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대한 정부의 주택임대차보호법 단속강화 방침은 법적 근거도 없는 엄포성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1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건물주의 빈번한 임대보증금 반환 지체, 임대료 인상 등은 이를 규제할 처벌 조항이 없는 상태"라며 "민사사건이기 때문에 단속 자체가 불가능하고 과태료나 고소고발 등은 공인중개사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관계자와의 통화 녹취록도 함께 공개했다.

이 본부장은 "건설교통부에 확인한 결과 정부가 할수 있는 일은 지자체로 가서 (임차인의) 민원 실태를 분석하는 정도"라며 "정부의 발표는 정확한 의미로 '단속'이 아니라 '실태조사'라고 해야 국민의 기대감만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이 무주택 서민의 주거 문제를 외면하고 거짓말을 반복하는 동안 6백56만9천가구의 주택 세입자들은 주거불안에 시달려야 했다"며 "진정으로 정부 손길이 미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면 민주노동당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중인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처리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 자동갱신계약 청구권 및 연5% 임대료 인상률을 현행 2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비롯해 △전세의 월세 전환율을 1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제한 △임대료 과다인상 등 임대인 부당행위에 시정명령제 도입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지난 13일 "최근 전세시장 동향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단기정책으로 철저한 현장점검 등 부당한 임대차 관행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사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이날 공개한 녹취록 전문

민주노동당: 13일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동향 및 대책’에서 “부당 임대차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사례에 대한 단속 강화”를 말했는데 근거조항이 있나.

건교부 관계자: 첫째,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부당 피해 사례를 유형화해 차후에 정보가 부족한 임차인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홍보하고 둘째, 공인중개업소에서 전·월세 중개를 잘못할 경우 업소를 처벌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공인중개업소는 처벌할 수 있지만 임대인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처벌 조항이 없는 것 아닌가.

건교부: 단속이 꼭 처벌을 전제한 것이 아니다. 지자체로 가서 (임차인의) 민원 실태를 분석하는 것이고, 단속은 중개업자를 초점을 두고 있다.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이 추진 중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임대인의 부당행위에 대해 단속 근거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단속이 안 된다.

건교부: 그건 우리도 알고 있다.

민주노동당: 궁극적으로 현행법상 임대차 피해사례를 유형별로 한다는 것이고, 처벌은 중개업자에 대해서만 가능한 게 아닌가. 부당 임대차 사례에 대해 직접적인 규제는 못 하는 것이 아닌가.

건교부: 궁극적으로 임차인의 피해사례를 유형별로 정리하는 것이고, 임대인에게 과태료 부과 같은 직접적 조치는 없다. 처벌은 중개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다음주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그런데도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위반에 대해 처벌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중요한 건 현행법에선 처벌 조항이 없다는 건 분명하지 않다.

건교부: 그건 맞다.

민주노동당: 현행법상 주택임대차는 사인 간의 계약이라 처벌할 수 없다. 건교부의 대책은 피해 실태를 모니터링 한다는 차원 아닌가. 단속은 행정적 제재가 포함된다는 의미이고 공권력이 개입한다는 뜻 아닌가.

건교부: 조사하는 것도 공권력 개입의 하나다. 중개업자에 대해서는 실제 처벌도 한다.

민주노동당: 그렇지만 정확한 의미는 ‘단속’이 아니라 ‘실태조사’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또 보도자료를 보면 임대인을 단속·처벌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사 등 중개업소의 부당한 중개행위에 대해 단속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라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 단속 강화”라고 하니 국민들의 기대감만 커지는 게 아닌가.