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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은 국감 증인대 서면 안되나?"

<현장> 대법원장 증인 출석 놓고 법사위 공방

1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시작부터 치열한 논쟁이 오고 갔다.

이 날 오전 10시 국감 개시 전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사위원들 앞에서 5분간의 인사말을 했다. 이 대법원장의 인사말이 끝난 직후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수고하셨다”며 “퇴장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법원장이 퇴장하려던 찰나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며 이 대법원장의 퇴장을 막았다.

임 의원은 “대법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법사위원장께서 원장께 ‘퇴장해도 좋다’했는데 이 부분에 이의가 있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지난 10월 12일, 헌재 국감 전 날 대법원장께 ‘이번 국감에서는 단순한 인사에 그치지 말고 법원의 행정 전반에 대해 답변해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저는 실질적 국감을 위해 이용훈 대법원장께서 직접 나오셔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해야한다고 본다”며 “우리가 대법원 판결 결과에 대해 질의해야한다. 예컨대 사형제 유지판결 같은 이런 것은 법원행정처장이 답변하지 못한다”고 이 대법원장의 국감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헌법재판소 소장 등 사법부 수장 2인에 대해서는 국회가 국감 때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김동현 기자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 대법원장-헌재소장 증인 불채택 ‘예우’

그러나 안 위원장은 “법사위에서 대법원에 대법원장 출석과 관련해 공문을 보낸대로 하겠다”며 이 대법원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헌법재판소 국정감사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2일, 국회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이용훈 대법원장과 주선회 헌법재판소장 직무대리 등 사법부 수장인 두 사람에 대해 국감장에서 답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결한 바 있다.

그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 때마다 법원행정처장과 헌재 사무처장이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을 대신해 답변해 왔던 것이 관행이었다. 사법부 수장들의 지위를 존중한다는 차원이었다.

또 실질적으로 국회(법사위)가 사법부의 두 수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경우 자칫 사법부 독립성 훼손 우려 등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에 대한 증인 채택은 자제했던 것.

이 점을 고려해 12일 법사위 의결 사항도 이 대법원장과 주선회 헌재소장 직무대리가 국감장에 출석하되 두 사법부 수장에게 증인선서 절차없이 위원들의 질의에 응답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법사위는 당일 국감 시간 내내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에게 답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법원행정처장과 헌재 사무처장이 국감 질의 내내 증인으로 출석해 있고 위원들의 질의가 모두 끝난 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다시 나와 포괄적 발언을 하는 것으로 대신케 했다.

임종인 의원, “제왕적 사법부, 견제 수단 전혀 없어”

하지만 이 날 대법원 국감에서 임 의원은 끝까지 이 대법원장의 증인 채택 주장을 고수했다.

임 의원은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화 결과 가장 강력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곳이 바로 사법부다. 광위의 사법부로는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다. 한 마디로 사법부에 대한 견제 수단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대법원장, 헌재소장 등은 국회 동의를 거치면 아무런 견제를 못한다”며 “이른바 ‘제왕적 사법부’에 대한 아무런 견제가 없다. 그래서 국감 하루 만이라도 대법원장이 직접 나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임 의원은 “대법원장이 요사이 사법개혁과 관련해 공판중심주의 등 여러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현안에 대해 우리가 직접 물어봐야 하지 않겠냐”며 “대법원장은 최소한 2시간 정도로라도 질의 응답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 나아가 임 의원은 “방금 이용훈 대법원장이 인사말에서 ‘저희(법사위원들)가 대법원을 방문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는데 지금 저희가 여기 방문하러 왔냐”며 이 대법원장의 인사말에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타냈다.

박세환 의원, “국민을 섬기겠다는 대법원장의 태도가 이런거냐”

이같은 임 의원의 주장에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도 가세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임 의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인 동시에 3부요인 중의 한분이다. 따라서 그 권위와 권능에 대한 존중은 마땅하다. 그러나 국감자리를 회피하는 것이 이를 지키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상위의 헌법상의 원리는 국민주권의 원리”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회의 권능에 따라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에 질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더 나아가 “대법원장이 방금 인사말에서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라고 했는데 말로만 그런게 아니냐”며 “이게 무슨 국민을 섬기는 자세냐”고 이 대법원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박 의원은 “대법원장 출석과 관련해 국회에서도 전례가 있다”며 “1967년도에 대법원장이 국회에 까지 와 국회의원 질의에 응답한 전례가 있다”고 들었다.

박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해야만 사법부의 권위를 지키는 것이냐”며 “그리고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도 아니다. 저희들이 이 자리에 온 것은 대법원 감사위해 왔다. 행정처에 대한 감사자리가 아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자세, 그런 모습을 대법원장이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과 여야 법사위 간사들은 애초 합의대로 이 날 국감 질의를 모두 끝낸 후 이 대법원장에게 포괄적 답변을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등에관한법률’(2조)에 따르면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와 관련해 보고나 서류제출을 받거나 증인ㆍ참고인로서의 출석이나 감정 요구를 받은 때에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누구든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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