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제2의 세계금융위기' 촉발?
<분석> 재정위기에 미국채 매각, 국제 통화-재정위기 폭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이같은 진단은 모든 국제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을 대변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대지진이 정부의 천문학적 복구비 투입으로 도리어 일본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낙관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견이다.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때, 일본경제는 그해 2%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가 그후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일본 대지진은 고베 대지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도 천문학적으로 크고, 무엇보다 일본 재정상황이 다르다.
현재의 일본경제는 1995년 당시와 비교할 때 극도로 허약하다. 1995년 일본은 부동산거품 파열로 휘청대고 있었으나 국가부채 등은 양호한 상황이었기에, 3조7천엔의 막대한 복구비를 투입해 경제를 곧바로 회복세로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골병이 들대로 든 상태다. 지난 10일 발표된 일본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1.3%다. 종전에 발표됐던 속보치 -1.1%보다 더 나빠졌다.
더욱이 지금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국가부채가 많은 상태다. GDP의 200%를 넘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이번 대지진은 더이상 나쁠 수 없는 타이밍에 발생했다. 복구비용의 대부분은 지방자치체,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중앙정부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쓰비시UFJ 증권에 따르면, 막대한 복구비 부담은 국가부채를 GDP대비 최소 2%, 최대 10%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5% 이상 늘어날 경우 "일본정부는 더이상 국채발행을 할 수 없어 외환보유고에 손을 대 보유중인 미국국채를 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미국국채 보유량은 2010년 11월 현재, 8천772억달러. 이 중 상당한 물량이 매물로 나온다면 일본 대지진 쓰나미가 일본경제에 치명타를 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달러화 폭락이라는 국제적 경제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정부가 일본 대지진 직후 2척의 항공모함을 급파하는 등, 어느 나라보다 일본위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본의 국채 급증은 세계경제의 최대 뇌관 중 하나인 글로벌 재정위기를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스페인, 그리스 등 남부유럽국가들의 신용등급을 다시 줄줄이 떨어트리면서 재부상하고 있는 국제 재정위기가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더욱 촉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서 S&P는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떨어트렸고, 무디스는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신용등급 하락을 예고한 바 있다. 일본 대지진은 울고 싶은 데 뺨 때리는 격으로 일본 신용등급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일본 대지진에 따른 일본 자동차, 반도체 산업의 타격이 글로벌 과잉공급 해소에 도움이 되고, 국제유가 등 국제원자재값을 하락시키면서 도리어 세계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도 이 과정에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알아야 할 점은 지금 세계경제는 실물경제 이전에 금융경제로 거미줄처럼 촘촘히 엮어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미국국채를 팔고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면, 일본 대지진은 일본경제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재정적자 위기를 격발하는 치명적 방아쇠가 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이다.
일본 대지진이 향후 세계경제에 미칠 미증유의 후폭풍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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