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스님 "900만 국민이 김진숙 같은 비정규직"
"MB와 조남호, 단한번이라도 목숨 걸고 나서본 적 있나"
월출산 보광암에 칩거중인 명진스님은 이날 지지자 블로그에 올린 법어를 통해 "정진하느라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이마로,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흘러내립니다"라며 "아마 김진숙 씨가 농성 중인 크레인은 달궈진 후라이판이나 진배없을 겁니다. 얼마나 뜨거운지 살같이 닿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정도라고 합니다"고 전했다.
명진스님은 이어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로부터 들은 이미 15명이 자살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얘기를 전하며 김진숙씨가 요구하는 정리해고 철회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명진스님은 "정혜신 박사는 죽은 15명도 문제지만 가만 두면 해고된 2500명이 다 죽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만사를 제쳐두고 매주 토요일이면 평택으로 내려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2500명 중 자살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고 그중 8할은 자살시도를 했거나 자살하는 악몽을 수시로 꾼다고 합니다"라며 "정혜신 박사님은 스스로 그들의 얘기를 들어 주고 함께 아파해주고 눈물 흘려주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라고 전했다.
명진스님은 이어 다시 화두를 김진숙씨에게 돌려 "손끝에 가시만 박혀도 그리 신경이 쓰고 참기 어려운 데 오죽 했으면 목숨을 걸겠습니까? 또 누군들 목숨을 걸고 200일이 넘도록 35m 크레인 위에서 저러고 싶겠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누구는 이념문제라고 폄하하고 또 색깔을 칠하지만 내 직장에서 안 짤리고 가족들 먹여 살리고 싶은 게 이념문제라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제대로 된 이념일 겁니다. 옛말에 밥이 하늘이라고 했는데 밥보다 중한 게 어딨습니까?"라며 보수지 등의 색깔공세에 반박했다.
명진스님은 이명박 대통령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향해 "4대강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40여일 넘게 도피성 외유를 다니고 있는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나 힘 있고 가진 것 있는 사람들은 단 한 번이라도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일, 자기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을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서본 일이 있을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명진스님은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 비정규직이 900만이라고 합니다.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은 절반밖에 못 받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900만입니다. 말이 900만이지 서울 인구와 맞먹는 숫자입니다. 저 집 건너 우리집 문제인 겁니다"라며 "김진숙 씨의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이고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라며 범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다음은 명진스님의 법어 전문.
이웃의 절규에 귀 닫지 말아야
‘이웃과 함께하는 100일 기도’에 입재했을 때가 봄이 한창 좋았던 5월이었는데 벌써 8월입니다. 유난스런 폭우와 폭염에 다들 무탈하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물난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우리 단지불회 식구들은 누구보다 먼저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돌아보면 우리 주위에 참 어려운 ‘이웃’이 많습니다. 요사이 제가 참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이웃 중 한 분이 35m의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씨입니다. 8월로 접어든 오늘자로 208일째라는군요. 칼바람 매섭던 지난 1월 6일 시작된 농성이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의 한복판이 되어서도 끝날 줄 모르고 있습니다. 폭우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고생스럽고 날이 더우면 더운 대로 고역일 것입니다.
정진하느라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이마로,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하루에 찬물로 몇 번씩 샤워를 해도 가시지 않을 만큼 더운 날씨입니다. 도시에 계신 분들은 아마도 에어컨과 선풍기 없인 하루도 못산다고 할 날씨지요. 이런 불볕더위 속에서 쇳덩이로 된 크레인 위에서 농성이라니…. 아마 김진숙 씨가 농성 중인 크레인은 달궈진 후라이판이나 진배없을 겁니다. 얼마나 뜨거운지 살같이 닿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정도라고 합니다.
한겨울에서 한여름까지 김진숙 씨는 왜 그 높은 곳에 매달려 농성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 온갖 언론에서 떠돌고 있으니 모르는 분이 없을 겁니다. 정리해고 철회!
정리해고, 한 회사에서 같이 울고 웃으면서 먹고 자면서 같이 살아온 식구 같은 노동자에게 ‘당신 이제 그만 나가시요’라고 통고하는 겁니다. 흔히 직장을 잃을 때 ‘밥줄 끊어졌다’고 하지 않습니까. 직장이 바로 밥줄이고 목숨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정리해고는 목숨줄을 끊는 겁니다.
지난 봄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로부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사연을 들었을 때 ‘아 이건 정말 무서운 일이구나. 사람을 죽이는 일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해고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주장했는데 그게 그냥 구호가 아니라 사실이었습니다.
2년 전 사회이슈가 됐던 쌍용차의 해고자가 25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들 중 15명이 자살을 하거나 돌연사했습니다. 남편이 죽자 아내도 따라 죽은 경우도 있다는데 남겨진 아이들은 또 어찌 살겠습니까? 쌀독은 이미 비었고 통장엔 잔액이 2만원밖에 없는 지경에 아이들이 살아도 산 게 아닐 겁니다. 그렇게 한 가족의 삶을 파괴하고 죽일 수 있는 게 정리해고입니다.
정혜신 박사는 죽은 15명도 문제지만 가만 두면 해고된 2500명이 다 죽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만사를 제쳐두고 매주 토요일이면 평택으로 내려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2500명 중 자살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고 그중 8할은 자살시도를 했거나 자살하는 악몽을 수시로 꾼다고 합니다. 그 죽음의 행렬을 막아보려고 애쓴 정 박사님의 노력으로 다행히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분들은 그 죽음의 유혹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정혜신 박사님은 스스로 그들의 얘기를 들어 주고 함께 아파해주고 눈물 흘려주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죽음 앞에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서 그 죽음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 세상의 모든 자살은 자기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일어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 땅에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진숙 씨도 그러합니다. 손끝에 가시만 박혀도 그리 신경이 쓰고 참기 어려운 데 오죽 했으면 목숨을 걸겠습니까? 또 누군들 목숨을 걸고 200일이 넘도록 35m 크레인 위에서 저러고 싶겠습니까?
누구는 이념문제라고 폄하하고 또 색깔을 칠하지만 내 직장에서 안 짤리고 가족들 먹여 살리고 싶은 게 이념문제라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제대로 된 이념일 겁니다. 옛말에 밥이 하늘이라고 했는데 밥보다 중한 게 어딨습니까? 저도 틈 날 때마다 모든 사람이 의식주(요즘은 여기에 교육이 들어갑니다) 걱정없이 자기 존재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먹고살기 힘들고 배고파 죽겠는데 무슨 ‘이뭐꼬’가 되겠습니까? 우선은 먹고 살아야 합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오늘이 지나면 209일이 됩니다. 언제까지 저러고 있어야 하나 저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저 방법 말고는 없을까 고민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힘없는 약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우리 사회에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게됩니다. 천성산을 지켜보려고 지율스님은 목숨을 걸고 100일 넘게 곡기를 끊었고, 문수스님은 소신공양으로 자신을 던지며 4대강의 미친 살상을 멈추라고 절규했습니다.
4대강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40여일 넘게 도피성 외유를 다니고 있는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나 힘 있고 가진 것 있는 사람들은 단 한 번이라도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일, 자기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을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서본 일이 있을까요?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만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겨우 세상이 좀 알아주고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세상이라면 그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세상입니다. 선진국, 선진사회는 말할 필요도 없고 더불어 함께 살만한 사회도 못되는 천박한 사회인 겁니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2002년에도 회사가 어렵다고 임금을 동결하고 노동자 650명을 해고했습니다. 당시 파업으로 고발당한 김주익 지회장은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 회사 쪽에 대화를 촉구하다가 129일째 목을 맸습니다. 그리고 2주 뒤 또 한 목숨이 희생된 뒤에야 노조활동으로 해고된 사람들은 복직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참 가슴이 무겁고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때 해직되었다 복직된 사람 중에 한 명만 제외가 되었는데 그가 바로 김진숙씨라고 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반대 때문에 말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한진중공업은 경영 상태가 어렵다며 400명을 구조조정 즉 정리해고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말 4척의 배를 수주했다는 발표가 나왔지요. 좀 살만해진 겁니다. 그러면 입장을 바꿔야지요. 그런데 묵묵부답입니다.
정리해고는 더 이상 해고자 몇 사람만의 문제거나 한진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기업인 한진중공업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일어나니 그 여파는 고스란히하청업체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1년 사이 한진중공업 하청노동자 1300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이렇듯 정리해고의 문제는 지역사회의 문제이자 국가 차원의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내려가겠습니까?
우리나라에 비정규직이 900만이라고 합니다.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은 절반밖에 못 받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900만입니다. 말이 900만이지 서울 인구와 맞먹는 숫자입니다. 저 집 건너 우리집 문제인 겁니다.
김진숙 씨의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이고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겁니다.
노동자 없는 기업이 있습니까? 기업이 강물이면 노동자는 그 강물의 물방울과 같은 겁니다.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기업인 크라이슬러의 대표였던 아이어코카는 회사를 살리자면서 자신의 연봉을 1달러로 책정하면서 회사를 다시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조남호 회장은 어떻습니까? 일부이긴 하지만 재벌당, 부자당이라는 한나라당에서조차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기 전에 정리해고라는 문제를 위해 온 나라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해법은 찾다 보면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의 유한킴벨리 같은 기업이나 독일 함부르크처럼 해고대신 교육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 등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정말 좋은 나라, 살만한 나라, 선진국이 되려고 한다면 이러한 어려운 이웃들의 문제를 우리 사회가 힘과 지혜를 모아 풀어나갈 수 있어야 그때 비로소 선진국이 되는 것이지 돈 좀 많이 번다고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닐 겁니다.
좋은 나라, 선진국은 거창한 체제의 얘기가 아닙니다. 서로를 믿고 도우며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함이 흐르는 사회, 공정하게 적용되는 룰과 원칙이 있는 사회와 같이 지극히 기초적이고 상식적인 사회일 것입니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것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며 움푹 패인 곳을 다 채워준 뒤에라야 다시 제 길을 가듯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야말로 거룩한 일의 시작이며 아름다움은 거기서 피어나는 겁니다.
늘 우리 주변에 힘들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면서 또 하루를 살았으면 합니다. 바로 그 마음이 불자들이 가져야할 자비의 마음입니다. 전에도 법문에서 말씀드렸듯 자비심은 누군가에서 선심 쓰는 시혜심이 아니라 너와 나를 둘로 보지 않는 평등심입니다. 내가 아플 때 남도 아플 수 있구나, 남의 아픔이 내 아픔이구나 하는 자타불이이며 동체대비의 마음이 자비심인 겁니다.
마지막으로 동체대비의 마음이 담긴 시 한 구절로 이번 산중한담을 끝내고자 합니다.
<내가 만약>
- 에밀리 디킨슨
내가 만약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내 삶은 헛된 것이 아니리..
내가 만약 한 생명의 아픔을 달랠 수 있다면,
혹은, 하나의 괴로움을 위로할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쳐 있는 한마리 울새를 도와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리…
If I ca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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