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비즈니스' 대부업
<기고> 일본열도 들끓게 한 '자살보험' 파문을 보고
일본의 대부업체(소비자 금융) 상위 10개사가 채권 회수를 위해 채무자 전원에게 의무적으로 생명보험을 들게 하고 있는 것이 밝혀져 일본열도가 들끓고 있다. 이른바 '자살보험' 가입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 5개사가 지불받은 건수가 작년 한해 3만9천8백90건. 이 가운데 자살로 판명된 것만도 3천6백49건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총 지불 건수에서 차지하는 자살 건수의 비율은 9.1%에 달한다. 반면 일본 노동성의 2005년 인구동태 통계는, 20세 이상의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자살자의 비율은 2.8%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전체 건수 가운데는 계약 후 1~2년이 지난 사망자의 경우 사망진단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고리대를 갚기 위해 자살한 채무자의 숫자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보험금이 지불된 총수에서 차지하는 실제 자살 건수의 비율은 10~20%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자살보험', 아니 채무자 입장에서 보면 '살인보험'인 셈이다.
이 살인 보험의 명칭은 '소비자신용단체 생명보험'. 대기업 소비자 금융사로부터 차입할 때, 계약과 동시에 차주를 피보험자로 해 가입하고 있다. 채무자가 사망했을 경우, 보험금은 소비자 금융사에게 지불된다.
당연히 이 보험에 대해서, 채무자는 알지 못하고, 소비자 금융이 유족에게 사망 확인을 하지 않고 보험금을 받고 있는 케이스도 많다. 또, 차주가 사망해도 보험금으로 채권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혹독한 추심을 유발한다고 한다.
한국인2세가 고리대금업자 재일동포의 일대기를 리얼하게 그린 영화 <뼈와 살>을 보면, 고리대금업자의 혹독한 추심을 못이겨 두 발에 추를 매고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의 고리대 추심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예다. 이렇듯 대부업체의 불법추심으로 인한 개인 및 일가족집단자살, 야반도주, 범죄가 큰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 마당에 살인보험으로 불릴만한 생명보험문제까지 불거지자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힌 것도 당연하다. 대부업이 채무자 생명마저 담보로 삼는 '죽음의 비즈니스'임이 재차 입증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한국이라고 해서 대부업체들의 불법영업과 불법추심으로 인한 자살과 인권침해가 덜한 게 아니다. 도리어 그 극심하다. 올해 초 천안에서 발생한 일가족자살 기도는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가까스로 물에 잠긴 승합차에서 빠져나온 고등학생의 증언은 대부업체가 얼마나 소름 끼치는 불법 추심행위를 해왔는가를 극명히 보여주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는 대부업체의 피해자들이 피해신고가 줄을 잇는다. 오늘도 "내 주소지에 등록대부업체 직원들이 승용차에 탄 채 내가 들어오나 감시하고 있다"며 공포에 질린 직장여성의 전화가 숨 가쁘게 걸려왔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 및 정치권의 대응 차이다.
한국은 아직도 "대부업을 육성하여 서민의 급전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정치권과 금융감독당국이 수년째 반복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대부업체를 규제하기 위해 촘촘한 규제망을 짜는 데 여념이 없다. 과잉대부를 막기 위해 업계에게 3개사 이상에서는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년 수입의 일정비율 이상도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3년전부터는 29.2%의 고금리를 15%로 낮추는 금리인하관련법을 금융청의 주도로 국회에 상정해놓았다.
공금융기관이 서민의 금융수요를 방치한 것은 두 나라 공통이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빠르게 수습하려 하고 있는 쪽은 일본 금융청이다. 반면 한국의 금융감독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는커녕 오히려 '맞춤형 대출'이라는 미명하에 대부업체를 슬그머니 끼워 넣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총 1만2천47명으로 전년보다 4.5% 늘어났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6.1명으로 사상최고치로 OECD국가 중 최고였다.
가파르게 오르는 자살율과 함께 가계부채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말 3백41조6천7백32억원이던 가계부채는 2002년말 4백39조원으로 무려 28.5%나 불어났고, 이후에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무려 5백21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절반가량이 내 집 장만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긴 하나, 생존형 가계대출도 적잖다.
과중채무자들이 마지막 다다르는 곳이 대부업체다. 카드 현금서비스 등을 갚으라는 공금융기관들의 혹독한 추심에 '마지막 돌려막기'를 위해 대부업체 돈을 빌렸지만 연 66%라는 살인적인 고금리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들을 압박한다. 급기야 정든 집을 내버려둔 채 고시텔이나 싸구려 여관에서 도피생활을 해야 하고 가정은 해체돼 버린다.
한국의 금융감독당국은 이제 대부업의 실체가 '서민 금융기관'이 아닌 '죽음의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6백80만명의 저신용자들이 이 죽음의 비즈니스에 죽어나가지 않도록 대부업에 대한 철저한 규제망을 짜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이자제한법에 대한 저항을 멈춰야 한다.
공금융기관들이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곳에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것이 사채업이다. 대부업이라는 이름이든 소비자금융이라는 이름으로든, 독버섯은 피지 못하게 해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처럼 고금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이자제한법을 만들어야 한다. 또 대부업 신고제를 엄격한 허가제로 바꾸어야 한다.
대기업 5개사가 지불받은 건수가 작년 한해 3만9천8백90건. 이 가운데 자살로 판명된 것만도 3천6백49건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총 지불 건수에서 차지하는 자살 건수의 비율은 9.1%에 달한다. 반면 일본 노동성의 2005년 인구동태 통계는, 20세 이상의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자살자의 비율은 2.8%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전체 건수 가운데는 계약 후 1~2년이 지난 사망자의 경우 사망진단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고리대를 갚기 위해 자살한 채무자의 숫자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보험금이 지불된 총수에서 차지하는 실제 자살 건수의 비율은 10~20%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자살보험', 아니 채무자 입장에서 보면 '살인보험'인 셈이다.
이 살인 보험의 명칭은 '소비자신용단체 생명보험'. 대기업 소비자 금융사로부터 차입할 때, 계약과 동시에 차주를 피보험자로 해 가입하고 있다. 채무자가 사망했을 경우, 보험금은 소비자 금융사에게 지불된다.
당연히 이 보험에 대해서, 채무자는 알지 못하고, 소비자 금융이 유족에게 사망 확인을 하지 않고 보험금을 받고 있는 케이스도 많다. 또, 차주가 사망해도 보험금으로 채권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혹독한 추심을 유발한다고 한다.
한국인2세가 고리대금업자 재일동포의 일대기를 리얼하게 그린 영화 <뼈와 살>을 보면, 고리대금업자의 혹독한 추심을 못이겨 두 발에 추를 매고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의 고리대 추심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예다. 이렇듯 대부업체의 불법추심으로 인한 개인 및 일가족집단자살, 야반도주, 범죄가 큰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 마당에 살인보험으로 불릴만한 생명보험문제까지 불거지자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힌 것도 당연하다. 대부업이 채무자 생명마저 담보로 삼는 '죽음의 비즈니스'임이 재차 입증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한국이라고 해서 대부업체들의 불법영업과 불법추심으로 인한 자살과 인권침해가 덜한 게 아니다. 도리어 그 극심하다. 올해 초 천안에서 발생한 일가족자살 기도는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가까스로 물에 잠긴 승합차에서 빠져나온 고등학생의 증언은 대부업체가 얼마나 소름 끼치는 불법 추심행위를 해왔는가를 극명히 보여주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는 대부업체의 피해자들이 피해신고가 줄을 잇는다. 오늘도 "내 주소지에 등록대부업체 직원들이 승용차에 탄 채 내가 들어오나 감시하고 있다"며 공포에 질린 직장여성의 전화가 숨 가쁘게 걸려왔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 및 정치권의 대응 차이다.
한국은 아직도 "대부업을 육성하여 서민의 급전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정치권과 금융감독당국이 수년째 반복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대부업체를 규제하기 위해 촘촘한 규제망을 짜는 데 여념이 없다. 과잉대부를 막기 위해 업계에게 3개사 이상에서는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년 수입의 일정비율 이상도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3년전부터는 29.2%의 고금리를 15%로 낮추는 금리인하관련법을 금융청의 주도로 국회에 상정해놓았다.
공금융기관이 서민의 금융수요를 방치한 것은 두 나라 공통이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빠르게 수습하려 하고 있는 쪽은 일본 금융청이다. 반면 한국의 금융감독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는커녕 오히려 '맞춤형 대출'이라는 미명하에 대부업체를 슬그머니 끼워 넣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총 1만2천47명으로 전년보다 4.5% 늘어났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6.1명으로 사상최고치로 OECD국가 중 최고였다.
가파르게 오르는 자살율과 함께 가계부채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말 3백41조6천7백32억원이던 가계부채는 2002년말 4백39조원으로 무려 28.5%나 불어났고, 이후에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무려 5백21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절반가량이 내 집 장만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긴 하나, 생존형 가계대출도 적잖다.
과중채무자들이 마지막 다다르는 곳이 대부업체다. 카드 현금서비스 등을 갚으라는 공금융기관들의 혹독한 추심에 '마지막 돌려막기'를 위해 대부업체 돈을 빌렸지만 연 66%라는 살인적인 고금리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이들을 압박한다. 급기야 정든 집을 내버려둔 채 고시텔이나 싸구려 여관에서 도피생활을 해야 하고 가정은 해체돼 버린다.
한국의 금융감독당국은 이제 대부업의 실체가 '서민 금융기관'이 아닌 '죽음의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6백80만명의 저신용자들이 이 죽음의 비즈니스에 죽어나가지 않도록 대부업에 대한 철저한 규제망을 짜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이자제한법에 대한 저항을 멈춰야 한다.
공금융기관들이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곳에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것이 사채업이다. 대부업이라는 이름이든 소비자금융이라는 이름으로든, 독버섯은 피지 못하게 해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처럼 고금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이자제한법을 만들어야 한다. 또 대부업 신고제를 엄격한 허가제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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