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와 빈번한 접촉으로 '한-민 공조' 논란을 야기한 당사자인 한화갑 민주당대표가 급작스레 한나라당을 맹비난한 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며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해 그 배경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통합-합당 주장은 삼류정치소설"
한 대표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두고 요즘 한나라당이 경쟁적으로 통합과 심지어 합당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는 다분히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삼류정치소설에 불과하다"고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한 대표는 이어 "이같은 발상은 무엇보다 군사독재와 줄기차게 싸워온 민주당원들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그 뿌리가 다르고 정통성과 정체성을 달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더 이상의 정치공학적 발상을 접으라"며 "당대당 통합이나 연대나 공조는 절대로 없다"고 주장했다.
급작스런 변신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한화갑 민주당대표. ⓒ연합뉴스
'원 포인트' 개헌 지지하며 노대통령 면담 요청
한 대표는 이어 화제를 '개헌' 문제로 돌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이라며 "개헌은 시대적 산물로 국민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한 대표는 "대통령선거와 총선 시기를 같이 해 국민이 지불해야 하는 정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며, 여권이 생존 차원에서 적극 추진중인 '원 포인트 개헌' 지지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정부여당은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룰 때만 차기 총선에서의 열린우리당 몰살을 막을 수 있다는 위기감 아래 원 포인트 개헌에 필사적이다.
한 대표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노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다"며 "대통령과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대화 단절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미정상회담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책임 있는 보고를 듣지 못한 만큼 정치지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국민들께 그 결과를 알려드리는 것이 도리일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면담을 신청했다.
"전효숙 국회 처리 찬성"
한 대표는 이밖에 최근의 전효숙 사태와 관련해서도 "헌법재판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여야가 조속히 법과 원칙에 따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의 처리 절차를 밟을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해, 종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가진 일문일답에서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임명동의안의 처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의총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법적절차를 거친다면 국회에서의 처리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절차를 밟은 뒤 자질문제를 논의하는 수순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한화갑 '변신' 배경 뭐냐
한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얼마 전까지 한 대표가 보여온 모습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변화 배경에 정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정가 일각에서는 한 대표와 민주당이 최근 사법적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한 대표의 경우 불법정치자금과 관련, 대법원 판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시 유죄가 확실시되며 그럴 경우 한 대표는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정치권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5.31지방선거와 관련한 잇따른 '돈 공천' 파문도 한 대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5.31선거 당시 발발한 조재환 사무총장과 최낙도 전 의원간의 4억원대 공천헌금 사건에 이어, 26일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민주당 중앙당 전 고위 간부 김 모씨에게 2억5천만원을 건넨 민주당 전남 영암군수 공천신청자 장 모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문제의 검은 돈이 중앙당으로 건네졌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 전개는 한 대표를 다급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한나라당과의 밀월 전략 대신 노대통령과의 대화 전술을 택하게 만든 게 아니냐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특히 한 대표가 여권이 생존차원에서 추진중인 '원 포인트 개헌'에 적극 찬성입장을 밝히며 노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한 대목이 이런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