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7시간 동안 지원유세
<현장> 나경원과는 안한 화이팅, 소방관들과는 "화이팅, 화이팅"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관악고용지원센터에서 공식 선거운동 첫날 나 후보와 첫 대면했다. 나 후보는 박 전 대표를 보고선 활짝 웃으며 연신 싱글벙글했다. 박 전 대표가 4년 만에 유세에 나선 현장에 취재진만 100여명이 넘게 포진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표정은 뭔가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기자들 앞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섰을 때도 그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박 전 대표는 나 후보의 장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잠시 2초간 말없이 머뭇거리다 "다 아시면서..."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취재진이 "그래도 한 가지만 말해달라"고 독촉하자, 박 전 대표는 다시 2초간의 어색한 침묵후 "그동안 장애아동들을 위해서 애쓰신 것만 봐도 따뜻한 마음을 알 수 있다"며 "서울시정도 그러한 따뜻한 마음으로 잘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후 벤처기업협회까지 도보로 10분간 이동했다. 그러나 나란히 걷기보다는 박 전 대표가 나 후보에 조금 앞서서 걸었다. 벤처기업협회 구내식당에서의 오찬도 나 후보측은 내심 박 전 대표와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기를 바랐으나, 홍준표 대표, 박 전 대표, 나 후보 모두 각기 다른 테이블에서 다른 벤처관계자들과 수저를 들었다.
식사 후 벤처기업인들과 단체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주변 관계자가 "화이팅"이라고 순간 외쳤다. 모두들 손을 들어 포즈를 잡으려는 찰나 박 전 대표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홍 대표와 나 후보는 순간 움찔하며 어정쩡한 자세로 단체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단체사진을 끝으로 박 전 대표는 기계공구상가 등 산업현장으로 나 후보는 구로구 일대 골목유세로 갈길을 따로 잡았다. 박 전 대표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주위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한 벤처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방진복을 입지않고 공장 내부로 들어선 취재진을 보자 "(방진복을) 입으셔야죠. 안 그러면 (공장에) 피해를 주는 게 아닌가요?"라고 해당 기업 대표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또 공구상가 단지를 둘러보다 좁은 상가 안에서 한 카메라 기자가 뒤로 물러서다 물품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자, 두 손을 모으고 해당 상인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다 부수고 가네요"라고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취재진들이 연신 터뜨리는 카메라 플래시에는 별다른 포즈를 취하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시민들이나 상인들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려하자, 촬영에 협조해주었다.
그는 기계공구조합원들이 '낙후된 상가단지 개선', '카드 수수료', '제조업의 위기' 등을 하소연하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하셨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허리가 돼야 한다. 또 제조업이 무너지는, 없는 나라는 속 빈 강정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주신 말씀이 너무 가슴 아프고 정치권에서 챙겨드리지 못한 것이 송구스럽다"며 "지자체와 관련된 것은 나경원 후보에게 전달하고 국가적으로 챙겨야 할 일은 제 일로 생각하고 여러분이 활짝 웃으시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 일정 도중 지나가던 한 시민이 박 전 대표를 보고선 "민주당 화이팅"이라고 큰소리로 야유를 퍼붓자, 잠시 응시하며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이날 마지막 지원 유세 일정인 구로소방서에서 소방관들과 단체사진을 찍으며 누군가 "화이팅"하자 자신도 손을 들어 화이팅을 했다. 그는 그런 후 곧바로 옆의 소방관들에게 "그런데 뭐 때문에 '화이팅'인지 분명하게 해주셔야..."라고 뼈있는 농을 던져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에 한 소방관이 "소방 화이팅"이라고 하자, 그제서야 박 전 대표도 손을 들어 "소방 화이팅"이라고 외치며 포즈를 다시 취했다. 그는 이날 낮 나경원 후보와 하지 못한 '화이팅'을 소방관들과는 활짝 웃으며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총 7시간 거리 지원유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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