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보다 동맹이 중요하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대북 노선 전환에 대한 민주당내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

특히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까지 나서 민주당이 DJ 노선을 거부했다며 이제는 호남사람들이 나서 DJ를 몰아내야 한다는 지역주의 망언까지 쏟아내자, 당내에서는 "당 지도부가 결코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고 말았다"며 한화갑 대표체제에 대한 인책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갑제에 극찬 받다니 있을 수나 있는 일이냐"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재권 전 의원은 21일 "조갑제씨 같은 극우인사까지 나서 민주당의 노선 전환 결정을 환영했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이게 있을 수나 있는 일이냐"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는 "지도부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는데, 당초 발표가 어떤 의견이었는지 입장을 반드시 묻겠다"며 "공식해명을 요구하고 실수였다면 바로 잡을 것이고, 만약 언론 보도내용 그대로라면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한화갑 대표를 정조준했다. 그는 "햇볕정책 계승이라는 방향은 그대로 가야만 하는 것이고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북도당 위원장인 정균환 전 의원도 "몇 사람이 모여서 그런 결정을 했다고 민주당의 당론이 될 수는 없다"며 "전쟁을 부추기고 이를 방관하는 것을 정치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당 지도부를 비난했다. 그는 "대북 여론이 악화된다고 해서 우왕좌왕하고 인기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며 "당 지도부가 그런 취지가 아니라고 하니 아닐 것이라고 믿지만, 민주당 구성원들은 그 발표가 나오고 나서 많이 당황했고 그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들을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지역위원장은 "가장 믿었던 사람(한화갑 대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등에 칼을 들이댄 것이 아니고 뭐냐"라고 한 대표를 부루터스에 비유까지 하며 "DJ의 계승자를 자처했던 민주당이 DJ의 핵심 정책인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스스로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대북정책에 관한 한 한나라당 의원들보다 더 보수적인 김종인, 이승희 의원 등의 강경론이 득세하고 이 목소리가 반영됐으니 50년 민주당 전통 운운도 더 이상 명분을 잃는 것 아니냐 "고 탄식하기도 했다.

회의 불참했던 손봉숙, 조순형, 신중식 의원 "오해일 것"

한편 지난 19일 당 지도부 결정과정에 불참했던 손봉숙, 신중식, 조순형 세 명의 의원들은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신중식 의원은 이날 "애초에 그런 취지가 아니었는데 지도부가 설명을 잘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엔 결의안이 결정된 이상 이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 정도이고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역시 미국 출장 중인 손봉숙 의원은 "놀라운 일인데 그런 결론이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서울에 도착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조순형 의원 측도 "햇볕정책의 취지는 그렇지 않았지만 결국 북한이 이를 악용하지 않았느냐 "며 "지도부 결정을 DJ 노선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대통령이 노구를 이끌고 연일 한반도 전쟁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마당에 민주당 지도부가 보인 행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한화갑 체제의 민주당이 스스로 해체의 길을 선택하려 하는가"라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또한 호남 지역에서도 조갑제의 지역주의 망언을 용납할 수 없다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어,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