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국민 떡줄 생각 않는데 더 먹겠다고 싸워"
개혁정치세력 독자노선 선언, 당내 10여명 동조
개혁 성향의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6일 최근의 친노-반노 전쟁을 "반성은 없고 주도권만 다투는 계파 싸움"으로 규정한 뒤, 개혁세력들만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정계개편, 통합신당 재창당 모두 정답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의 당내 갈등과 관련, "양쪽은 지지율 몰락의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떠넘기고 서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다투고 있다"며 "이는 배신당한 서민과 개혁세력의 쓰린 가슴은 아랑곳없이 정치공학을 통해 표를 얻을 궁리만 하는 것인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더 많이 먹겠다고 다투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임 의원은 "우리당에는 서민과 중산층, 민주개혁세력과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런 인적 구성을 정비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며 "새 시대를 여는 정계개편은 원칙을 지켜오고 민주개혁세력으로서 철저히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온 사람들을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눈에 보이는 의석수나 당장의 이합집산에 연연할 필요가 없으며 비록 수는 많지 않더라도 국민과 역사를 믿고 모여야 한다"며 "17대 총선에서는 무려 62%의 국회의원이 교체됐고 전체 국회의원 중 초선과 재선이 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당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10여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고, 재선에 연연하지 않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바른 길을 가려는 이분들과 함께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을 믿고 기꺼이 역사의 제단에 몸을 바치려고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정당은 자기의 노선과 정책을 지켜야 하며 지키지도 않을 정책과 공약을 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사기"라면서 "우리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철저히 반성해야 하며 신뢰부터 회복하고 정계개편은 그 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임 의원의 글 전문.
정계개편, 통합신당 재창당 모두 정답 아니다
-제대로 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을 만들어야
반성은 없고 주도권만 다투는 당내 계파들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놓고 우리당 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통합신당파는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반한나라당세력 통합이 필수라며 통합신당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창당파는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 몰아세우며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결정하자고 맞서고 있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당의 지지율이 8.8%까지 떨어진 데에는 통합신당파와 재창당파 모두 책임이 있다. 그리고 한자리수 지지율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든 관심이 없다. 그만큼 실망과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당과 청와대가 국민의 관심이라도 받으려면 반성부터 해야 한다.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국민의 심정은 아랑곳없이 주도권 다툼을 벌여서는 비웃음을 살 뿐이다.
국민지지 잃은 것은 청와대가 가장 큰 책임
반성과 사죄는 재창당파인 청와대가 먼저 해야 한다. 국민들이 우리당에 등을 돌린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이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당선시켜준 서민과 개혁세력보다 재벌과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을 폈다.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이다. 최근 입장을 바꿨지만 노 대통령은 서민들이 바라는 분양원가 공개는 반대하고 재벌건설사들을 위한 공급확대정책을 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함으로써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평화번영과 대미자주를 말하면서 미국의 불법침략을 돕는 이라크파병도 했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자”더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으로 입장을 바꿨다. 급기야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주장해 당의 정체성마저 부정했다(우리당 지도부도 노 대통령의 위세에 눌려 연정제안을 추인했고, 이로써 우리당의 정체성은 완전히 무너졌다). 최근에는 한미FTA까지 추진해 지지세력들이 떠나도록 만들었다.
우리당의 전․현직 지도부도 책임 통감해야
우리당의 전․현직 지도부의 잘못도 노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에서 한나라당에나 어울리는 인사들까지 대거 끌어들여 우리당을 정체성 없는 잡탕정당으로 만들었다. 4.15총선에서 서민과 개혁세력의 지지로 과반수 의석을 얻었음에도 총선이 끝나자 바로 이들을 외면했다. 우리당의 노선은 개혁이 아니라 실용주의라고 규정해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도록 만든 것이다.
이들이 우리당을 이끄는 동안 대부분의 개혁입법은 한나라당에 밀려 후퇴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실패했다. 민생개혁도 내세울 것이 없고 친재벌정책만 양산했다. 법인세 2%인하, 기업도시특별법 제정, 고가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 삼성의 불법에 면죄부를 주는 금산법 개정, 최근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추진이 예다. 평화세력이라면서 정부의 이라크 파병도 수용했고 철군에도 소극적이다.
노선과 사람을 그대로 둔 정계개편은 실패
사정이 이런데도 양쪽은 지지율 몰락의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그리고는 서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다투고 있다. 배신당한 서민과 개혁세력의 쓰린 가슴은 아랑곳없이 정치공학을 통해 표를 얻을 궁리만 하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왔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없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더 많이 먹겠다고 다투는 격이다.
통합신당이든 재창당이든 이런 식의 정계개편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념과 노선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바뀌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봤자 멀지 않아 둘 다 ‘도로 우리당’이 되고 만다. 말로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재벌과 특권층을 대변하는 ‘좌파 신자유주의’, 앞으로는 자주를 외치면서 뒤로는 미국의 요구에 철저히 따르는 ‘친미 자주’가 반복될 뿐이다.
정책중심 정계개편 이끌 정책모임 필요해
당지지율을 한자리수로 만든 사람들은 자제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사이비 개혁을 원치 않는다. 당장의 실권을 가졌다고 해서 또 다시 정계개편의 주도세력으로 나서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구해야 한다. 새 시대를 여는 정계개편은 원칙을 지켜온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 민주개혁세력으로서 철저히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온 사람들을 앞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원칙을 지켜온 분들이 모여야 한다. 나는 여야와 원내외를 떠나 중도진보 성향의 개혁인사들이 정책모임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눈에 보이는 의석수나 당장의 이합집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비록 수는 많지 않더라도 국민과 역사를 믿고 모여야 한다.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역사를 이룰 수 없다. “한줌의 불씨가 광야를 불태운다”는 믿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주체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지금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거울삼아 서민과 중산층이 바라는 정책과 노선부터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내용은 없고 주도권 다툼만 하고 있는 지금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국민들이 엉터리 정계개편에 현혹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정계개편 세력이 누구의 이해를 어떻게 대변할 것인 지부터 밝히고 그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강제해야 한다.
도탄에 빠진 서민생활부터 차분히 개선해야
참여정부와 우리당이 비참할 정도로 국민지지를 잃은 것은 정체성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서민이 되고, 서민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극심한 민생파탄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우리당은 이를 개혁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재벌과 특권층을 의식해 민생개혁에 소홀했고, 평화세력으로서 일관성도 보이지 않았다. 도무지 지지세력이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처지를 “금술동이의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망 소리 높다.”고 비유했다. 지금 우리 서민들의 가슴에 담긴 좌절과 분노도 민란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서민주거생활 안정시키고 중소기업 보호해야
우리당은 도탄에 빠진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야 한다.
첫째, 공공주택 확대 등 서민주거를 안정시켜야 한다.
참여정부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집값은 폭등을 거듭해 부동산대란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집을 살 수 없는 30%의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공공주택 100만호 건설계획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환매조건부,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정책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래서 서민주거생활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둘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
분양원가 공개는 서민 집값 안정의 핵심정책이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4.15 총선 공약이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우리당은 두 번이나 약속을 뒤집었다. 그 결과 4.15 총선이후 50.1%까지 회복됐던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주 만에 11.1%나 급락했다. 재벌건설사를 비호하는 정부와 우리당을 서민들이 지지할 이유가 없다. 우리당은 분양원가 즉각 공개와 부유층의 부동산보유세 강화를 주장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을 육성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40년 동안 재벌은 정부의 비호아래 사회자원을 우선 배정받고 중소기업이 설자리를 뺐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재벌중심의 성장전략은 양극화와 성장잠재력 후퇴라는 한계에 직면한지 오래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비대해진 재벌권력을 제어하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출자총액제 폐지에 반대하고, 중소기업이 클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졸속으로 추진중인 한미FTA를 막아야 한다.
한미FTA는 단순한 관세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50년이상 우리 경제와 국민 개인의 삶을 가름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외국 투자자가 국제기구에 정부를 제소하고, 식품과 약품의 안전성 등 공공분야도 기업이윤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국민의 공감대나 충분한 준비도 없이 미국의 일정에 맞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당은 이런 졸속적인 협상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다섯째, 대북포용정책을 확고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참여정부는 햇볕정책을 계승하면서도 일관성이 부족했다.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했고,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북핵문제와 연계’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하자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포용정책 변경을 검토하기도 했다. 우리당은 대북압박과는 선을 긋고,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는 대북포용정책을 주장해야 한다.
정계개편 성공은 노선과 주체세력이 관건
정당은 자기의 노선과 정책을 지켜야 한다. 지키지도 않을 정책과 공약을 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사기다. 민주주의와 대의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선진국 국민들은 이런 정치세력을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당이 소멸될 처지에 놓인 것도 정책과 공약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당은 이를 솔직히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정계개편으로 또 다시 국민의 눈을 속이려 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치공학에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참여정부 4년 동안 충분히 겪었기 때문이다. 우리당과 민주개혁세력이 살려면 진정으로 반성해야 한다. 국민 앞에 정책과 노선을 명확히 하고 주체세력을 바꿔야 한다. 우리당에는 서민과 중산층, 민주개혁세력과 반대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인적구성을 정비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정당은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모여야 한다.
한나라당과 차별되는 개혁적이고 서민적인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민주화 과정에서 제기됐던 사회적 요구들을 제도 안으로 수렴하는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실패한다. 눈앞에 보이는 의석수나 세력은 중요하지 않다. 17대 총선에서는 무려 62%의 국회의원이 교체됐다. 전체 국회의원 중 초선과 재선이 80%를 차지한다.
국민 믿고 기꺼이 힘들고 외로운 길 갈 터
거듭 말하지만 내용도 없는 정치공학으로는 절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우리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위에 제시한 정책들을 꾸준히 실천해 서민과 중산층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정계개편은 그 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친재벌 한나라당과 힘을 합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서는 희망이 없다.
우리당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10여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고, 재선에 연연하지 않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바른 길을 가려는 분들이다. 나 또한 이분들과 함께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을 믿고 기꺼이 역사의 제단에 몸을 바치려고 한다.
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정계개편, 통합신당 재창당 모두 정답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의 당내 갈등과 관련, "양쪽은 지지율 몰락의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떠넘기고 서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다투고 있다"며 "이는 배신당한 서민과 개혁세력의 쓰린 가슴은 아랑곳없이 정치공학을 통해 표를 얻을 궁리만 하는 것인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더 많이 먹겠다고 다투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임 의원은 "우리당에는 서민과 중산층, 민주개혁세력과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런 인적 구성을 정비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며 "새 시대를 여는 정계개편은 원칙을 지켜오고 민주개혁세력으로서 철저히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온 사람들을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눈에 보이는 의석수나 당장의 이합집산에 연연할 필요가 없으며 비록 수는 많지 않더라도 국민과 역사를 믿고 모여야 한다"며 "17대 총선에서는 무려 62%의 국회의원이 교체됐고 전체 국회의원 중 초선과 재선이 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당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10여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고, 재선에 연연하지 않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바른 길을 가려는 이분들과 함께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을 믿고 기꺼이 역사의 제단에 몸을 바치려고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정당은 자기의 노선과 정책을 지켜야 하며 지키지도 않을 정책과 공약을 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사기"라면서 "우리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철저히 반성해야 하며 신뢰부터 회복하고 정계개편은 그 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임 의원의 글 전문.
정계개편, 통합신당 재창당 모두 정답 아니다
-제대로 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을 만들어야
반성은 없고 주도권만 다투는 당내 계파들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놓고 우리당 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통합신당파는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반한나라당세력 통합이 필수라며 통합신당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창당파는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 몰아세우며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결정하자고 맞서고 있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당의 지지율이 8.8%까지 떨어진 데에는 통합신당파와 재창당파 모두 책임이 있다. 그리고 한자리수 지지율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든 관심이 없다. 그만큼 실망과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당과 청와대가 국민의 관심이라도 받으려면 반성부터 해야 한다.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국민의 심정은 아랑곳없이 주도권 다툼을 벌여서는 비웃음을 살 뿐이다.
국민지지 잃은 것은 청와대가 가장 큰 책임
반성과 사죄는 재창당파인 청와대가 먼저 해야 한다. 국민들이 우리당에 등을 돌린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이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당선시켜준 서민과 개혁세력보다 재벌과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을 폈다.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이다. 최근 입장을 바꿨지만 노 대통령은 서민들이 바라는 분양원가 공개는 반대하고 재벌건설사들을 위한 공급확대정책을 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함으로써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평화번영과 대미자주를 말하면서 미국의 불법침략을 돕는 이라크파병도 했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자”더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으로 입장을 바꿨다. 급기야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주장해 당의 정체성마저 부정했다(우리당 지도부도 노 대통령의 위세에 눌려 연정제안을 추인했고, 이로써 우리당의 정체성은 완전히 무너졌다). 최근에는 한미FTA까지 추진해 지지세력들이 떠나도록 만들었다.
우리당의 전․현직 지도부도 책임 통감해야
우리당의 전․현직 지도부의 잘못도 노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에서 한나라당에나 어울리는 인사들까지 대거 끌어들여 우리당을 정체성 없는 잡탕정당으로 만들었다. 4.15총선에서 서민과 개혁세력의 지지로 과반수 의석을 얻었음에도 총선이 끝나자 바로 이들을 외면했다. 우리당의 노선은 개혁이 아니라 실용주의라고 규정해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도록 만든 것이다.
이들이 우리당을 이끄는 동안 대부분의 개혁입법은 한나라당에 밀려 후퇴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실패했다. 민생개혁도 내세울 것이 없고 친재벌정책만 양산했다. 법인세 2%인하, 기업도시특별법 제정, 고가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 삼성의 불법에 면죄부를 주는 금산법 개정, 최근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추진이 예다. 평화세력이라면서 정부의 이라크 파병도 수용했고 철군에도 소극적이다.
노선과 사람을 그대로 둔 정계개편은 실패
사정이 이런데도 양쪽은 지지율 몰락의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그리고는 서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다투고 있다. 배신당한 서민과 개혁세력의 쓰린 가슴은 아랑곳없이 정치공학을 통해 표를 얻을 궁리만 하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왔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없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더 많이 먹겠다고 다투는 격이다.
통합신당이든 재창당이든 이런 식의 정계개편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념과 노선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바뀌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봤자 멀지 않아 둘 다 ‘도로 우리당’이 되고 만다. 말로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재벌과 특권층을 대변하는 ‘좌파 신자유주의’, 앞으로는 자주를 외치면서 뒤로는 미국의 요구에 철저히 따르는 ‘친미 자주’가 반복될 뿐이다.
정책중심 정계개편 이끌 정책모임 필요해
당지지율을 한자리수로 만든 사람들은 자제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사이비 개혁을 원치 않는다. 당장의 실권을 가졌다고 해서 또 다시 정계개편의 주도세력으로 나서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구해야 한다. 새 시대를 여는 정계개편은 원칙을 지켜온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 민주개혁세력으로서 철저히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온 사람들을 앞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원칙을 지켜온 분들이 모여야 한다. 나는 여야와 원내외를 떠나 중도진보 성향의 개혁인사들이 정책모임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눈에 보이는 의석수나 당장의 이합집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비록 수는 많지 않더라도 국민과 역사를 믿고 모여야 한다.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역사를 이룰 수 없다. “한줌의 불씨가 광야를 불태운다”는 믿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주체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지금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거울삼아 서민과 중산층이 바라는 정책과 노선부터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내용은 없고 주도권 다툼만 하고 있는 지금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국민들이 엉터리 정계개편에 현혹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정계개편 세력이 누구의 이해를 어떻게 대변할 것인 지부터 밝히고 그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강제해야 한다.
도탄에 빠진 서민생활부터 차분히 개선해야
참여정부와 우리당이 비참할 정도로 국민지지를 잃은 것은 정체성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서민이 되고, 서민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극심한 민생파탄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우리당은 이를 개혁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재벌과 특권층을 의식해 민생개혁에 소홀했고, 평화세력으로서 일관성도 보이지 않았다. 도무지 지지세력이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처지를 “금술동이의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망 소리 높다.”고 비유했다. 지금 우리 서민들의 가슴에 담긴 좌절과 분노도 민란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서민주거생활 안정시키고 중소기업 보호해야
우리당은 도탄에 빠진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야 한다.
첫째, 공공주택 확대 등 서민주거를 안정시켜야 한다.
참여정부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집값은 폭등을 거듭해 부동산대란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집을 살 수 없는 30%의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공공주택 100만호 건설계획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환매조건부,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정책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래서 서민주거생활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둘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
분양원가 공개는 서민 집값 안정의 핵심정책이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4.15 총선 공약이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우리당은 두 번이나 약속을 뒤집었다. 그 결과 4.15 총선이후 50.1%까지 회복됐던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주 만에 11.1%나 급락했다. 재벌건설사를 비호하는 정부와 우리당을 서민들이 지지할 이유가 없다. 우리당은 분양원가 즉각 공개와 부유층의 부동산보유세 강화를 주장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을 육성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40년 동안 재벌은 정부의 비호아래 사회자원을 우선 배정받고 중소기업이 설자리를 뺐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재벌중심의 성장전략은 양극화와 성장잠재력 후퇴라는 한계에 직면한지 오래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비대해진 재벌권력을 제어하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출자총액제 폐지에 반대하고, 중소기업이 클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졸속으로 추진중인 한미FTA를 막아야 한다.
한미FTA는 단순한 관세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50년이상 우리 경제와 국민 개인의 삶을 가름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외국 투자자가 국제기구에 정부를 제소하고, 식품과 약품의 안전성 등 공공분야도 기업이윤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국민의 공감대나 충분한 준비도 없이 미국의 일정에 맞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당은 이런 졸속적인 협상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다섯째, 대북포용정책을 확고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참여정부는 햇볕정책을 계승하면서도 일관성이 부족했다.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했고,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북핵문제와 연계’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하자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포용정책 변경을 검토하기도 했다. 우리당은 대북압박과는 선을 긋고,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는 대북포용정책을 주장해야 한다.
정계개편 성공은 노선과 주체세력이 관건
정당은 자기의 노선과 정책을 지켜야 한다. 지키지도 않을 정책과 공약을 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사기다. 민주주의와 대의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선진국 국민들은 이런 정치세력을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당이 소멸될 처지에 놓인 것도 정책과 공약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당은 이를 솔직히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정계개편으로 또 다시 국민의 눈을 속이려 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치공학에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참여정부 4년 동안 충분히 겪었기 때문이다. 우리당과 민주개혁세력이 살려면 진정으로 반성해야 한다. 국민 앞에 정책과 노선을 명확히 하고 주체세력을 바꿔야 한다. 우리당에는 서민과 중산층, 민주개혁세력과 반대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인적구성을 정비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정당은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모여야 한다.
한나라당과 차별되는 개혁적이고 서민적인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민주화 과정에서 제기됐던 사회적 요구들을 제도 안으로 수렴하는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실패한다. 눈앞에 보이는 의석수나 세력은 중요하지 않다. 17대 총선에서는 무려 62%의 국회의원이 교체됐다. 전체 국회의원 중 초선과 재선이 80%를 차지한다.
국민 믿고 기꺼이 힘들고 외로운 길 갈 터
거듭 말하지만 내용도 없는 정치공학으로는 절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우리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위에 제시한 정책들을 꾸준히 실천해 서민과 중산층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정계개편은 그 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친재벌 한나라당과 힘을 합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서는 희망이 없다.
우리당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10여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고, 재선에 연연하지 않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바른 길을 가려는 분들이다. 나 또한 이분들과 함께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을 믿고 기꺼이 역사의 제단에 몸을 바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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