 지지율은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당이 내걸고 있는 주요정책의 지지율은 많게는 40%가 넘는 것들도 많다. 결국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차별화된 정책이다. 그런 정책으로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그 지지율을 의석에 대한 분포로 전환해내는 것이 우리의 정치다.

민주노동당의 현재 포부와 서 있는 위치의 괴리는 크지만 점진적으로 좁혀갈 수 있는 전망을 갖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에게 굉장한 기회가 부여될 것이라고 본다. 정당으로만 보면 민주노동당을 위한 대선이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제1의 도약을 했다면 이번에 제2의 도약을 하겠다. 지난 총선이 당에 정치적 시민권을 부여한 선거라면 이번 대선은 민주노동당이 집권가능세력, 대안정당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 당의 목표다.

노 의원은 "그는 “한나라당 높은 지지율은 그들의 업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서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현격한 재조정 국면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병성 기자


“대기업 수출액-성장률만 높아진다고 노동자 삶 나아지나”

뷰스 양극화 문제와 성장-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재정문제를 어떻게 해소해나갈 것인가.

노회찬 지금 사회양극화는 얼마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말한 것처럼,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가 되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실이 아니다. 양극화는 어느 나라에도 있지만 우리처럼 심각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는 없다. 양극화를 조장하는 정책 때문에 심화라는 결과가 낳아지게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조장정책이 비정규직 문제다. 과거 10%도 안되던 비율이 이제 60%를 넘으면서 실질소득은 낮아지고 구매력은 감소하고 내수시장 침체로 이어지고 중소기업 중심의 내수경제가 장기불황 상태로 접어들었다. 비정규직 문제나 FTA는 직접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저소득층의 일방적인 희생을 바탕으로 대자본들의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정책의 주안점이다.

또한 1천4백만명의 취업자 중에 1천만명이 넘는 사람이 1백인 이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 대다수가 비정규직이거나 정규직이라도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을 방치한 채 경기부양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몸 담고 있는 중소업체의 임금을 정부가 인상해줄건가. 소득보전의 방법이 없다. 이들의 소득이 늘어야 구매도 늘고 내수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중소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져야한다. 실질적인 강화를 전제로 지원이 돼야한다. 현재는 현장에서 직접 조사해보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규모를 나눠서 금융, 재정, 기술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자구력을 강화해야한다. 이미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있어 10억원의 신규투자시 1백인 이상 사업장이 1천인 이상 사업장 보다 3배 이상 높다는 통계도 이미 나와있다.

이렇게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중소기업의 복리를 모두 책임지기는 힘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사회적 재분배를 통해, 즉 의료, 교육분야의 복지수준을 더 높여야한다. 그래야 임금상승에 대한 기업의 압박이 적어지고 구매력은 증대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내수시장 활성화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런 현실을 방치한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의 수출액만 높아지고 가시적 성장률만 높아져서는 안된다. 이미 우리 사회구조는 급속한 노령화, 저출산 풍조로 성장률이 저하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중소기업 강화와 복지확대를 통해 서민들의 구매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만 양극화의 점진적 해소가 가능하다.

뷰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이 진행 중이다. FTA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과 체결 이후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노회찬 주지하다시피 한미FTA 협상은 정부가 애초 약속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시한에 쫓겨 타결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대국민 약속을 했지만 현재 시간에 쫓겨 타결로 가고 있다. 또 골치아픈 쟁점은 어느 하나 타결된 것 없이 3월말 미국측 시한에 맞춰 가능한 것만 해결하고 고위층이 정치적 빅딜을 하겠다고 한다.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왜 FTA를 레임덕 상태에 놓인 조지 W. 부시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해야하나. FTA는 새롭게 바뀌는 정부가 새롭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멕시코와 협상을 체결했지만 정권이 바뀐 후 재협상을 통해 환경분야 등을 재조정했다.

현 정부가 자기들의 정권시한에 맞춰, 어차피 내년에 물러날 정부가 정권의 치적을 남기려고 이 문제를 끌고간다면 누가 이후 책임을 져야하나. 현재의 협상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어진 협상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 협상 과정에서 새롭게 떠오른 주요 쟁점들에 대해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종국에는 스위스처럼 국민적 여론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현재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불과 15개국 뿐이다. 그 중 9개국이 아메리카 지역이고 아시아에서 하나, 유럽에서 하나 이런 식이다. 일본도 현재 안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협상이라는데 왜 다른 나라들은 안하고 있나. 그건 다른 나라와의 FTA와 미국과 하는 것이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비과세제도, 지적재산권 등 미국의 제도를 강요하는 데로 따르게되면 우리는 미국의 시장 일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FTA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입장이지만 우선적으로는 현재 협상이 정권의 정치일정과 연동되는 것을 막아야한다.

뷰스 현재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는 FTA 협상을 중단했을 때의 대안은 있는가.

노회찬 과거 1백억달러 수출을 이뤄낸 게 78년이었다. 당시 모두 국가적 경사라고 말하며 환영했다. 지금은 대우조선 한 회사가 작년 수출실적이 1백억달러다. 이밖에도 현대, 삼성 등 조선분야 1~3위 기업들이 모두 1백억달러를 넘어섰다. 3천억달러면 과거의 30배를 수출하는 건데 도대체 현실은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가. 국내 시장질서가 변화한 상황에서 분배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 국내로 돌아오는 효과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 떨어졌다. 이 구조를 고치지 않고 교역량 늘린다고 현실에서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전반적인 수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만 몸집만 불렸지, 중소기업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불린 몸집이 국내시장에 주는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 실례로 삼성전자 주식의 60%는 외국자본이다. 돈을 많이 벌어도 그만큼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 관세장벽을 허문다 해도,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는 과도한 것일 뿐이다. 반면 FTA체결로 국내산업, 특히 농업과 일부 제조업에 미치는 파괴적인 여파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 안하면 어떻게 되나. FTA를 해야 먹고살 길이 열린다면 왜 2002년 대선때는 아무도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나. 뒤늦게 발견한건가. 우리는 아시아 역내국가 중심으로 다자간 무역협력기구를 통해 호혜-평등 원칙 위에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무역장벽 개선을 이뤄나가야 한다. 그리고 늘 우리가 지적해 온 무역다변화를 통해 아프리카, 유럽까지 포함하는 체제를 형성해, 일본과 미국 중심으로 심화된 일변화 구조를 탈피해야한다.

결국 뭘 먹고 살 것인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의 문제다. 국가간 무역장벽을 낮춘다고 해서 새롭게 먹고 살 길일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FTA 체결의 여파로 일자리가 몇 개가 늘고 몇 개가 없어지는지도 답변을 못하고 있다. 미국의 보고서만 보면 첫 해 80만개가 없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반면 FTA를 하지 않아도 요컨대 대체에너지, 신에너지 사업으로 1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독일의 사례도 있다. 그리고 환경산업 등 미래지향적인 산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구 및 개발(R&D) 사업을 통해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FTA가 유일한 대안도 최선의 방안도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했다. 감동적이었다. 값싼 노임을 바탕으로 한 경공업 중심의 수출 단지에 8만명이 있던 곳이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60% 이상이 정보기술(IT)산업이고 나머지도 첨단산업에 속한다. 이제 옷을 만들어 파는 공장들은 모두 중국으로 갔고 여기서는 디자인, 기획, 마케팅, 시제품 생산 등을 한다. 그걸로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과거 70년대 같은 사회는 다시는 오지 않는다. 이미 이런 곳은 미국의 무역장벽과 무관하게 새로운 아이디어, 신기술, 마케팅기법을 갖고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조금 더 있으면 구로단지가 70년대보다 더 많은 일자리로 채워질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 친환경적, 고소득 일자리가 만들어져가고 있지 않나. FTA만 살 길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 이런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게 오히려 경제해법이 될 수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 절반은 가수요, 현격한 재조정 국면 거칠 것”

뷰스 한나라당 후보 3명을 합친 지지율이 70%를 넘고 당 지지율은 50%에 육박한다. 왜 보수를 표방하는 한나라당이 이렇게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는가.

노회찬 한 마디로 국민들이 가출했다. 화나서 가출한 상태다. 결국 다시 돌아온다. 가출한 집안이 다른 집안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나라당 높은 지지율은 그들의 업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서 나온게 아니라 현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반발감일 뿐이다. 여론조사도 심층여론조사를 하면 드러난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절반 정도는 가수요다. 가을이 되면 현격한 재조정 국면을 거칠 것이다. 가장 큰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있지만 민주노동당도 일단의 책임을 느껴야한다.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했다면 열린우리당에게서 떠난 지지율이 우리쪽으로 돌아서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이 대안세력으로 국민에게 호감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성해야한다.

노 의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하며 “21세기에 죽은 유령이 나라를 끌고 가게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 최병성 기자


뷰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평가한다면.

노회찬 걱정이 많이 된다. 국민들이 오죽 화났으면 거기로 갔겠나. 정치인으로서 자책감도 가진다. 그러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철학과 노선, 역사성은 이미 우리 사회가 극복했고 덜 극복했다면 앞으로 극복해야할 내용이다. 70년대 노동자, 농민을 수탈하고 억압하던 체제 속에서 자본의 축적을 강화한 개발독재시대를 이끌었던 경제주체 중 한 사람 아닌가. 80년대에도 전두환 군사정권과 타협하고 야합해서 사실은 정경유착으로 현대그룹을 성장시켜온 주역 아닌가. 그 시대의 정신, 기법 그리고 거기서 발휘된 능력은 더 이상 한국사회를 위해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이제 그런 시대는 극복하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믿었는데 과거로 회귀한 형국이다. 이런 반동적 국면이 펼쳐지면서 그 속에서 나온 왜곡된 지지에 불과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사실은 지금이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개발독재의 철학과 노선을 재현하겠다는 것 말고 뭐가 있나. 우리가 지금 21세기에 죽은 유령이 나라를 끌고가게 만들 수 없다. 그들은 극복과 청산의 대상에 불과하다.

“범여권 민주화 인사들, 신자유주의 첨병으로 전락”

뷰스 범여권에 대한 실망이 바닥에 가까운 지지율로 보여지고 있다. 이들의 실패 이유를 뭐라고 보나‘

노회찬 기본적으로 그분들의 철학과 노선이 문제였다.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와 싸울 때는 거의 대부분 그 대립구조 속에서 앞장섰던 분들이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구도가 끝나고 이후 그 분들 대부분 새로운 민주화 이후의 사회에서 새로운 서민대중을 대변하는 진보의 편에 서지 못하고 편의적으로 3김 구도속에서 지역주의 세력인 소위 DJ, 김대중 전 대통령에 편승해서 정치를 해왔다. 거기까지는 봐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3김 시대가 끝났으면 그분들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길로 가야 애초 출발선에서 이어지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지금 거론할 수 있는 민주화 인사들이 이라크 전쟁을 다 찬성했다. 한미FTA도 다 찬성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오늘의 열악한 현실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결국 지난 시기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지만 대립구도가 끝난 이후 신보수주의의 첨병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그분들이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분들이다. 그러나 정치인들로는 그분들 대부분 최소한 현 정부에 장관과 총리 등 요직을 거친 분들이다.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이 한 자리로 떨어지는데 그분들도 함께했다. 배 가라앉을 때 같이 가라앉아야 할 사람들이다. 이번 대선에는 최소한 노무현 정부의 실패의 책임을 공동으로 지면서 대선에 나서지 않는게 국민에 대한 도리고 길게 정치를 할 수 있는 길이다.

뷰스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지지율 탓에 범여권에서는 제3지대론 등 새로운 통합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노회찬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도 참담한 심정이다. 일단의 책임이 우리에게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현재의 상황이 노무현 정부만의 실정이 아님을 강조할 것이다. 과연 한나라당에게는 책임이 없나. 1백20석 이상의 의석을 갖고 양극화 조장에 일조한 한나라당 또한 공동의 책임을 져야한다.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책임을 규명하고 왜곡된 지지율을 돌려낼 것이다.

제 3지대론은 국민 기만극이다. 과거와 현재 여권들이 신장개업이다, 젊은 피 수혈이다, 온갖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했는데 진정으로 책임져야 한다. 이른바 제 3지대라는 것으로 자신들의 실정을 세탁하려하면 안된다. 국민들은 87년 개헌 이후 직선제 도입 후 처음으로 여당에게 원내 과반의석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해체되고 실패했다. 그런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안지고 이름을 바꾸고 얼굴마담 들어앉히고 마치 새로운 세력인양 신장개업을 하는 것은 화장, 변장 수준이 아니라 위장이다.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제3지대 정권창출은 노무현 대통령이 5년 더 집권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발상이다.

“정운찬-문국현, 낙하산 타고내려오다 불시착할 수도 있어”

뷰스 최근 범여권에서 유력주자로 꼽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평가한다면.

노회찬 문국현 사장은 훌륭한 기업인으로 알려져있고 정운찬 정 전 총장은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다. 정 전 총장은 케인지안으로서 경제노선이 똑같지는 않지만 한국 주류경제학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해오신 분이고 학자로서도 훌륭한 분이다. 그런데 정치가 적합한지는 나로서 판단하기가 힘들다. 두 분 다 마찬가지지만 정치는 정치 자체가 하나의 전문직업이다.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전문직업이기는 하기는 하다. 정치인은 자신의 철학과 노선으로 국민과 교감하고 밑바닥에서부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흙 묻혀가며 국민들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내려오다가 불시착했던 경험을 가진 우리사회를 감안하면 걱정이 된다. 게다가 낙하산 타고 내려온다고 해도 안전하지 않다. 다리 부러지는 경우도 많다.

“노동계가 비정규직 노동자 지지 못받는 현실이 노동운동의 위기”

뷰스 과거 민주화세력의 주축이었던 노동계에 대한 국민신뢰가 과거와 다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보나.

노회찬 대단히 안타까운 현실이다. 노동계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과도하다. 노동계가 다 잘했다는게 아니다. 비판의 지점이 있지만 너무 과도하고 한편으로 이데올로기 공세 측면이 있다. 가령 비정규직의 어려움이 현재의 고임금 노동자들의 양보와 희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그 문제를 노동계 책임으로 모는 것은 지나치다. 모든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게 아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지금 노조 조직률이 10% 수준으로 굉장히 낮은 상황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부가가치가 있는 대기업 중심의 노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대기업 노조의 끈질긴 투쟁으로 자본의 양보를 받아 공존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90%의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며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있다. 여기에 대기업 노조의 책임이 있다. 노동운동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서 그들을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이건 노동운동이고 자신이 대변하는 전체를 위한 활동도 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계, 특히 대기업 노조는 사업장과 공장안에 안주했다. 사회전체 문제에 대해 희생을 감수하며 더 큰 대의를 위해 싸우는데 그간의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자신의 임금을 당장 올리는 것보다 교육과 의료 등 제도적 문제를 통해 노조 결성조차 힘든 열악한 처지에 놓인 다수 저임금 노동자가 함께 혜택을 보는 투쟁을 했어야했다. 자신들이 가진 막강한 조직력으로 자신들만 이익을 보는게 아니라 폭넓게 노동자들이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갔다면 상당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을 것이다. 오늘의 노동운동의 문제는 노동계가 광범위하게 지지를 못받는 데 있다. 사용자와 소위 조중동의 비판을 받는게 문제가 아니라 다수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지지를 못받는 것을 가슴 아프고 따갑게 생각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운동은 위기다. 지난 십수년간의 방식으로 나아가면 노동운동의 전망은 없다. 환골탈태해야한다.

뷰스 사회 전반적으로 집단이기주의가 통합의 사회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에도 이같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회찬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현상이지만 만연하게 되면 위험한 사회가 된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문제의식을 가진 집단은 선도적으로 사회연대전략을 강조해야한다. 좀 더 가진 이들의 양보 없이 누구나 다 제 살 길을 찾아가게 되면 힘센 사람,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더 유리하고 힘없는 사람이 아무리 잘 살려고 해도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격차만 늘어갈 수밖에 없다. 사회연대전략은 힘센 사람들, 기회가 많은 사람들의 양보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힘센 사람들에 대기업 노동자들도 포함된다고 본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 장애인, 실업자, 영세상인들에게 국민연금의 혜택을 주는데 필요한 재정을 일정 소득 이상을 얻는 노동자들도 함께 부담하면서 가자는 것이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일자리 문제, 환경 등 여러 가지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회연대전략과 사회연대철학을 광범위한 사회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뉴라이트의 北인권 공격은 오히려 악영향 뿐”

뷰스 2.13합의로 인한 기대로 햇볕정책의 지속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반면 대북지원을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대립하고 있다. 북한문제는 어떻게 풀려야 한다고 보나.

노회찬 북한과 우리는 분단과 정전체제가 유지되는 특수한 관계이다. 우리 앞에 놓인 길은 두 가지다. 전쟁이냐 평화냐다. 당연히 평화의 길로 가야한다. 단 10초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평화로 가는 비용이 전쟁비용보다 훨씬 적다.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관계개선을 제도화시켜 나가야한다. 화해협력뿐만 아니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북미 불가침 조약 등을 전제로 남북간 군축에 합의해야한다. 최근 노무현 정부처럼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하고 자주국방한다며 대신 국방비를 늘리는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

대북지원과 관련해서는 퍼주기라는 표현 자체가 결례다. 그리고 더 퍼줘야한다. 언젠가는 통일이 돼야하는데 북한의 경제수준이 높아져야 우리에게도 이로운 거 아닌가.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북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다. 특히 인도적 지원은 중요하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민주노동당은 현재의 북한을 옹호하는게 기본 노선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정당이다. 북한에도 인권 문제가 있다. 남한도 있고 미국도 있는데 북한에만 없다고 하면 말이 되나. 문제는 북한의 인권 개선이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개선하는가이다. 뉴라이트나 한나라당처럼 북한의 인권문제를 공격해서 개선되나. 부시정부 초기 정책은 인권문제로 북한에 상처를 주고 궤멸시키자는 의도였다. 그건 결국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고 인권개선 방식이 아니라 평화정신을 위배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것이다. 북한에 인권 문제가 없어서 거론을 안하는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인권개선의 해법이 평화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합리화가 아니다. 북한의 인권개선은 한반도의 평화가 보장되고 남북-북미관계가 개선되면서 북한 스스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할 때 가능한 것이다. 인권문제는 있다고 보지만 실질적 해결첵에서 한나라당이나 미국이 내놓은 정책은 오히려 북의 인권문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뷰스 민주노동당에 대한 서민과 노동자로부터 지지율이 낮다. 민주노동당이 현실적으로 서민과 노동자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현실적인 정치력이 없다는 시각도 늘고 있다. 과거 민노당에 보냈던 기대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떻게 할 것인가.

노회찬 그 문제는 민주노동당에게 중요하고 나로서도 오랫동안 연구하고 고민해온 일이다. 민주노동당이 발전하려면 여러 계층의 지지가 중요하지만 특히 저소득, 저학력 계층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렵게 사는 사람의 지지를 받을 때 당을 만든 의미와 정체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울산에 가도 저소득층에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 그분들은 대체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 이것은 민주노동당 스스로도 더 활동에 있어 눈높이를 낮춰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나. 워낙 어려운 삶의 조건 속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과 절망상태에 놓인 경제적 상황을 깨뜨리고 신뢰할만한 정치세력을 못 만났기 때문 아니겠나. 그분들이 그런 세력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눈에 보이지만 인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당장 힘이 있으니까 늘 배신당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새로운 세력에 대해서는 아직 신뢰와 관심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분들의 책임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이런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마음을 열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으로 다가가는 지난한 과정을 감수해야한다.

“1회성 선거 개방보다는 당 대중화로 당원 늘리는게 맞다”

뷰스 민노당의 개방형 경선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항상 국민을 대변한다면서도 실제 국민들의 목소리를 찾기 힘들고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노회찬 개방형 경선제에 대한 부분은 나로서는 선뜻 동의가 되지않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그런 인식을 알고 있고 이해는 되는데 예를 들면 전 세계에서 당 대선 후보를 뽑을 때 일반 국민들까지 참여시키는 곳은 미국 밖에 없다. 그것도 19개주에서만 하고 나머지는 모두 닫고 있다. 당원이 먼저 되고 당원이 되면서 선거권을 갖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민주노동당이 더 빨리 대중화돼서 부담 없이 당원 되고 투표권 갖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자칫 개방형으로 갈 경우 직업적 정치인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고 선거때만 되면 개방될 우려가 있다. 일상적으로 열려있는 대중화된 정당, 정당 역사를 봐도 대중정당 노선은 진보정당이 처음 실현해낸 노선이었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진성당원제가 무색하게 되는 것이다. 진성당원제는 정치개혁의 주요 지표로 모든 정당이 실패한 가운데 민주노동당에서만 유지되고 있는 제도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시작도 못했다. 국민들의 참여와 여론수렴은 오히려 일상활동 속에서 정책을 만들고 충실하게 되돌리는 방법으로 접근하면서 의원.정치인 중심 정치에서 대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대선때 후보경선에 일회적으로 동원한다고 해서 국민참여정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한 근간은 간선제를 통해 대통령을 뽑다보니 국민들이 참여할 길이 막혀서이다.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는 우리로서는 각 당이 책임 있게 후보내고 겨루면 될 문제다. 오히려 우리 대선의 문제는 후보선출 방식이 아니라 후보가 막바지까지 너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가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미국 대선이 내년인데 올해 출마를 선언했다. 예측가능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도 올해 4월이 선거인데 이미 작년에 후보가 가시화되면서 1년간 국민들이 검증하고 평가해왔다. 우리는 누가 최종후보가 될지 11월 정도가 돼야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국민에게 충분한 판단의 시간을 주지 않는게 더 큰 문제다.

“어둡고 무겁게 매겨진 진보 이미지, 더 밝게 본질 보여주겠다”

뷰스 노 의원에 대해 진중감이 없고 큰 역할을 맡기에는 현실에서의 경험이 부족하고 역량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노회찬 일단 그런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돌아보면서 고칠 것은 고쳐야한다고 본다. 어떤 것이든 고칠 수 있다는 것이 내 장점 중 하나다. 반대로 해명하자면 흔히들 진보를 운동권출신, 감옥 갔다온 사람이라고 하는 데 실제 이미지가 어떤가를 봐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미지는 우리로서는 부당하게 매겨진 이미지다. 실제 만나는 사람들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꿈과 희망이 많은 사람들인데 밖에서는 고집불통에 모든 문제를 과격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이런 굳어진 이미지를 내가 깼다고 생각한다. 17대 총선때도 진보가 밝고 참신하고 부드러울 수 있구나, 내용은 살벌한데 웃으면서 들을 수 있구나라는 인식변화가 우리에게는 필요했다. 물론 정치는 희화화 대상이 아닐뿐더러 그래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러나 부당하게 매겨진 어둡고 무거운 진보의 이미지를 좀 더 밝게 본질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런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뷰스 민주노동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진다. 경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노회찬 아마 우리 경쟁은 다른 당과는 다를 것이다. 다른 당은 경선과정에서 네거티브를 동원하고 정적이 되고 원수지간이 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이번 대선은 불가피한 경쟁 아닌가. 게다가 3명이나 나오니까 경쟁이 더 활기를 띠고 있지않나. 두 분은 앞으로 더 긴 기간, 더 중요한 문제를 갖고 함께할 분들이다. 이번 대선 경선으로 서로간의 상처를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다른 당과 차원이 다른 경쟁을 할 것이다. 서로 죽이고 누르는 경쟁이 아니라 세 명 모두 당을 위해 열심히 자신의 장기를 펼치며 국민과 당원의 인정을 받는 경선을 치를 것이다. 우리는 한 명의 후보가 뽑히면 다시 다 뭉쳐서 대선을 향해 간다. 그래서 경선이 그리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민노당식 경선의 장점을 살리는데 앞장서겠다.

뷰스 권영길 의원단대표와 심상정 의원 등 당내 경쟁자에 대해 평가해달라.

노회찬 두 분 모두 대단한 역량을 가진 훌륭한 분들이다. 권영길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내가 모셔오다시피 했다. 창당 동지에 그 분을 대표로 모시고 사무총장을 했고 2002년 대선에서는 선거대책본부장을 했다. 또 함께 국회에 들어왔고 오래 일하면서 지금까지 그분의 훌륭한 인품을 존경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이야 민주노동당의 맹장으로 잘 알려져있지 않나. 그 분들의 단점은 별 단점이 없다는게 단점이다.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보니 별 단점이 없었다.

뷰스 앞으로 어떻게 대선 레이스를 펼쳐나갈 계획인가.

노회찬 직접 대선에 참여하는 것만 이번이 다섯 번째다. 87년과 92년에는 백기완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조직위원장을 했고 97년에는 국민승리21 정책기획위원장, 2002년 선거대책본부장을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후보로 나선다. 그동안 봐왔던 대선과 다른 대선을 치르고 싶다. 대선까지 가는 과정도 국민에게 감동과 메시지를 주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개혁적 성격을 띠고 구태의연한 이벤트 중심, 선거때 표만 받으면 된다는 활동을 지양하려고 한다. 특히 서민정치의 대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모든 걸 현장 중심에서 정책을 만들고 검증받을 것이다. 특정정책을 세우면 그와 연관된 현장으로 들어가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보완해가면서 국민과 더불어 정책공약을 만들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해결점은 무엇인지를 함께 제시하는 선거운동을 직접 챙길 것이다.

대선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까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먹고 살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 즉 당분간 우리나라의 노선을 결정짓는 선거다. 대선의 본질에 걸맞게 선거운동 펼쳐나갈 것이다.

“운동권 자족적 집회, 권력지분센터 전락한 정파기능 모두 혁신대상”

뷰스 당의 내부혁신도 강조해왔는데.

노회찬 정체성만 빼고 다 바꿔야한다고 얘기해왔다. 민주노동당의 정책노선은 지금 양극화로 신음하는 서민들에게 강력한 희망과 감동을 못 준게 사실이다. 그 부분에 대한 서민들의 기대가 있었는데 노력했지만 아직 부응하지 못했다. 정책을 더 구체화하고 서민들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해야한다. 그리고 9석이라는 적은 의석으로 정책을 관철시키려면 결국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한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운동은 비록 의원은 9명이지만 6백만 자영업자들의 동의와 지지를 바탕으로 타당 의원들을 움직여 정책을 관철시킨 사례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당은 정책을 관철시키는데 있어서 지나치게 경직되고 고답적이었다.

활동방식에 대한 혁신도 필요하다. 운동권의 자기만족적 집회와 시위문화에 대해 회의적이다. 집회에 나가보면 늘 우리밖에 없다. 집회에서의 주장은 서민들을 위해서, 일반 국민들을 위해서 하는데 정작 그들은 없고 선수들만 있는 집회, 이런 폐쇄적인 집회와 자족적인 운동방식을 바꿔야한다. 예컨대 서민들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민주노동당의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어야한다. 무섭고 가지 못하는 당이 돼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정파갈등에 대한 혁신이 시급하다. 당과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를 놓고 비생산적인 정파갈등이 심하다. 국민들이 이해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갈등이 과거에 많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정파 자체에 비판적인게 아니라 정파 질서가 과거지향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과거 학생 시절 어느 쪽에 서있었나를 갖고 30년간 묶여있었다. 정파적 기능을 국민을 위해 펼치는게 아니라 당직을 배분하고 권력지분을 위한 센터처럼 되어있다. 이는 정당의 역기능이지 결코 순기능이 아니다. 정파 문제에 있어서는 당의 현대화를 위해서도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홍국.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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