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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요구했다고 이렇게 무참히 짓밟나요”

[현장] 면담요구하던 KTX 여승무원 강제진압...부상속출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철도공사 서울사옥(구 청사)에서 농성을 벌이던 KTX 여승무원 1백50여명이 결국 공권력에 의해 강제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강모 승무원이 진압 전경에게 머리를 밟혀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등 12명의 여승무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특히 면담요구 시위를 하던 승무원 전원이 여성이었던 것에 반해 진압에 나선 경찰은 여경이 아닌 전경들이어서 "경찰의 과잉 진압이었다"는 비판과 함께 "부상자 속출은 충분히 예견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있다.

이 날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있는 강씨와 더불어 왼쪽 팔 골절과 허리부상을 입은 김모씨 등 모두 7명의 여승무원들은 서부중앙의원과 서대문 적십자 병원에 분산돼 입원치료중에 있다.

이 날 사태는 이철 사장이 27일 오전 8시 30분, 공사 경영진을 비롯한 공사 15개 자회사 사장단과 서울청사 6층에서 회의를 하면서 비롯됐다. 회의 소식을 전해들은 여승무원들은 이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이 날 오전 8시 40분부터 서울 청사 로비에서 면담요청 시위를 벌였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이 날 시위에 참석하지 못했던 정혜인 KTX 승무지부 부산지부장은 여승무원들이 끌려가는 과정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뷰스앤뉴스


면담요구하던 여승무원들 강제진압...뇌진탕 증세 등 12명 부상

그러나 철도공사 측은 “여승무원들의 행동이 명백한 업무 방해행위”라며 경찰에 시위대 해산을 요청, 오후 1시 15분께 전경들이 투입돼 1백50여명의 승무원 전원이 강제 진압됐다.

뇌진탕 증세를 보인 강씨 이외도 현장에 있던 승무원 고 모씨는 전경이 뒤로 밀치는 과정에서 허리부상을 당했고 장모 여승무원 또한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했다. 또 승무원 정모씨는 쇼크로 그 자리에서 기절해 인근 서대문 적십자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KTX 승무지부에 따르면 이 날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모두 12명의 여승무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이 중 7명은 입원치료중이다.

이 날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현장에 있던 1백50여명의 여승무원들은 팔 골절상과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뷰스앤뉴스


“이철 사장 피신시키려고 그렇게 우리를 짓밟았나요?”

한편 KTX 승무지부측은 이철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청사 로비에 있던 승무원들 전원이 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현장에 출동한 여경들을 제껴둔 채 전경들에게 진압을 지시해 과잉진압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승무지부측은 “실제 여경들은 30명밖에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으며 그 마저도 전경들이 청사 로비에 있던 승무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난 뒤 청사 바깥에서 연행하는 시늉만했다”며 “불상사태가 뻔히 예견된 진압이었다”고 경찰을 비난하고 나섰다.

KTX 승무지부 관계자는 “승무원들이 위협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이철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한 것 뿐인데 마치 우리를 무단점거한 폭도로 몰아 경찰을 투입시켰다”면서 “이철 사장 한명을 피신시키기 위해 경찰 수백명이 동원돼 우리를 그렇게 무참히 짓밟은 것이냐”며 공사측과 경찰을 동시에 비난했다.

경찰이 여승무원들을 철도공사 서울사옥에서 끌어내는 과정에서 여승무원들의 옷이 찢어지는 등 과잉진압으로 일관해 문제가 되고있다 ⓒ뷰스앤뉴스


“지켜만 볼 수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끝내 눈물

한편 KTX 여승무원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며 이 날 오후 5시 30분께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철 사장의 사과와 현장 지휘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정혜인(26) KTX 승무지부 부산지부장은 “동지들이 개처럼 끌려가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너무 죄송하고 너무 미안하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정 지부장은 민세원 서울지부장과 함께 경찰의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어 이 날 승무원들의 현장 시위에 참석할 수 없었던 것. 이에 정 지부장은 “정말 함께 하고 싶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250여명의 여승무원들에게 거듭 사죄의 변을 쏟아냈다.

KTX 여승무원 2백50여명 가량은 지난 9일부터 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18일째 철야농성을 이어가고있다. 농성장에 있는 여승무원들은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여성 비정규직이다 ⓒ뷰스앤뉴스


공사 “소란피우는 탓에 공권력 투입...큰 불상사없이 잘 처리” 자평

그러나 철도공사측은 “KTX 승무원들이 철도공사 서울사옥을 불법 점거.봉쇄했지만 경찰을 투입시켜 큰 불상사없이 해산조치했다”고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공사측은 “공사직원 및 외부인의 진출입을 막고 소란을 피우는 등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면서 “승무원들의 자진해산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계속되는 불법 점거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되자 남대문경찰서에 공권력을 요청, 큰 불상사 없이 승무원들을 퇴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사측은 “(여승무원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가능하지만 먼저 불법파업을 중단해야한다”면서 '선(先)복귀 후(後)대화'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KTX여승무원들은 지난 1일 철도노조와 동맹파업에 돌입한 이후 27일 현재까지 한 달 가까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9일부터는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철야농성에 돌입, 이철 사장 면담과 공사측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여승무원들은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지 않아도 우선 공사측이 자신들을 직고용해 줄 것"을 주장하고있다.

하지만 이철 사장은 새롭게 KTX 승무서비스 위탁사업을 맡은 KTX 관광레져쪽과 기존 승무서비스 위탁계약을 맺고있는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측과 협상하라며 대화 거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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