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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검찰 비판하며 '이용훈 설난'에 가세

차관급 부장판사는 이용훈 대법원장 지지 글 쓰기도

차관급인 현직 부장판사가 “‘법조 3륜’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사라졌어야 한다”며 이용훈 대법원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선 가운데, 검찰과 불편한 관계인 현직 경찰서장까지 나서 검찰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이용훈 파문이 집단간 갈등 양상으로 변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서는 왜 ‘꾸민다’고 하고, 변호사는 왜 ‘산다’고 하겠나?”

차관급인 이상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형사부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대법원장님께서 법관과 법원직원을 상대로 말씀하신 것을 가지고 외부 사람들이 ‘반발’하는 것부터가 옳은 일이 아니고, 더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이나 변호사단체가 대법원장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반발하는 검찰과 변호사들을 비판했다.

이 부장판사는 “검찰의 상대방은 피의자나 피고인"이라며 “어찌 법원이, 법관의 검찰의 상대방이라는 것이냐? 변호사는 당사자의 대리인이거나 변호인일 뿐이다 그들의 주된 활동무대 중 하나가 법원일 따름”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부장판사는 “‘법조 3륜’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사라졌어야 한다”며 “같은 사법연수원 출신이라 하여 전혀 다른 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달갑지 않는 동료의식을 내세우는 표현 같아서 등기에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국민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 여전히 검찰이나 경찰에서는 조서를 ‘꾸민다’고 한다. 변호사는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산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 국민들의 의식이고, 그러한 의식을 가지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부장판사는 “조서를 진술한 그대로 잘 작성해준다면 어찌 조서를 ‘꾸민다’고 할 것이며, 전심전력으로 나를 도와줄 변호사를 왜 시장에서 물건 사듯이 ‘산다’고 하는 것인지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라며 거듭 검찰과 변호사들을 비판했다.

이 부장판사는 “검사는 수사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가 수사한 것은 공판정에서의 입증을 위한 자료일 뿐이라는 인식하에 공판정에서의 입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양형자료도 마찬가지다. 법원의 양형이 낮다고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왜 구형량대로 선고가 되어야 하는지를 인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무서와 세무사, 특허청과 변리사가 2륜인가?”

그는 이어 “변호인이 제출한,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반박할 자료를 검사가 제출하지 못하면 그 유리한 자료대로 양형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니 검사가 할 일이 얼마나 많나? 공소장을 법원에 접수시키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진정한 검사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수사는 공소유지를 위한 검찰의 준비작업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자기의 할 일만 잘 하면 된다. 그러면 당사자의 신뢰를 받는다. 변호사가 잘못하면 꾸지람은 판사에게 돌아온다. 판사는 변호사가 잘못한 것 때문에 질책을 받고 싶지 않다”며 변호사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판사도 그만 두면 변호사로 일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가 판사와 동료의식을 가질 이유는 없다”며 “판사는 변호사와 같으 배를 탄 동지가 아니다. 물론 적도 아니지만, 각각의 역할이 전혀 다른 직역에 종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부장판사는 “그러니 바퀴 세 새 중 하나가 아닌 것”이라며 “좀 어색한 비유일지 모르나, 세무서와 세무사, 특허청과 변리사가 2륜인가?”라며 이 대법원장의 ‘법조 3륜 부정’ 발언을 적극 옹호했다.

경찰 “검찰이 수사권 기소권 함께 갖고 있는 한 공익 대변자 못 돼”

한편 23일에는 황운하 대전 서부경찰서장이 ‘검찰의 불법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경찰 내부통신망에 올리며 이번 파동에 경찰까지 가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황 서장은 지난 3월 초까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는 등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당해왔던 경찰측 실무자여서 눈총을 사고 있다.

황 서장은 글을 통해 “대법원장의 검찰 및 변호사 비판 발언은 잘못된 관행을 적절히 지적한 것이라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정진경 부장판사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사법제도 개혁을 수사구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황 서장은 “정 부장판사가 지적했듯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는 한 공익의 대변자가 될 수 없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또 황 서장은 “권력기관이 된 검찰이 기득권과 관련해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판단할 때는 언제나 역공을 가해왔다는 정 부장판사의 지적이 보다 구체적인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대법원장, 26일 서울 고법ㆍ중앙지법 순시 때 ‘유감’ 표명할 듯

이처럼 잦아들지 않는 ‘이용훈 설난(舌亂)’의 여파는 오는 26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법원장은 일선 법원 마지막 순시 일정으로 26일 서울 고법ㆍ중앙지법을 격려 방문할 예정이다.

말을 아끼고 있던 이 대법원장은 이 날 순시에서 검찰과 변호사의 반발에 따른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24일 “대법원장은 26일 서울 고법ㆍ중앙지법 격려 방문시 그동안 발언에 대한 해명을 하고 유감의 뜻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발언의 진의에 대해서는 법조삼륜 모두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다만 표현상의 실수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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