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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가 이명박을 '정조준'한 이유는?

[김행의 '여론 속으로']<30> '이명박 죽이기' 선전포고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또 다시 금기를 깼다.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해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고 깎아 내린 것이다.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도에 대해서도 ‘별게 아니다’는 식으로 코웃음쳤다.

현직 대통령, 그것도 5년 임기 중 4년을 지낸 대통령이 야당 유력 대선주자를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립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서 나온 특정주자에 대한 코멘트는 정치개입과 함께 선거중립 훼손이라는 비난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비판했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라도 한다면 그 후과(後過)를 어찌 감당할지 흥미롭다. 역시 노 대통령답다.

노 대통령의 이 전시장에 대한 코멘트는 신년기자회견 자리에서 어느 기자가 연말 대선의 시대정신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긴 했다. 하지만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 한다거나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라고 한 것은 ‘실물 경제통’으로 인식된 이 전 시장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다. “전 세계에 경제 살린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도 있다”고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을 언급한 데서 이 전 시장은 더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지 모른다.

이 전 시장 깎아내리기에서 연말 대선에 임하는 노 대통령의 의도가 윤곽이 잡히는 면도 있다.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이 전 시장의 당선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선거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1997, 2002년 대선에서 지지율 1위 후보가 떨어진 사실을 예로 들었다. “97년 대선 때도 1위 후보가 떨어졌다. 2002년 대선에도 이맘 때 지지율 5% 아래 있던 내가 후보가 됐다”고 상기시켰다. “내가 후보가 된 게 (2002년) 2월 말, 3월 초인데 그 뒤 내가 바닥까지 갔다 올라왔다"며 "이제는 막판에 바로 올라가도 되지 않나. 선거구도는 바뀔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명박 &#8228; 박근혜 &#8228; 손학규 3인으로 좁혀진 대선경쟁구도는 별 게 아니라는 투다.

노 대통령이 유력 주자들을 향해 험담을 쏟아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한다거나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는 말에는 이 전 시장 뿐만 아니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대상이 된다. 교육 정책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했던 정 전 총장에 대한 미움의 표출일까? 또 고건 전국무총리에 대해서는 “총리인선은 실패한 인사”라고 했고, 김근태 &#8228; 정동영 입각에 대해서는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다”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이들은 안중에 없다는 얘기다. 2002년 자신처럼 지지도가 바닥인 ‘히든 카드’를 키워 12월 선거에서 대 역전극을 일으켜 보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지지만 갖고 모든 권력을 쥔 게 아니다”는 메시지 이상 그의 의도를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의 저런 과감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지지도 50%를 향해 달려가는 이 전 시장을 포함해 한나라당 ‘빅 3’를 일거에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지지도 10%에 불과한 노 대통령의 기세의 근거는 무엇일까.

노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현직대통령’이다. “서산에 넘어가는 해가 더 뜨겁다“는 말을 노 대통령이 굳게 믿는 지 모른다. 누구를 당선시키기는 어렵지만 특정후보에게 재 뿌리는 것은 쉬운 일일 수도 있다. 특히 이 전 시장처럼 재산과 병역 문제 등으로 ‘검증’ 공세를 받고 있는 후보 낙마는 여반장이라고 보는 것은 아닌지.

노 대통령 쪽에는 야당 주자들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전 시장에게는 그와 사업을 함께하다 미국으로 도피해 작년 미국 경찰에 체포된 채 송환을 기다리고 있는 김모씨 문제가 남아있다. 재산목록도 관심사다. 만약 재산 리스트가 부동산으로 가득 차 있고, 투기 흔적이라도 발견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여권에는 ‘이회창 죽이기’에 성공한 노하우도 있다.

노 대통령 성격상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 확실하다. 임기가 끝나도 “정치와 언론에서 손을 놓지 않겠다”고 한 노 대통령 아닌가. 개헌에 반대한 후보들을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퇴임 이후까지 언급한 노 대통령이다. 더구나 고건 전 총리는 ‘실패한 인사’라는 한마디로 낙마시켰다. 그런 노에게 이 전 시장이 그리 대단한 후보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표작인 청계천 복원식에 참여,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두사람 사이가 급랭하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노 대통령 말대로 ‘선거구도는 바뀔 수 있는가?’ 그러나 ‘이명박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과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약진과 함께 정당 지지도도 매우 높다. ‘이회창 대세론’이 나오던 2001년 말~2002년 초까지 한나라당 지지도는 30%대였다. 새천년민주당은 20%대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현재 한나라당 지지도는 40%를 상회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10%대 안팎으로 초라하다. 이명박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처럼 쉽게 물거품처럼 꺼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 근거다.

노 대통령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선거 당일까지, 그리고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노 대통령에 의한 판 뒤집기와 판 깨기 시도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김행 여론조사전문가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35 19
    백담

    감방갈까 겁나서지
    판교와 동탄에서 먹은거 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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