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택수 "왜 하필이면 베트남에서...불안해"
한나라당도 '종전협정' 카드에 당황, "미국 정말로 한국에 애정 식었나"
안택수 "왜 하필이면 베트남에서인가. 불안한 예감 들어"
3선 중진인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대구 북을)은 21일 당 홈페이지에 띠운 '대한민국을 똑바로 지켜나가자'는 글을 통해 '종전협정' 체결을 논의한 노무현대통령과 부시대통령간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왜 하필이면 베트남에서인가. 뒷맛이 씁쓰레하고 불안한 예감이 잇따라 일어난다"며 "미국은 1973년 미-월맹간 평화협약을 맺고 2년뒤 1975년 월남에서 미군을 철수함으로써 월남은 패망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야 되고 그 다음은 주한 미군철수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폐기가 아닌가"라며 "차츰차츰 북한의 요구대로 한반도 정세가 변화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고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고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미국은 정말로 한국에 대해 애정이 식었나"
안 의원은 이어 미국에 대해 "정말로 미국은 대한민국에 대해 애정이 식은 나머지 기존의 한반도 정책을 확 바꾸자는 속셈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고 우회적으로 불안감과 배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물론 미국 부시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고 대외정책에서 호랑이 꼬리를 잡은 기분이 들겠지만 ‘종전선언’이 6자회담에 북한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치고는 대한민국에겐 여간 불안하고 기분나쁜 제의가 아니다"라고 재차 미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국가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철칙이 있다"며 "30여년전 미국은 베트남에서 온갖 출혈을 쏟아내다가 월남을 포기했지만 최근에는 그때의 원수요 적인 베트콩, 월맹의 수도인 하노이에 가서 웃는 얼굴로 미-베트남 우호증진과 경제협력을 다짐하고 돌아갔다. 얼마나 비정하고 냉혹한 행동들인가"라고 미국을 재차 비난했다.
안 의원은 이렇듯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한국민은 미국에 대해 6.25때 나라를 지켜줬고 오늘날까지 경제적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오는데 크나큰 도움을 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몇가지 작고 기분나쁜 일들도 있었지만 한국민은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동맹관계의 승화를 기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미국에 대해 종전협상 재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환영하다니,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안 의원은 이어 화살을 한나라당 지도부로 돌려 "한ㆍ미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의 종료를 공식선언하는 방안을 논의한 데 대해 여야의 반응은 다소간의 내용차이는 있지만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야 당연한 반응이라고 하지만 한나라당까지 환영하고 나왔다니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도부를 맹성토했다.
그는 "만일 북한이 북핵을 제거한다고 하고 미국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고 6자회담에 성의를 보이는 척 하면서 평화 협정을 체결한 뒤 ‘미군은 떠나야 한다’ ‘한ㆍ미 동맹 무효화 하라’고 생떼를 쓴다면 그때가서 미국인들 어찌하겠는가"라고 한나라당 지도부의 단견(?)을 질타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이제 우리 한나라당이 정신차리고 당력을 모아서 치밀하고, 악착같고, 끈질기게 투쟁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며 "손에 희생의 피를 묻히지 않고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는 없다. 좀더 과감하고 정확하게 국민의 마음을 얻자"는 횡설수설성 결론으로 글을 끝맺었다.
안 의원 외에도 한나라당에서는 부시의 '종전협정 발언'에 큰 충격을 받은 의원들이 상당수이며, 이같은 미국의 태도 변화가 내년 대선에도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1.7 미국 중간선거에서의 공화당 참패후 예상됐던 '11.7 역풍'이 서서히 여의도에 몰아닥치기 시작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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